망 무임승차 논의...새해 MWC 집어삼킨다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Vision of a Fair Future).” 내달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MWC23의 컨퍼런스 첫 번째 키노트 주제로 '공정한 미래'라는 키워드가 제시됐다. MWC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불공정을 다루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MWC가 개막일 키노트 주제로 차세대 네트워크의 발전상이나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변화 등을 다뤄왔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MWC에서는 통신사업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주제다. 즉, GSMA 차원에서 글로벌 콘텐츠 공룡이 제값을 치르지 않고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가치를 제대로 따지겠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 사이에서 빚어지는 힘의 불균형 문제는 지난해 열린 MWC22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GSMA 산하에 정책개발그룹(PG)이 망 대가를 치르게 하거나 펀드 형식의 공동투자 등으로 불공정한 상황을 타개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이 같은 논의가 발전된 뒤 지난해 10월 GSMA는 이사회를 거쳐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공정한 네트워크 투자 기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놓은 데 이어 MWC23에서는 주요 어젠다로 다루겠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 상임위 내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지만, 해외에서는 본격적인 통신 인프라 사업자들의 글로벌 연대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보다 빅테크 사업자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유럽연합(EU)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국내에서 입법화를 두고 수년째 찬반 논쟁에 그치고 있는 점과 달리 EU의 집행위원회(EC)는 새해 상반기 내에 망 이용대가 법안 논의를 마치겠다는 뜻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규정에 이어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빅테크를 향해 강력한 규제에 나서는 유럽 지역의 국가들이 네트워크 인프라의 가치에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이란 설명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글로벌 콘텐츠 공룡 사업자에 대해 최소한의 망 접속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데 접속료를 넘어 네트워크 이용에 대한 추가 요금(surcharge) 징수를 겨냥하고 있는 유럽의 중심으로 네트워크 인프라 불공정 논의가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