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직원 성과급에서 성과란 대체 뭔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결코 헛소리가 아니다. 미국 사회학자 미셀 라몬트(Michele Lamont)가 블루컬러 노동자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했는데, 이들은 큰 부자에 대해선 별다른 분노를 표하지 않았지만 고액 연봉 전문직에겐 상당한 분노를 드러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탁월해 보이는 사람은 존경하지만, 비슷해 보였던 사람의 다른 결과에 대해서는 곱게 못 봐주는 것이다. 10일 그런 배 아픈 뉴스가 일제히 쏟아졌다. 배 아프다기보다는 짜증날 수도 있는 뉴스였다. 예금 금리 하락, 대출 금리 여전히 높아, 금융당국 때문에 예금금리만 떨어져, 은행들 이자 이익 최대, 은행 성과급 잔치 논란......기사마다 제목은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최근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주요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높이고 예금금리는 낮춰서 제 뱃속만 불리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은행의 주요 수입원이 예대마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 마진은 역시 시장에 의해서 결정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돈을 빌려주거나 반대로 빌려간 사람이 승복할 만한 수준이었을 때 균형이 잡힐 것이다. 한 쪽으로 치우친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불균형으로 인한 적잖은 대가를 치를 지도 모른다. 지금이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인 듯하다. 기사 가운데는 '금융당국 때문에 예금금리만 떨어진다'는 요지가 주목된다. 예금금리는 최근 불과 한 달 사이에 1%p 가량 떨어졌다. 고금리 상황에 은행 사이의 수신경쟁이 과열될 걸 우려해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자제를 요청하며 개입하기 시작했는데 그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예금금리만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시장 개입이 되레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개입한 것은 물론 선의다. 은행들의 수신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예금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금리가 덩달아 올라 금융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이 부담 때문에 경기가 더 침체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1 금융권의 수신경쟁이 과열되면 제2 금융권과의 예금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제2 금융권이 자금 경색에 휘말릴 우려 또한 있다. 당국의 개입을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개입을 하면서 예금금리는 건드렸는데 대출금리도 제대로 모니터링 했는지가 의문스럽다는 데 있다. 10일 현재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93%에서 8.11%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5%를 넘겼던 예금금리는 현재 연 3.89~4.27%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의 경우 예금금리의 두 배가 되어버린 것이다. 예대금리차가 4%라면 건물임대 수입에 맞먹는 셈이 된다. 여론이 좋지 않자 금융당국도 대출금리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매체에 따르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은행채 발행이 두 달 만에 재개되고 예금금리도 낮아져 은행권의 자금 조달 부담이 완화된 만큼 대출금리가 계속해서 오를 유인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모니터링을 강화해 이자 산정의 적절성을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걸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진짜 배가 아픈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은행들이 임직원에게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은행마다 올해 기본급의 300~4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50~60%p 늘어난 것이다. 실적이 좋아지면 당연히 성과급을 주는 게 맞다. 그런데 은행의 성과, 특히 지금과 같은 비상한 상황에서 그 성과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성과는 기본적으로 어떤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결실일 것이다. 성과급은 그러므로 임금 외의 추가적인 노력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노력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셈이다. 그런데 예대마진을 키우려면 대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 금융당국에 대한 로비인가? 소비자를 무시할 수 있는 대담한 마음을 갖는 일인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성과급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니 참 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