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자들이 허덕이는 이유…"팬데믹 때 일하는 자리만 바꿨기 때문"
대부분의 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에 엔데믹, 그리고 경제 위기란 삼중고를 겪고 있다. 급작스러운 변화와 위기가 숨쉴틈 없이 몰려왔고, 조직이 휘청이다 보니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쳤는데, 더 암울한 건 올해 끝나리라 희망했던 고난의 기간이 내년까지 밀렸다는 점이다. 혹한기를 넘어 빙하기가 올 듯한 분위기에 싸한 느낌마저 든다. 구글 본사 기술 부문 HR 비즈니스 파트너, 카카오 인사 총괄 부사장 등을 지낸 황성현 퀀텀 인사이트 대표는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기업들이 '기본'과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뻔한 말일 수 있지만 되새기고, 구성원들에 대한 성과 관리 체계를 만들고 이를 책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립하는 등의 체질 강화에 힘쓰라는 말이다. “팬데믹 때 IT 기업들은 굉장히 성장했지만, 체질 개선에는 사실상 실패 했습니다. IT 강자들이 이 시기를 놓친거죠. 기존에 일하는 방식은 안 바꾸고, 일하는 자리만 바꿨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새로운 성과 관리 체계를 만들고, 이를 합리적으로 책정할 방법을 만들어 놨어야 합니다. 일하는 방식들이 시류에 따라 흘러가다 보니 직원들 감시만 신경을 쓰고, 본질적인 것들은 놓쳐버리고 말았죠.” 정해진 시간,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라 또 황 대표는 정해진 시간 내에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그 만큼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직원들의 고민과 건강을 해결해주는 복지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8시간 정해진 시간 내에 집중해서 일하면서도 높은 성과를 내요.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는 하루 일과 중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은 2~3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람마다 조직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미국만큼 정해진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엔데믹으로 사무실에 들어온 직원들이 어떻게 몰입해서 일할 수 있게 할 것이냐, 집중해서 일하게 하고 빨리 집에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회사가 직원들의 몸과 정신 건강까지 헤아리고 챙겨줘야 합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또 경영자 또는 리더가 직원 한명 한명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챙기는 일은 쉽지 않다. 리더들도 어려운 경쟁 환경 가운데서 생존을 고민하고 지치다 보면 이것저것 놓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리더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나아가 직원들도 같이 이겨내겠다는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대표를 포함해 리더들이 중심을 잡아야 해요. 막연한 두려움만 가질 게 아니라, 불확신한 거에 너무 몰입하지 말고 사업 본질을 보고, 어떻게 문제를 끌어내고 해결할지 찾아보고, 업무와 직원들을 잘 연결시켜야 합니다. 직원들도 같이 이겨내겠다는 희생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도 결국 리더의 몫이죠.” n분의 1 아닌, 성과에 따른 즉각적 보상 해야 나아가 황 대표는 성과를 내는 직원 관리에 있어서도 즉각적인 보상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회사가 잘 되면 그 때 보상하겠다는 식으로는 젊고 유능한 직원들로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는 것. “어렵다고 경제 위기, 남 탓만 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올해 연봉은 5% 이상 인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거예요. 대기업, 스타트업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스타트업들은 동결이 굉장히 많을 거예요. 연봉 3% 올라봐야 12개월로 나누면 별 의미가 없어요. 이 보다는 그 때 그 때 성과날 때 보상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전체 성과를 한 번에 몰아 n분의 1로 나누는 건 돈을 불태우는 것과 같아요. 팀별과 개인별로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두고 분배해야 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당연히 기본 전제는 조직 내 성과 관리가 제대로 선행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는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해야 황 대표는 인력 채용에도 더욱 뾰족하게 날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 기간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크게 키웠는데, 그러다보니 사람을 촘촘히 보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핵심 인재를 지키면서 한 명 한 명 뽑을 때 잘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이 누군지, 인재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채용 방법론에 있어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이 뭔지에 대한 인식이 명확히 있어야 해요. 이전에는 기업들이 별 생각 없이 일단 사람을 채워넣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지금은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가에 대한 뾰족하고 명확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점점 사회가 경력 없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어떤 식으로든 경험을 쌓는데 보다 힘을 써야 합니다.” 리더들도 힘들어...어설픈 연봉인상보다 명상·교정 테라피·심리상담 등 복지 중요 이처럼 회사, 경영자, 임직원 모두가 힘든 시기에는 리더들의 역할과 역량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잘못과 책임을 경영자, 그리고 리더들에게만 물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들도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비롯해 리더의 정신 건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전문의를 갖춘 정신과 병원들은 이미 몇 개월치 예약이 다 찼다고 해요. 직원들도 마찬가지지만, CEO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이들을 위한 전문 코칭 서비스나 리더십 프로그램, 피지컬 프로그램들이 중요한데, 실제로 이런 수요들이 커지면서 관련 서비스들도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사내 요가와 스트레칭, 자세교정과 명상 프로그램 등 '달램' 서비스를 운영하는 헤셋드릿지 신재욱 대표는 힘들어진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자사의 서비스를 부쩍 찾는다고 설명했다. “힘들어진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공공기관들까지 저희 서비스를 통해 복지를 챙겨주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업무 시간 중에 병원에 가거나 물리치료 등을 받게 되면 2~3시간을 쓰게 되는데, 저희와 같이 회사 내에서 할 수 있는 명상, 교정 테라피, 심리상담과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면 시간과 수고를 덜 수 있죠. 요즘 기업들이 어렵다 보니 구조조정을 하고 비용을 절약하고 있지만, 오히려 저희 달램 서비스는 3~4배 성장했습니다.” 2000년대생이 온다...세상이 바뀐 만큼 조직도 변해야 1990년대생에 이어, 2000년대생이 대학 등 학업을 마치고 직장·사회로 편입되고 있다. 그만큼 기존 세대들과의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외계 생명체인양 탐색하고 부딪치고 좌절하기도 한다. '조용한 퇴사'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황성현 대표는 이런 변화와 갈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고, 세상이 바뀐 만큼 조직이 변할 것을 주문했다. “신세대는 항상 있었고, 기존 세대와의 갈등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간극이 요즘에는 더 큰 것 같긴 하지만, 서로에 대한 눈높이와 인식을 맞추려는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조직도 변해야 해요. 세대와 사회 흐름에 맞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