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큐비트 양자컴퓨팅으로 세계 첫 다공성 물질 설계…"에너지 저장 소재 개발 가능"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다성분 다공성 물질(MTV) 설계에 성공했다. 20 큐비트, 100만~200만 개 조합의 수를 확인한 수준이지만,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지한 교수 연구팀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최대 2백만 가지 다성분 다공성 물질(이하 MTV)의 설계 공간을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김지한 교수는 "향후 큐비트 확장이 가능하다"며 "차세대 촉매·분리막·에너지 저장 소재 개발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교수는 "MTV분야에서의 양자컴퓨팅을 이용한 설계는 세계 처음"이라며 "소재 디자인 틀에서의 양자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MTV는 두 종류 이상의 유기 리간드(링커)와 금속 클러스터와 같은 빌딩 블록 물질 간의 결합을 통해 형성되는 구조를 말한다. 에너지 및 환경 분야에서 많이 활용된다. 다양한 구성 조합을 통해 새로운 구조를 설계 및 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스 흡착, 혼합가스 분리, 센서, 촉매 등에 적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복잡한 다공성 구조를 '지도 위에 그려진 연결망(그래프)'처럼 표현한 뒤, 각 연결 지점과 블록 종류를 양자컴퓨터가 다룰 수 있는 큐비트로 바꿔 넣었다. 그리고 '어떤 블록을 어느 비율로 배치하면 가장 안정적인 구조가 될까?'라는 문제를 양자컴퓨터에게 풀도록 했다.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가지 경우를 겹쳐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수백만 가지 레고 집을 한 번에 펼쳐놓고 그중 가장 튼튼한 집을 빠르게 골라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이 덕분에 기존 컴퓨터가 하나씩 다 계산해야 했던 막대한 경우의 수를 훨씬 적은 자원으로 탐색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한 MTV 다공성 물질 설계 모델과 QC-MTV 해밀토니안 모델(Hamiltonian model for VQE algorithm)을 직접 개발했다. 해밀토니안 모델은 큐비트 조합을 다공성 물질에 맵핑, 최적의 조합을 찾는 비용함수다. 연구팀은 또 실제 보고된 MTV 구조 4가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시뮬레이션 뿐만 아니라 IBM 양자컴퓨터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와 '실제로도 잘 작동한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지한 교수는 "향후 머신러닝과 결합해 단순한 구조 설계뿐 아니라 합성 가능성, 가스 흡착 성능, 전기화학적 특성까지 한 번에 고려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 연구는 복잡한 다성분 다공성 소재 설계의 병목을 양자컴퓨팅으로 해결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번 성과는 탄소 포집·분리, 선택적 촉매 반응, 이온전도성 전해질 등 정밀 조성이 핵심인 분야에서 맞춤형 소재 설계 기술로 폭넓게 응용될 전망"이라며 "향후 더 복잡한 시스템에도 유연하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는 생명화학공학과 강신영·김영훈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화학회지(ACS Central Science) 8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