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선언 30주년…이재용표 '뉴삼성' 발표 기대감↑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7일로 30주년을 맞았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긴 이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원 수백명을 대상으로 '신경영 선언'을 선포했다. 그는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신경영 선언은 재계 안팎에서 삼성이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삼성은 '신경영 선언'을 한 이듬해인 1994년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 개발에 성공한 후 반도체 굴기를 일으키며, 연 매출 300조원을 버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5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구미 사업장에서 휴대폰 등 불량제품의 '화형식'을 한 것도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당시 불태운 제품의 값어치만 시가로 500억원에 달한다. 대대적인 혁신과 체질 개선에 나선 결과,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사업자이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사업자가 됐다. 1987년 11월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조원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제 무려 420조원을 웃돈다. 삼성은 국내 1위 기업이자 재계 서열 1위인 대기업집단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서 18위(2022년 기준)를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신경영 선언은 삼성이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과거엔 사내방송 등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6월 7일을 기념했다. 하지만 이 선대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부터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올해 역시 조용하게 지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은 새로운 시대상에 걸맞는 '뉴 삼성' 비전 찾기에 고심 중이다. 화려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글로벌 CEO들과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고, 현대차와 미래차 협력을 발표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선대 회장들이 압축 성장과 전환 시대에 이룬 성과와 비교할 수 없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취임 1년이 되지 않은 이재용 회장이 연내 '제2의 신경영' 선언을 통해 향후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주력 먹거리인 반도체 사업은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을 견제하는 세력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의 위력에 밀리고 있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도 없다. 미래 전략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이 현장 곳곳 찾아 발로 뛰며 새로운 도전과 미래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0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글로벌 복합 위기를 타개할 해법 찾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DS) 부문은 20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20~22일 진행한다. 이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고 추후 결과를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