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치료 새 장 열까? 머신러닝으로 뇌 통증 신호 읽었다
신경 이상으로 인한 만성통증은 현대인을 가장 괴롭히는 질병 중 하나다. 하지만 뚜렷한 치료법이 없고, 각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국 연구진이 만성통증 환자의 뇌 신호를 머신 러닝으로 분석,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통증의 발생 과정을 이해하고, 통증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개발해 관련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이 연구는 22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실렸다. 연구진은 뇌졸중이나 사지절단 수술의 후유증으로 만성통증을 겪는 환자 4명의 뇌 속 전대상피질(ACC)과 안와전두피질(OFC) 부위에 뇌 신호를 기록하는 전극을 심었다. 두 부위는 통증 감지 및 이와 관련된 감정 처리 등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3-6개월에 걸쳐 환자의 상태와 뇌 신호를 꾸준히 기록했다. 실험 참가자는 자신이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강도와 형태, 감정에 미치는 영향 등과 함께 정기적으로 기록했다. 이때 환자는 리모트 컨트롤러로 전극을 작동, 그 순간의 ACC와 OFC의 활동 신호가 기록으로 남게 했다. 연구진은 기록된 뇌 신호를 머신 러닝 기법으로 분석, 뇌 신호를 바탕으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또 만성통증과 실험진이 외부에서 가한 일시적 통증도 구분할 수 있었다. 만성통증은 OFC와, 급성 통증은 ACC와 보다 강하게 연관돼 있었다. 이 연구는 뇌가 통증을 감지할 때 나타나는 뇌 활동의 패턴을 발견하는 첫걸음이라고 연구진은 의미를 부여했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주관적 보고에 의지하는 기존 통증 진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통증의 객관적 측정을 가능케 할 바이오마커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증에 대한 '바이오마커' 발견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치료법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통증에 반응하는 뇌의 활동을 이해함으로써, 아편성 진통제에 의존하는 현재의 통증 치료법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또 뇌 깊숙한 부분에 전극을 심어 뇌 활동을 자극하거나 억누르는 치료 기법인 뇌심부자극술(DBS) 연구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립 샌프란시스코대학 프라사드 시르발카 교수는 "통증은 생명체가 갖는 가장 본질적 경험 중 하나지만 통증에 대한 이해는 아직 매우 미비하다"라며 "뇌가 통증을 감지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고통에 대한 뇌의 반응을 조정해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만성통증을 앓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