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산업, 정부가 규모의 경제 실현 도와야"
국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 간 인수합병(M&A) 등 규모의 경제 실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학계 지적이 나왔다. 절대적인 시장 지배 사업자가 나올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정부가 정책적으로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벤처창업학회는 14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변화에 따른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영향'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첫 발제를 맡은 상명대학교 최영근 교수는 "콘텐츠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과는 산업구조와 경영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해외 콘텐츠 플랫폼과의 국내외 시장 경쟁을 위해 국내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창작 생태계의 선진화를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M&A를 통해 경쟁 기업을 배제하거나 신규 사업자 진입을 막고, 계열사를 우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새로운 창작자와 만남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M&A를 통해 누군가를 배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고객의 플랫폼 전환 비용이 적어 멀티호밍(복수서비스 가입)이 가능해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결국 콘텐츠 플랫폼 기업은 '갑'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한양대학교 강형구 교수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진정한 디지털콘텐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소외된 '플랫폼의 플랫폼'을 배출해 빅데크 기업들과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AI의 '챗GPT'를 비롯해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AI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개별 창작자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는 산업을 선도하기 어렵고, 또한 천문학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 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플랫폼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진행된 토론회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진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프레임으로 막게 되면 그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잃게 되고 도태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천대 전성민 교수는 콘텐츠 유통의 플랫폼화와 관련해 "플랫폼 기업 특성상 독과점 형태를 예전과 비교해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특히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개념은 콘텐츠 영역에서 상당히 중요한 개념인데, 하나의 콘텐츠(웹툰)가 여러 콘텐츠(영화·드라마·게임 등)화 돼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산업군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과연 독과점인지 새로운 앵글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회장은 "웹툰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생태계 생존력 입장에서 보면 M&A는 필요한 수단이자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등장할 수 있는 거대 웹툰 플랫폼들의 진입, 경쟁력이 있는 신생 플랫폼 견제 및 밸런스를 위한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해서라도 이런 확장 활동을 제한하거나 구속보다는 다양하고 활동적인 전략적 확장을 자율적으로 취할 수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조영기 사무국장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인수합병과 국내 콘텐츠 기업의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잣대에 대해서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영상 플랫폼이 한국에서도 나와야하지 않겠는가라는 이야기는 있었으나 실질적인 노력은 없었다"며 "세계적으로 보면 생존에서 밀려난 기업들은 다른 미디어 기업에 인수합병되는 모습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적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일부 측면에서의 문제점의 해결 방안으로서 미시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본질이라고 하는 측면들을 더 폭넓은 시각에서 보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정책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