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로봇 개선해 사람보다 나은 로봇 만들겠다"
“인간이 로봇과 공존하는 환경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분야보다도 특히 서비스업에 특화된 안전한 로봇을 생산하는 것이 저희 목표예요. 올해 로봇카페를 직접 차려 테스트를 해보니 여전히 개선할 점도 많았어요.” 노승준 로브로스 대표는 로봇 전공자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서비스 로봇의 가능성을 일찍 발견했다. 그는 수년 전 커피 로봇을 만들던 에일리언로봇에 합류하며 처음 로봇 스타트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20년에는 서비스 로봇 업체 로브로스를 창업했다. ■ "로봇 팔다가 서비스 개발로 사업 바꿔" 로브로스는 처음에는 로봇을 팔던 회사였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CJ푸드빌 빕스에도 로봇을 납품한 경험이 있다. 노 대표는 로봇 판매만 해서는 시장을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로봇 판매를 중단하고 직접 로봇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로브로스는 지난 1월에는 성수동에 로봇 카페 '베러댄유어스'를 열고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을 점포로 오게 만들고, 편안한 동선과 사용자 경험(UX)을 구현하는 일에 주목했다. 노 대표는 “로봇을 단순히 인건비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서비스 로봇을 도입해서 얻는 이익은 보통 사업자가 얻게 되지만, 이를 이용하고 돈을 내는 소비자들도 합당한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치란 제품 가격이 저렴하거나 로봇이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노 대표는 설명했다. 로브로스는 이 경험을 중시해 직원 12명 중 절반은 개발자로, 나머지 4명은 디자이너로 꾸렸다. ■ 로봇카페 '베러댄유어스' 이용해 보니 기자는 베러댄유어스에서 음료를 1잔 시켜봤다. 주문과 동시에 로봇 2대가 음료 제조를 시작한다. 한 대가 샷을 추출하면 다른 한 대는 얼음물을 준비하는 식으로 분업한다. 잠시 후 영수증에 인쇄된 QR코드를 로봇 앞쪽 카메라에 비추면 준비된 음료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는 주목할 점이 많다. 첫째는 로봇 2대를 동시에 활용해 주문 응대 시간을 단축한 점이다. 기존 로봇 카페는 대부분 1대 당 하나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또 키오스크와 음료 수령 장소, 냅킨 수령 장소 등을 원형 동선으로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점도 독특했다. 좁은 테이크아웃 매장에서 소비자를 배려한 설계가 느껴졌다. 하드웨어는 HD현대로보틱스 로봇 팔을 활용하고 있었다. 노 대표는 “상황에 맞는 로봇을 쓰고 있고, 어떤 로봇을 활용하는지는 국한되지 않는다”며 “다만 아직까지 사용하던 어떤 로봇도 서비스업에 완전히 적합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서비스 환경에서 왜 꼭 '매니퓰레이터(로봇 팔)'라는 형태를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차지하는 공간도 크고, 아직 작업 속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로브로스는 새로운 컨셉의 로봇을 개발 중이다. 연내 컨셉 일부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첫 기관투자도 유치했다. 이번 시드 라운드 투자는 16억원 규모다. 스틱벤처스, 프라이머사제, GS리테일 등 대형 벤처캐피탈(VC) 3곳이 참여했다. 투자금은 자체 로봇 개발과 서비스 매장 고도화 연구 등에 쓸 예정이다. ■ "안전한 서비스로봇 만들어 시장 키우겠다" 로브로스는 올해는 베러댄유어스 2개 매장을 성수동에 추가 오픈하고, 카페 형태 테스트베드를 시작으로 서비스로봇 범주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안전한 로봇을 만들자'는 모토를 세우고 제어 기술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로브로스는 사람과 충돌하더라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토크 제어기술'과 강화 학습을 이용한 '로봇 시뮬레이션 기술', 비정형 물체를 자유자재로 잡고 움직일 수 있는 '핸드 제어기술' 등을 보유했다. 박현준 로브로스 CTO는 “로봇에 외부 힘을 가했을 때 순응하는 특성(컴플라이언스)을 주려면 보통 센서나 스프링과 같은 외부 장치를 더해야 한다”며 “이런 장치가 많아지면 가격도 비싸지고 높은 컴퓨팅 파워를 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브로스 제어기술은 이런 외부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제어기를 활용해 로봇을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서비스로봇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아직 시장 규모는 존재하지 않는 정도로 작다고 분석했다.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 안전한 로봇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최종적으로는 사람보다 효율성이나 안전성 면에서 더 나은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것이 노 대표의 목표다. 로봇 도입이 가속화되면 추후에는 가정용으로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노 대표는 내다봤다. 로브로스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다. 서비스 업계에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하는 요즘, 노 대표가 가진 철학이 로봇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노승준 로브로스 대표 프로필- 1983년 출생- 미국 UCLA 국제학 학사- 전 SOFT99 미국법인 대표- 전 에일리언로봇 커피로봇 총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