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카드 쥔 삼성전자 노조, 이재용 회장과 대화 요구
삼성전자 노조가 삼성그룹 노조와 연대 투쟁을 선포하며 경영진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사측이 계속해서 노사협의회를 통한 무노조 경영과 다름없는 상황을 이어간다면 '파업'까지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전국 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노조)은 4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는 노조와 임금 교섭을 진행하던 도중인 지난 4월 14일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노조와 합의하지 않은 최종 교섭안을 발표했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상식적으로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협약을 체결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와 교섭 중인데도 직원들이 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임금조정안을 발표·적용하려고 한다”며 “초라한 임금인상보다 큰 문제는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와 협상을 진행 해 노조간 갈등을 부추기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무노조 경영 행태를 이어가려는 사측의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삼성이 노사협의회에 불법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손우목 노조 위원장은 "노사협의회에 임금과 직결되는 상위 고과를 부여하고, 명절마다 선물 지급, 통신비 지원은 물론 정기적인 술자리를 가지며 사측 입맛대로 움직이기 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사협의회는 직원을 대표하는 권한이 없음에도 임금 조정안에 합의하고 친사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사측과 합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지난달 노사협의회와 올해 평균 임금을 4.1%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그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최소 6% 이상)을 요구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최근 중노위가 '조정중지'를 결정함에 따라 노조 측은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50% 이상 찬성 시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삼성전자 1969년 창사 이래 54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해도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파업이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대화를 통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파업을 통해 삼성의 악행이 멈춰질 수 있다면 1만명 조합원들과 소통해 진행할 예정이다"며 "다만, 우리는 아직 경영진 이재용 회장과 정현호 부회장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금투쟁이 아니라 노조를 인정해달라는 투쟁으로 봐 달라"며 "노조를 인정하는 이재용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진심이었다면, 노사협의회가 아닌 노조와 임금 합의를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베트남 투쟁 계획도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다음 주 베트남에 가서 전 세계 140여개 노동조합이 모인 곳에서 삼성의 악행을 낱낱이 알리고 올 생각이다'며 "그다음에는 전국에 계신 11만명 직원들을 한명씩 만날 예정이며, 회장 자택 앞 노숙 투쟁 등 향후 투쟁은 삼성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만재 금속노련위원장은 "교섭이 계속 결렬되면 금속연맹이 6월 말 7월 초 총파업 투쟁할 때 같이 결합하기로 했다"며 "6월 인더스트리얼 총회를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같이 가는데 그때까지도 해결되지 않으면 불매운동까지 국제적으로 결의를 통해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