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간 최적화에 올인"…'카잔' 개발진이 전한 액션 설계 과정
“최적화는 멋진 기술이 아니라, 1년 넘는 반복 작업의 결과다. 프레임이 떨어지는 구간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고치고, 다시 테스트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이건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기획과 아트가 함께 도와줘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박인호 테크니컬 디렉터) 네오플 퍼스트 버서커: 카잔(카잔) 개발진은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입된 작업 중 하나로 최적화를 꼽았다. 약 16개월에 걸쳐 성능 개선을 이어왔으며, 콘솔과 스팀덱, UMPC 등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UI 조정, 리소스 배분, 메모리 대응 작업을 병행했다. 단순히 원활한 구동만이 아닌, 각 플랫폼에서의 몰입 경험을 보장하기 위한 설계라는 것이 개발진의 설명이다. 넥슨이 25일 카잔 얼리액세스(앞서 해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오플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카잔은 던전앤파이터(던파) 세계관의 다중 우주를 기반으로 한 하드코어 액션 RPG다. 카잔은 던파 세계관으로부터 800년 전을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제국의 대장군이자 귀검사의 선조인 카잔이 되어 몰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복수를 향한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넥슨은 지난 24일 판교 사옥에서 카잔 출시를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에는 네오플 윤명진 카잔 총괄 프로듀서,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이규철 아트 디렉터(AD), 박인호 테크니컬 디렉터(TD)가 참석했다. 이준호 디렉터는 “카잔은 한 인물의 개인적인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아라드 대륙에서 귀검사가 등장하게 되는 기원을 담고 있다”며 “원작 팬뿐 아니라 세계관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게임의 서사와 액션이 따로 놀지 않도록 설계 흐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설명이다. 전투는 카잔의 심리와 성장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초반부는 고문과 추방 이후의 상태에서 시작해 생존을 위한 신중한 전투가 중심이며, 게임이 진행될수록 스킬과 장비가 축적돼 더 직접적이고 역동적인 액션이 가능해진다. 이 디렉터는 “플레이어가 성장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체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기계적인 수치 상승이 아닌, 플레이 리듬 자체가 바뀌는 체험을 의도했다”고 덧붙였다. 게임 콘텐츠는 16개 메인 미션과 26개 서브 미션으로 구성되며, 진엔딩 기준 플레이타임은 약 80시간이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1회차에서도 진엔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이 디렉터의 설명이다. 카잔의 과거와 주변 인물들에 얽힌 정보를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가 결말을 좌우하게 된다. 보스 설계와 관련해 윤명진 프로듀서는 엠베스 지역의 '바이퍼'를 예로 들었다. 그는 “개발 초기에는 비교적 쉬운 보스라고 생각했지만, 내부 테스트 결과 다수의 인원이 클리어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밸런스를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느끼게 될 '벽'이 어디쯤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 프로듀서는 “카잔은 개인적으로 두 번째 신작 경험이다. 던파 모바일과는 개발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며 “모바일은 출시 이후의 운영을 전제로 했지만, 패키지 게임은 완성 그 자체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회상했다. “완성한 이후에는 다시 손댈 수 없다는 감각이 있었고, 그로 인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설계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시각 연출은 카툰 렌더링 기반으로 구성됐다. 이규철 디렉터는 “카메라 쉐이크 대신 피가 바닥에 쌓이거나 몬스터에게 튀는 등, 과하지 않으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스타일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카툰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처절한 전투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몬스터의 혈흔과 플레이어의 상태 변화까지 연출 요소로 활용했다. 박인호 TD는 “최적화는 기술적인 해결이라기보다 반복 작업의 결과”라며 “프레임 단위로 이슈를 추적했고, 다양한 콘솔 메모리 제약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러한 개발진의 노력 덕분에 카잔은 스팀덱과 UM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보이며, 최적화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카잔은 원작 던파를 기반으로 하되, 일부 설정은 가상 분기 구조(IF)로 설계됐다. 윤 프로듀서는 “카잔이 살아남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를 상상한 이야기”라며 “세계관의 핵심 설정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서사를 시도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게임 내에서는 DNF 명칭을 의도적으로 제외해, 원작을 알지 못해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이준호 디렉터는 “주요 시네마틱을 통해 기본적인 플레이 동기를 전달하고, 배경 설명은 아이템 설명이나 카잔의 기억 시스템 등으로 보완했다”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엔딩 루트에서는 원작과의 연결성도 일부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무기 밸런스는 무기별 클리어 시간이나 사망률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정이 이뤄졌으며, 출시 이후에도 피드백을 반영한 패치가 예정돼 있다. 이 디렉터는 “현재 상태는 최적의 밸런스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조정 시에는 버프 중심의 방향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프로듀서 또한 “유저가 자신의 손에 맞는 빌드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추천 빌드나 가이드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LC 계획과 관련해 윤 프로듀서는 “확장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무기를 개수보다 깊이 있게 설계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본편 완성도 유지와 초기 대응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차 플레이는 캐릭터 빌드 확장과 아이템 파밍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 디렉터는 “단순 반복이 아닌, 새로운 조합을 실험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도전 난이도에 특화된 콘텐츠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윤명진 프로듀서는 “카잔은 우리가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IP 확장”이라며 “던파를 경험하지 않았던 글로벌 이용자에게도 진입점을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