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아티스트 사라진다..."음원 '내돈내듣'으로 지켜야"
많은 사람들이 멜론과 유튜브뮤직, 바이브 등으로 음악을 쉽고 편하게 듣는 시대다. 또 스트리밍 방식의 음원 시장이 정착되면서 가수·실연자·저작권자 등에게 예전보다 투명하게 수익이 돌아가게 됐다. 반면 수익 정산 방식의 공정성을 놓고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음악이 재생된 횟수에 따라 비례해서 수익을 배분할 것인지, 이용자가 들은 음악의 가수에게 재생 횟수나 비례와 무관하게 수익을 배분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두 정산 방식에 있어 가수에게 돌아가는 수익 구조는 이렇다. 이용자 A, B 모두 1만원을 내고, 음원 a, b를 각각 20·80회씩 재생한다면, 서비스 이용료(2만원)를 재생한 수치(총 100회)로 나눈 뒤 가수에게 나눠주는 형태다. 가령 이용자 A가 음원(a)을 20번 들었다면 가수는 4천원(2만원 중 20%)을, 80번 재생된 b에 대해서는 1만6천원(2만원 중 80%)을 벌게된다는 얘기다. 흔히 멜론과 지니뮤직, 플로 등에서 쓰는 비례배분 방식이다. 실제 가수가 아닌, 인기 순위 상위권에 있는 가수가 더 많은 수익을 버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바로 '내돈내듣(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방식의 인별정산이다. 이용료는 이용자가 들었던 음원 가수에게 그대로 지급된다. 재생 비중 관계없이 a, b 가수는 1만원을 수익화할 수 있다. 가수 입장에서 내 곡이 꼭 순위권에 노출되지 않더라도, 입소문 등을 타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다면 그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 네이버 바이브는 이런 인별정산 방식을 바탕으로 한 VPS(VIBE Payment system)를 2020년 도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별정산을 선택사항으로 추가한 징수규정 개정안을 9월 최종 승인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 등 신탁단체가 음원 저작권료를 징수해, 아티스트에게 이익을 분배할 수 있게 된 것. 지디넷코리아가 만난 음실련 이정현 이사는 드라마 '장밋빛 인생' '애정의 조건' '각시탈' 등 OST 작업부터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애국가를 선창한 테너다. 배우 주원과 각시탈 OST '심판의 날'을 공연하며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새 앨범 '새날의 노래'를 발매했다. “성악가이자, 음실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실련은 실연자 권익 옹호 단체입니다. 주변에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많아요. 한데 월수입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생활고에 시달리다 안타까운 일을 당한 음악인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정당한 대가와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내돈내듣' 인별정산…“양질 음악 살아나는 음원 시장” 인별정산 방식인 바이브 VPS가 전 음원 플랫폼에 적용돼야 한다고 이정현 이사는 말한다. 선호하는 음악,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정당하게 음원료를 지급할 수 있어서다. 비례배분이든, 인별정산이든 실제 음악을 듣는 이용자가 체감할 만한 차이점은 미미하다. 단, 인별정산 방식을 통해 '내 가수'가 사랑받고, 양질의 음악이 살아나는 깨끗한 음원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이 이사는 강조했다. “인별정산 방식으로 '음원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굳이 듣지 않은 음악에는 이용료가 책정되지 않아, 실력 있는 아티스트 한 명 한 명이 커나갈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자연스레 비주류 음악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거죠. “주류 음악 근간은 비주류 음악…부실연자 존중받아야” 주실연자인 가수 뒤에는 기타와 피아노, 베이스 등 연주로 음악을 지탱하는 부실연자가 있다. 옆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방송에서 배경음악이 나오면, 자막으로 부연 설명을 한다고.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부실연자들이 존중받는 문화는 형성되지 않았다고 이정현 이사는 아쉬움을 표했다. “오래된 노래들 가운데 부실연자를 파악할 수 없는 사례가 부지기수예요. 음원 스트리밍으로 실연자는 6.25%, 저작권자는 10.5%를 배분받습니다. 나머지는 제작자와 회사에 돌아가죠. 실연자 몫 6.25%는 또 실연자와 부실연자가 각각 6대 4 비율로 나눠 가집니다. 사실 흔히 듣는 주류 음악의 근간은 비주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지지대인 거죠. CD 음악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 주류-비주류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어요. K팝은 있는데, K클래식은 없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죠. K팝 성장이 가속하려면, 주류-비주류 음악이 동반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멜론·음저협 등 업계 힘 실어주길” 국내 음원 플랫폼 선두주자인 멜론은 비례배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이용자가 많은 지니뮤직, 플로 등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유튜브뮤직이 급속도로 내수 음원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 음실련보다 원저작자와 이용료 징수를 논한다고 이 이사는 말했다. 이 이사는 이들에게서 저작인접권료를 징수해 한국 음악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바이브의 경쟁사 입장에서는 인별정산 방식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일 수 있어요. 다만 한국 음원 시장 발전을 위해, 산업계 모두 여기에 동참하길 원합니다. 아티스트를 배제하면 K팝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이따금 느끼고 있어요. 사업자들과 신탁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 힘을 모아야 합니다. 한국 음악이 진일보하고 아티스트들이 함께 커나가는 음원 생태계로 자리매김하는 데 음실련도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