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럽과 다른데"...플랫폼 추가 규제 우려↑
유럽연합(EU)에서 디지털서비스법(DSA)·디지털시장법(DMA) 등 플랫폼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두 가지 법안과 유사한 국내법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김건 의원실, 한국공법학회 ICT와 공법연구포럼은 28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플랫폼경제시대 경제안보의 주요이슈와 대응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재광 한국공법학회 학회장은 "디지털 플랫폼이 현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경제적, 안보적 과제들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제 안보를 지키고 글로벌 규제 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세미나는 이런 중대한 이슈들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미래를 향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세미나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대격변의 시기에 걸맞는 전략과 실천 과제를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오늘 세미나에서 디지털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각계의 역할 및 실천 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U 법 그대로 따르는 것 적절치 않아...韓 디지털 경제 안보 전략 필요 이날 발제에서 심우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DSA와 DMA를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EU는 디지털 싱글 마켓 전략 때문에 보안 문제 해결, 역 내에 디지털 경제 단일 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 등을 위해 로드맵에 따라 DSA, DMA를 마련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EU는 미국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플랫폼 진흥보다 규제에 신경쓸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DSA와 DMA는 EU가 EU 역내 사회와 시장 상황을 감안해 내놓은 법안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는 EU 법안의 핵심조항을 빼서 법을 만들고자 하는데, 우리나라의 사회·경제·문화적 상황이 EU와 동일하다는 것이 전제돼야 법안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결과로서 나온 것(DSA·DMA)을 단순히 가져오려고 하면 안 되고 EU만큼 심도 있게 현안분석을 해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한국형' 디지털 경제 안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플랫폼 분야에서 엄청난 역량을 가진 국가임에도 정부는 디지털 경제 안보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바텀업으로 연결돼 있는 디지털 경제 안보 전략을 만들어 달라"고 정부 측에 촉구했다. 새 법 굳이 필요할까...필요하다면 개별 법안으로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플랫폼 규제에 대한 신법 도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계인국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율 규제는 사실 위장된 자율 규제"라며 "DMA·DSA를 따라하겠다고 법안이 쏟아져 나오지만 EU보다 더 안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플랫폼 콘텐츠 규제는 '엄격 후견주의'에 해당한다. 엄격 후견주의란 규정 미준수시 형사처벌을 하는 등 국가 통제 우선주의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독립 규제'로 평가되는 EU의 규제 방식과 구분된다. 계 교수는 "세계 자유 지수가 낮을 수록 엄격 후견주의 방식을 채택하는데, 자유지수가 높은 한국이 엄격 후견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면서 "EU가 플랫폼을 강력하게 규제한다는 이야기를 갖고 우리가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지금 시기에 플랫폼 규제법은 정답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계속되는 규제 논쟁 때문에 플랫폼 기업의 심리가 위축된 상태인데 심리가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역설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정거래법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신법은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플랫폼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종합해 다루는 하나의 법안이 아닌, 각 사안에 대해 규정하는 개별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희정 한국규제법학회 학회장은 "사회적 규제 이슈와 경제적 규제 이슈가 서로 다르고 경쟁 활성화 관련 규제와 가격에 관여하는 규제 또한 각각 다르다"며 "플랫폼의 부정적 문제를 일괄해 하나의 법안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먼저 문제 중심적으로 각각 문제에 대해 충실하게 대응하다가, 통합적으로 처리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법을 마련하고 그렇지 않은 문제는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외국에 DMA나 DSA를 좋은 수단이라 해서 앞다퉈 규제법이 나오고 있는 상황은 저희 부서 입장에서 우려가 크다"며 "규제가 플랫폼 성장의 싹을 잘라 버리는 우를 범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통신정책관은 "정부에서 플랫폼 자율규제 범부처 민간 협의체를 운영하며 자율 규제 방안을 만드는 중"이라면서 "이를 통해 법적 규제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율적으로 시장이 잘 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 심의관 겸 경제안보외교센터장은 "경제안보센터에서 공급망, 핵심기술, 수출통제 등을 위주로 반도체, 배터리,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많이 집중해 왔다"며 "플랫폼 규제 동향에 대해 경제 안보 차원에서 어떤 방향성을 잡아야 할 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문제를 바라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