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30년 1000단 낸드 개발...단수보다 제품 적기 출시 중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 기술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이종명 부사장이 낸드(NAND)는 단수보다는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10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의 기조연설 후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최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낸드플래시의 단수를 삼성전자 보다 빠르게 높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낸드 제품 기술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 부사장은 "낸드에서 단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결국은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을 언제 내놓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은 2030년까지 1000단 낸드 개발을 목표로 지속해서 기술을 향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낸드는 미세한 공정으로 한 반도체 안에 저장공간(셀)을 최대한 많이 밀어 넣는 방식으로 개발돼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서로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셀들 사이에 간섭현상이 벌어지면서 한계를 맞닥뜨렸다. 삼성은 2013년 낸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뒤, 평면 단의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뚫어 각 층을 연결하는 23단 'V낸드' 기술을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100단 이상 6세대 V낸드까지 세계 최초 자리를 도맡아 왔다. 그러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128단에 다다랐고, 2020년 마이크론이 176단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238단 낸드를 개발 완료했고, 올해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며 300단 낸드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지만, 삼성전자는 낸드를 단순히 높게 쌓아 올리는 것만이 기술력의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낸드 적층 기술은 가장 아래에 있는 셀과 맨 위층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싱글 스택과 묶음 두 개를 하나로 합친 더블 스택으로 나뉜다. 셀을 묶는 구멍을 적게 뚫을수록 데이터 손실이 적고 전송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싱글 스택은 더블 스택보다 우수한 기술로 평가된다. 마이크론은 '더블 스택' 공정 기술을 사용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기술력이 높은 '싱글 스택' 기술을 사용한다. 즉, 같은 단수라고 해도 삼성전자의 3D 낸드가 경쟁사 대비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우수하다. 지난해 5월 송재혁 삼성전자 플래시 개발실장(부사장)은 뉴스룸을 통해 "삼성전자는 한 번에 100단 이상을 쌓고 10억개가 넘는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싱글스택 에칭' 기술력을 가진 유일한 기업이다"라며 "향후 높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초고단으로 갈 수 있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36단 8세대 V낸드 양산을 본격 시작하며 200단 이상에서도 '더블스택' 기술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최초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기반으로 초도 물량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3나노 2세대 제품을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3나노 2세대 공정 기술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이 부사장은 "더 좋은 기술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아직은 결과를 발표하기에는 이르다"라며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좋은 결과를 드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