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中 장비 수출 통제 완화 기대
우리 정부가 미국과 반도체법, 수출통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서 한국 기업투자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관련 업계가 중국 장비 수출 통제 조치가 일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만큼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 장비 회사 대표는 28일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빼고는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넣게 하지 않겠느냐”며 “유예 조치가 오는 10월까지이므로, 조만간 자세하게 결판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EUV 노광 장비는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미세 회로를 그리는 데 꼭 필요한 장비다. 네덜란드 ASML이 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국내외 반도체 기업은 2~3나노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으로 미국을 찾은 계기로 이같은 기대감을 키웠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1차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를 열고 미국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중국 수출 통제를 이행할 때 기업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양국은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1년 포괄 허가가 만료돼도 세계 반도체 공급망 교란을 최소화하고,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예측할 수 있는 수출 통제 조치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에서 기술 유출을 철저히 관리하는 점과 중국에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 공장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법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개별 기업이 협상하는 데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서병훈 삼성전자 IR(Investor Relations) 담당 부사장은 27일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원 의무 사항을 우려하는 업계 의견을 듣고 개별 기업과 협상하기로 했다”며 “삼성전자도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은 26일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장기적인 지정학적 위협, 시장 수요, 운영 효율성 등을 둘러싼 중국 공장 운영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장비 수출 통제 유예가 최대한 연장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겠다며 중국에서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들이지 못하게 통제했다. 한국은 유예 기간 1년을 받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가동하는 공장도 예외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