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GPT' 개발 주역 떠나고 '칼로'도 접는 카카오…"AI 재정비"
카카오가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 재정비에 나섰다.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코GPT' 개발·출시에 힘을 쏟기보다는, AI 전략을 재정비하고 카카오만의 새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코GPT 개발을 주도해온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가 회사를 떠나고 견고한 자체 AI 모델이 없어 시장의 우려도 있지만, 카카오는 차별성을 지닌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각오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 사임…'칼로'도 서비스 종료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13년 동안 밥 벌어먹게 해준 카카오. 좋은 사람들과 세상에 내놓을 좋은 서비스와 기술을 고민했던 행복한 순간들”이라며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카카오에서 배웠다”고 사임 소식을 알렸다. 김 대표는 2012년 카카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해 딥러닝 알고리즘 연구팀을 이끌다가 2021년 카카오브레인 대표로 선임됐다. 1988년생인 그는 선임 당시 카카오 본사, 주요 계열사 중 최연소 대표로 선임되며 이목을 끌었다. 카카오브레인이 카카오에 흡수 합병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카카오브레인에 남아있을 예정이었다. 그러다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것. 김 대표는 AI 스타트업 '오픈리서치'를 창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브레인 소속 개발자 일부도 김 대표와 함께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브레인이 카카오에 합병되며 일부 구조조정이 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으나, 이에 대해 카카오는 헬스케어 사업부를 제외한 카카오브레인 인력 전원이 카카오에 합류했으며 김 대표 사임은 순수한 본인 의지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이날 생성 AI를 활용한 프로필 제작 서비스인 '칼로'를 7월 31일부로 종료하겠다고도 공지했다. 카카오의 새로운 AI 서비스 방향성에 맞게 서비스 재정비를 위해 칼로를 종료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브레인 영업양수도 과정에서 관련 사업을 담당하 직원들은 전적 동의를 거쳐 카카오로 이동을 완료했다”며 “김일두 대표는 퇴사 후 새로운 도전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코GPT 2.0 공개 '아직'…"연내 카카오다운 AI 서비스 선보이겠다" 2022년 말부터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전 세계에서 생성형 AI 열풍이 불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도 AI 기술력 입증을 요구 받았다. 이에 지난해 8월 네이버는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대화형 서비스 '클로바X', AI 챗봇 서비스 '큐(Cue:)'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한국형 언어모델 '코지피티(KoGPT) 2.0'를 공개하기로 했으나, 아직 실체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카카오브레인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김일두 각자 대표는 김병학 AI 태스크포스(TF)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됐다. 카카오는 올해 3월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이상호 최고AI책임자(CAIO)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상호 CAIO는 LG전자·NHN·다음 등에서 음성인식 관련 서비스와 검색 서비스 개발에 참여해왔으며, 11번가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기반 언어 모델·이미지 생성 모델 등 영업 양수도 안건을 의결하고, 이달 조직을 통합했다. 이달 초 카카오브레인 임직원들은 카카오에 합류했으며, 카카오는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했다. AI 전담 조직은 ▲AI 서비스 중심 '카나나엑스' ▲AI 모델 개발 중심 조직 '카나나 알파'로 구성된다. 해당 조직 신설로 CAIO 직책은 폐지되고, 이상호 전 CAIO가 카나나엑스를 이끄는 프로덕트오너(PO), 김병학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는 카나나 알파를 이끄는 펑션오너(FO)를 맡게됐다.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와의 조직 통합 과정에서 헬스케어 사업만 남게 됐다. 카카오는 코GPT 2.0 언어 모델 자체를 공개하는 대신, 연내 AI 서비스를 공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11일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도 가장 나다운 해답을 찾는 AI 서비스를 고민 중”이라며 “연내 카카오다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정 대표는 당시 행사에서 “애플을 보면 결국 AI 시대에는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이 꼭 '위너'는 아닐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싸움은 어쩌면 언어 모델의 싸움이었다면, 이제 결국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의미 있는 서비스로 넘어가는 게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발언을 두고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언어모델 개발보다는 메신저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세계개발자회의(WWDC24)에서 애플은 오픈AI 파트너십을 통해 음성 비서 '시리'에 챗GPT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AI 경쟁력이 타사 대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애플이 직접 생성형 LLM을 구축하기보다, 오픈AI 솔루션을 가져와 쓰겠다고 밝힌 셈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도 AI 사업에 있어 애플과 비슷한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대부분 IT 서비스에 AI가 붙는 상황이 오게 될 텐데, 견고한 자체 AI 모델이 없으면 타사에 지급해야 하는 사용료가 엄청날 것”이라며 “외산 모델을 빌려와 사용하는 것이 당장의 이득은 있을 수 있지만, 성능과 비용 측면에서 결국 자체 모델이 얼마나 튼튼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