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측정 정밀도, 양자물리학 허용 한계치 도달"
양자 한계 정밀도를 가진, 현존 장비로는 최고 수준의 길이 측정 시스템이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은 길이형상측정그룹이 양자물리학이 허용하는 한계 수준의 정밀도를 갖는 길이 측정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야외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을 정도로 이용이 간편, 차세대 길이 측정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현재 가장 정확한 길이 측정 장비는 1미터(m)의 기준이 되는 '길이측정표준기'이다. 이는 단파장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해 길이를 측정한다. 1~10나노미터(㎚, 10억 분의 1 m) 수준의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 다만, 이 측정기는 단파장 레이저 파장 범위가 좁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길이가 매우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광 주파수 빗(Optical Frequency Comb) 간섭계'를 이용해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의 정밀도를 길이측정표준기 수준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에 광 주파수 빗 간섭계를 적용하는 방식을 새로 고안했다. 광 주파수 빗은 피아노 건반처럼 일정한 간격을 갖는 수천 개의 주파수로 구성된 빛의 다발이다. 기존 간섭계의 광원들과 달리 광 주파수 빗은 파장 범위가 넓으면서도 파장의 배열은 매우 일정한 간격으로 정돈되어 있어 긴 거리도 한 번에,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광 주파수 빗 분광 간섭계 기반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은 길이측정표준기의 정밀도와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의 간편함을 고루 갖췄다. 시스템 정밀도는 0. 34나노미터로, 현존 장비 중 최고 수준이자 양자물리학에서 도달 가능한 한계 수준이다. 측정 속도는 4만분의 1초인 25마이크로초(μs, 100만 분의 1초)로 야외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을 만큼 빠르고 간편해 국내 첨단 산업 현장의 길이 측정 정밀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차세대 길이측정표준기로 등재할 수 있도록 장비의 측정 불확도를 평가하고 성능을 지속 개선하는 등 후속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KRISS 길이형상측정그룹 장윤수 선임연구원은 “AI반도체·양자기술 등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나노미터 단위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라며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가 차세대 길이표준을 제시하는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KRISS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광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레이저앤포토닉스 리뷰(Laser&Photonics Review)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