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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창립 62주년 맞아 '신뢰 정보' 가치 강조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의 급속한 확산으로 정보 생산·유통 구조가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62주년 기념식을 열고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인 사실 확인과 공정보도의 의미를 다시 짚었다. 한국기자협회는 창립기념일인 8월 17일을 앞두고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62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언론계와 정관계 인사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AI 기술 고도화와 신규 미디어의 확산으로 정보량은 폭증하고 있지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실 정보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자들이 기자협회를 중심으로 신뢰와 공정이라는 언론의 핵심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언급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이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환경에서 취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현장의 비판과 문제 제기를 정책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고 전했다. 조정식 국회의장도 AI 대전환기를 맞아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출처 불명 콘텐츠가 대량 확산되는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 기술 수준이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진실을 발굴하는 출발점은 결국 기자들의 현장 취재와 검증 활동에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조 의장은 AI가 언론사의 취재 결과물과 기사 데이터를 활용하는 문제에 대한 언론계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향후 AI 기본법 관련 후속 논의 과정에서 현업 기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사는 시민의 삶을 지키고 공동체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국회 역시 언론 환경 개선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기념사에서 협회 창립의 역사적 의미를 환기했다. 그는 1964년 군사독재 시기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구심점으로 출범한 기자협회의 정신이 오늘의 협회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하며, 선배 언론인들의 투쟁과 신념, 실천이 지금까지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기자협회 5대 강령인 ▲언론자유 수호 ▲기자 자질향상 ▲기자 권익옹호 ▲조국의 평화통일 ▲국제교류 강화를 다시 상기시키며, 언론자유는 한 번 획득하면 영구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지속적인 각성과 실천을 통해 지켜내야 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회원들 역시 언론자유와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해 계속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협회 발전에 기여한 인사에 대한 감사패 전달도 진행됐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신용회복위원장과 백종우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은경 원장은 수상 소감에서 "제가 기자 분들께 감사패를 드려야 하는데 거꾸로 상을 받게 돼 송구스럽기도 하고 감개무량하다"며 "앞으로 저희와 기자협회의 가치 실현에 더 많은 기자 분들께서 동참해주시면 사람 살리는 금융으로서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백종우 단장도 "정신건강보도 가이드라인을 기자협회와 함께 만들어 현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며 "의사보다 기자를 훨씬 많이 만나다 보니 기자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62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저희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행사 후반에는 '서재필방' 4행시 공모전 시상식도 열렸다. 기자협회는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프레스센터 내 기자실을 새롭게 개관하고, 서재필 선생의 언론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공간명을 '서재필방'으로 정했다. 이후 7월 말 창립 62주년과 기자실 개관을 기념해 '서재필방' 4행시 공모를 진행했으며 총 270건의 응모작 가운데 우수상 3건과 장려상 27건을 선정했다. 기념식의 마지막 순서로는 협회 창립 당시 채택된 선언문 낭독이 진행됐다. 박지은 강원도민일보 기자와 손석민 SBS 기자는 "정의와 책임에 바탕을 둔 우리들의 단결된 힘은 어떠한 권력, 어떠한 위력에도 굴치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며 "일선 기자들은 오늘 기자협회를 창립한다"는 선언문을 낭독하며 초심과 시대적 책무를 다시 환기했다.

2026.08.14 15:28남혁우 기자

AI 기자, 속보 경쟁서 인간 기자 앞섰다

인공지능(AI) 기자 만으로 운영되는 매체가 주류 언론보다 주요 소식을 먼저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AI가 뉴스 취재와 보도 영역에서도 인간 기자를 앞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언론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와이어드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AI 기반 매체 '런타임와이어(RuntimeWire)'가 지난주 열린 '블랙햇 사이버보안 컨퍼런스'에서 오픈AI 연구원들의 발표 내용을 주요 언론보다 먼저 보도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런타임와이어는 당시 오픈AI 연구원들이 공개한 내용을 현장에서 가장 먼저 기사화했다. 오픈AI는 이날 AI 에이전트가 '허깅페이스 해킹 사태'에 앞서 진행된 사내 사이버보안 테스트에서 인프라의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악용한 사례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특히 AI 에이전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시스템 취약점을 서로 공유했으며, 자신들만의 '해킹 비밀게시판'까지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잇따라 이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런타임와이어는 가장 빠르게 보도한 매체인 와이어드보다 3시간 먼저 해당 소식을 전했다. 런타임와이어의 이번 보도는 AI 챗봇 등장과 온라인 검색 트래픽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미디어 업계에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경쟁 매체보다 빠르게 새로운 흐름을 포착하고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는 것이 기자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AI가 가진 정보 처리 능력은 상당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기즈모도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의미 있는 신호를 찾아내는 데 강점을 가진 대형언어모델(LLM)이 인간 기자들이 놓칠 수 있는 뉴스거리를 포착하는 데 이론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했다. 런타임와이어는 바로 이러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AI 뉴스 플랫폼이다. 오스틴에 기반을 둔 기업가이자 기술 투자자인 라이언 머켓이 지난 5월 설립한 이 회사는 AI의 빠른 정보 처리 능력과 최소한의 인간 편집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룸을 표방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뉴스의 품질보다 속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런타임와이어의 기사는 인간 기자가 작성한 기사와 비교하면 다소 밋밋하고 기계적인 어조를 띠며, 기존 언론사 뉴스룸에서 기대할 수 있는 독창적인 통찰이나 심층 취재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런타임와이어가 설립된 지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은 만큼 현재의 성과만으로 AI 기반 뉴스룸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AI 모델의 글쓰기와 정보 취합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데다 향후 사실관계 검증과 정보 왜곡을 줄이는 기술까지 고도화될 경우 AI를 활용한 뉴스룸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2026.08.13 14:27이정현 미디어연구소

BMW 더 뉴 iX3, 자동차기자협회 8월의 차 선정

BMW의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BMW iX3'가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하는 '2026년 8월의 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6일 올해의 차 선정위원회 심사 결과 더 뉴 BMW iX3를 8월의 차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매월 출시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대상으로 디자인, 주행 성능 및 에너지 효율성, 안전·첨단 주행 기술, 인포테인먼트, 공간 활용성, 가격 경쟁력, 종합 상품성 등 7개 부문을 평가해 이달의 차를 선정한다. 이번 심사에서는 BMW 더 뉴 BMW iX3와 링컨 올-뉴 링컨 네비게이터가 후보에 올랐으며, 더 뉴 BMW iX3가 70점 만점에 58.7점을 받아 최종 선정됐다. 더 뉴 BMW iX3는 주행 성능 및 에너지 효율성 부문에서 9점을 받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 시스템, 가격 경쟁력 및 상품 가치 부문에서는 각각 8.7점, 안전·첨단 주행 기술과 종합 상품성 및 구매 매력도 부문에서는 각각 8.3점을 기록했다. 원선웅 올해의 차 선정위원장은 "더 뉴 iX3는 BMW가 10년을 준비해 온 노이에 클라쎄 프로젝트의 첫 결실로, 전용 전기차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주행 성능과 충전 효율의 진보가 돋보이는 모델"이라며 "국내 인증 기준 611㎞의 1회 충전 주행거리와 350~400kW급 초급속 충전 기능은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합 컴퓨팅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주행 감각과 넉넉한 2열 공간, 미니멀한 실내 디자인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2019년부터 매월 이달의 차를 선정하고 있으며, 수상 차량에는 대한민국 올해의 차(K-COTY) 최종 심사 1라운드에 직행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달에는 토요타 올 뉴 RAV4가 이달의 차로 선정됐다.

2026.08.06 10:11김재성 기자

유용균 단장 "2035년되면 과학자가 곧 하나의 연구소"

"연구소는 더 이상 건물이 아니다. 모든 과학자가 곧 하나의 연구소다." 유용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가과학AI연구센터 단장이 지난 28일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이은정)가 주최한 '2026 과학기자대회'에서 AI의 미래를 이 같이 전망했다. 국가과학AI연구센터는 현재는 단 형태이지만, 오는 8월 1일부터는 정식 센터로 발족한다. 센터 운영도 유용균 단장이 그대로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AI발전과 인간 과학자의 역할 변화' 주제 발표에서 유 단장은 전국의 과학자들 책상 위에 하나의 연구소가 놓여질 시기로는 2035년을 에상했다. 지금부터 9년 뒤다. 유 단장은 "대학생도 신임 연구자도, 배테랑도 모두가 자기만의 자율연구 공간에서 자유롭게 탐구하고 연결하고 성과를 만드는 각자의 책상위에 하나의 연구소를 두는 플랫폼이 생길 것"이라며 "나아가 인공지능끼리 알아서 연구하고 논문쓰고, 진화하는 시대가 곧 온다"고 전망했다. 유 단장은 또 "2022년 초등생보다 못하던 인공지능 수준이 2024년 9월, 처음으로 인간의 IQ를 초월했다"며 "2025년 7월엔 국제수학 올림피아드 금메달 수준, 8월엔 서울대학교 학생보다 알고리즘을 더 잘 짜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성형 AI의 진화속도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오픈AI가 화학실험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유 단장은 "누구나 에이전트 AI OS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국가과학AI연구센터는 올해 내 과학 AI운영체제 시제품 서비스를 일부 가동해보고, 내년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패널토론에서는 류준영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장 사회로 △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 △조승한 연합뉴스 테크부 기자 △최호 전자신문사 차장이 참석, 언론의 입장에서 본 AI와 시장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AI 시대, 반도체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 교수는 "인간의 뇌는 1,000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뉴런)가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다른 뉴런과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한다. 약 20W 수준의 저전력으로도 기억 연산 추론 학습 등을 동시에 수행한다"며 "이를 모사하는 방향으로 AI 반도체가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교수는 또 "하드웨어 모사는 초기 인공지능 신경망, 논리적 기능 모사가 디지털컴퓨터 토대가 됐다"며 "결국 가상의 신경망(LLM)은 최적화된 폰 노이만 하드웨어(PIM,3D SoC) 위에서 범용 AI로 진화 중이다. 또 하드웨어 신경망(뉴로모픽)은 로봇제어, 엣지 AI 등 특정 물리적 도메인을 장악하는 방향으로 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비만치료제, 바이오 혁신과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최인영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장과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상반기 과학취재상 시상식도 진행했다. 과학기사상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조가현·이병구 기자) ▲뉴스1(황덕현 기자) ▲국민일보(김판·감자휸·이강민 기자)에게 돌아갔다. 또 머크 의학기사상은 ▲조선비즈(허지윤·박수현 기자) ▲아시아경제(박정연 기자)가 각각 수상됐다.

2026.07.29 18:22박희범 기자

많이 보도되는 기사보다 오래 인용되는 정보를 향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의미를 한참 설명한 뒤, 출입기자들로부터 "말씀만 들으면 당장 기사로 써야 할 것 같은데요"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이어진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기사를 올려도, 데스크에서는 '클릭이 나오겠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그 시간에 아파트나 전셋값 기사를 하나 더 쓰라고 한다는 것이다. 국토나 부동산원에서 나온 자료를 받아 쓰는 게 수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은 꽤 오래 남았다. 그 기자가 새로운 산업에 관심이 없어서도, 취재 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상업용 부동산과 프롭테크는 여전히 독자에게 낯선 분야다. 주택 정책과 아파트 가격, 재건축, 건설사 이슈를 매일 따라가야 한다. 생소한 시장을 처음부터 공부하고, 데스크를 설득하고, 독자가 이해할 언어로 다시 설명하기에는 시간도, 지면도 부족하다. 언론사의 취재 환경은 요동치고 있다. 과거에는 부서를 옮기면 선배 기자가 후배에게 산업의 구조와 주요 취재처를 알려주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신입 기자도, 다른 부서에서 이동해 온 기자도 곧바로 낯선 현장에 투입된다. 마감에 쫓기다 보면 정부 기관이나 익숙한 업체가 제공한 자료를 빠르게 해석해 기사를 쓰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갈증을 느낀다. 알려진 수치를 되풀이하기보다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업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문제는 기자 개인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차분히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기업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KT, 11번가, 여기어때처럼 소비자에게 익숙한 B2C 기업에서 홍보 업무를 해왔다. 새로운 서비스와 캠페인, 이용자의 반응 자체가 이야기가 됐다. 회사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 대략 알 수 있었기에, 산업의 기초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B2B 기업으로 옮기자 판이 달라졌다. 물론 B2B 시장 홍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은 위기관리에 집중하고, 어떤 곳은 언론과 거리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협업, 제휴, 채용이나 투자처럼 특정 목적이 있을 때만 홍보가 필요한 기업도 있다.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 PR은 당장 판매나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기업의 성과를 기록하고, 시장을 대표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장기적인 신뢰를 축적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회사를 열심히 설명했다.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경쟁사와 무엇이 다른지,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알렸다. 기대만큼 깊이 전달되지 않았다. 설명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산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기업의 차별성부터 이야기하고 있었다. 경기 규칙을 모르는 사람에게 특정 선수의 장점만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때 질문을 바꿨다. 회사를 더 크게 말하는 대신, 우리가 속한 산업부터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어떨까. 그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 미디어허브다. 기자들을 초청해 기업의 성과와 서비스를 발표하는 일반적인 간담회가 아니라, 특정 시장을 함께 공부하는 소규모 스터디다. 회사 소개는 줄이고 시장의 구조와 변화,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았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부터 인공지능, 공유오피스, 전자계약, 시니어 주거, 건설과 인테리어 폐기물까지 아직은 낯설지만 취재 현장에서 점점 중요해질 주제를 다뤘다. 기자들을 직접 만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배움의 욕구가 큰 사람들이다. 자신이 맡은 출입처와 취재원을 깊이 있게 활용하고, 남보다 먼저, 더 구체적으로, 팩트에 기반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한다. 특정 기업의 뒷이야기나 성과 자랑, 보도자료 한 줄을 받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기자는 많지 않다. 취재 관행이 오래 굳어진 연차 높은 기자들도 속내를 들춰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산업 자체를 이해할 기회를 함께 제공하는 자리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모든 이야기를 무조건 공개한 것은 아니다. 민감하거나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내용은 처음부터 제외했다. 맥락을 설명해야만 신뢰도가 높아지는 경우에는 비보도를 전제로 공유하기도 한다. 그들도 그 원칙을 이해해준다. 기본적으로는 현장에서 공개돼도 무리가 없고 기사에 인용해도 문제가 없는 데이터와 사례를 골랐다. 발표 자료를 별도로 요청하는 경우가 있고, 처음 접한 분야라 한 번의 자리로는 부족하니 같은 주제로 다시 열어달라는 요청도 있다. 산업을 이해할 자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그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참석하지 못한 기자가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료를 별도로 요청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나온 데이터와 사례를 바탕으로 후속 취재가 이어졌고, 다른 기사에서 정보가 다시 인용됐다. 기업의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지만, 정보의 출처는 기사 속에 자연스럽게 남았다. 기자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보도자료 한 건이 아니라 산업을 이해할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앞에 서지 않는 판 비슷한 고민은 협회(한국프롭테크포럼) 활동으로 이어졌다. 산업에서 비교적 앞서 성장한 기업이라면 협회를 통해 자사의 목적만 달성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경험을 쌓은 기업이 후배 기업에 기회와 노하우를 나누고, 시장 전체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도 맡아야 했다. 순수한 선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산업이 커지고 좋은 기업이 늘어나면 먼저 자리 잡은 기업의 신뢰와 영향력도 함께 커진다. 후배 기업을 돕는 일이 소속 회사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왜 없겠는가. 홍보인으로서 회사가 잘되고, 그 과정에서 영향력있는 커뮤니케이터로 인정받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길게 보기로 했다. 그렇게 프롭테크 기업의 PR과 마케팅 실무자들이 서로 배우는 커뮤니티인 PRM스퀘어를 만들었다. 그 안에서 기자와 기업, 전문가를 연결하는 업계 스터디를 시작했다. 주제를 정하고 발표자를 섭외하며, 출입기자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다듬는다. 현장에서는 발표와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대화를 연결한다. 많이 보이는 행사가 좋은 행사는 아니다. '발표자는 기억해도, 모더레이터는 기억하지 못하는 자리가 오히려 잘 설계된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홍보인의 물건은 미디어허브도, PRM스퀘어도 아니다. 이번에 소개할 물건은 판이다. 사람을 앞에 세우고 뒤로 물러나는 판, 회사의 이야기를 줄이고 산업의 맥락을 채우는 판, 기자가 질문하고 전문가가 답하며 새로운 취재가 시작되는 판이다. 당장 계약이나 매출로 돌아오는지는 알기 어렵다. 산업을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곧바로 회사가 칭찬받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사를 많이 말한다고 회사가 각인되진 않는다. 산업을 이해하고, 취재할 때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게 되면 정보의 출처도 함께 남는다. 기업의 메시지를 그대로 옮긴 기사보다, 시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용된 정보가 더 오래 살아남는다. 이제는 단순히 보도자료가 몇 건 기사화됐는지만 세기 어려운 시대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비슷한 문장을 쏟아낼 수 있다. 그래서 많이 보도되는 정보보다 다시 인용되는 정보, 한 번 크게 드러나는 브랜드보다 여러 기사에 서서히 스며드는 브랜드에 더 관심을 둔다. 이 모든 일은 회사를 위한 것이다. 다만 회사를 위한 가장 넓고 긴 길을 선택했을 뿐이다. 좋은 PR은 무대의 중앙을 차지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 산업을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며,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일이다.

2026.07.26 08:30문지형 컬럼니스트

배 부총리 "누리호 연 1회 발사로는 2035년 저궤도 위성 통신망 구축 어려워"

"오는 2035년까지 저궤도위성(LEO) 통신 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누리호 연 1회 발사로는 어려울 것이다." 취임 1년을 갓 넘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20일 세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층 복합커뮤니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전반적인 설명과 질문이 AI에 집중됐다. 과학기술 관련해서 김 부총리 설명과 기자단 질문 및 대답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배 부총리는"저궤도 위성 통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략 200개 이상 위성을 쏘아 올려야하한다. 위성 자체적인 경쟁력 뿐 아니라 발사체 발사 횟수와 탑재 능력도 골고루 갖춰야 할 것"이라며 "그런 역량을 갖춰 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해 우주항공청이 발사한 누리호 4차에서는 탑재위성이 총 13기의 주탑재 및 큐브위성이 올라갔다. 올해 하반기 발사될 누리호 5차에선 총 15기가 탑재된다. 무게로 보면 대략 1톤 정도다. 반면 미국 스페이스X 팰콘9은 저궤도에 위성 무게 총 22톤 정도를 쏘아 올릴 수 있다. 과학기술 정책과 현실간 괴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구혁채 1차관은 이에 대해 "R&D 생태계가 복구는 되고 있는데, 연구과제 기간이 3~5년이다보니, 시간이 좀 걸린다"며 "연구서식 간소화와 PBS(연구과제중심제) 폐지에 따른 1년 예산을 4,000억원씩 전환해가며 어떤 명목으로 전환할지에 대해 재정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차관은 또 현재 도입된 연구자 주 52시간 유연 근무와 관련해서도 문제점 등을 들여다보는 등 많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배 부총리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질문같다"며 "속도 낼 수 있는 건 속도를 내 시행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문제에 일부 오해 요소도 있다. 오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술 사업화 성과나 국민 체감 부분에 대한 질문에 구 차관은 "이번 정부 들어 모두의 창업 등이 정책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공공연구 성과 창업으로 대표되는 딥테크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창업에서 걸림돌이던 주식 소유 등의 이해충돌 관련 법안도 만들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리스크는 크지만, 리턴도 크게 해 사업화가 활성화되도록 제도 개선도 하고, 전문기관의 기술사업화 패키지를 만들어 지원 중"이라고 답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 측에서도 거들었다. 투자형 R&D로 특수목적법인 지분 투자 등 검토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투자형 R&D가 전체 자금에서 25% 정도다. 2024년 기준 약 7조원을 기업체에 지원했다. 기업이 성공했을 때 기술료를 받는데, 수익은 1%정도"라며 "현재 기획 중인 투자형 R&D는 정부가 투자형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받거나, 기금을 통해 투자를 같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배경훈 부총리는 "투자형 R&D의 경우 프론티어 사업을 만드는데는 인프라만 3조 5,000억원이 든다. 특정기업이 할 수없으니, 지분 투자 방식이나 SPC를 만드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SMR(소형모듈원자로) 첫 상용시점이 2035년인데,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장이 함께 검토되냐는 질문에 배 부총리는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2029년까지 발전량을 8.4GW, 2035년까지 15GW를 만드는 방안을 기후부와 협의 중이다. LNG까지 포함해 AI 전용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배 부총리는 또 "SMR 확보 전략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고, 경수로형 SMR 수립 전략도 있지만, 이의 상용화 기간을 얼마나 당길 수 있을까가 고민대상이지 2035년 될까 말까는 고민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고준위 폐기물 처리 관련해서는 미국과 협력하면서 기술 역량을 갖추려 하고 있고, 만약 역량이 부족하면 해외와 협력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 개발 역량과 관련해서 배 부총리는 "미흡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배 부총리는 지난 1년간의 소회로 "1년 동안 잘한 것도 있는데 아쉬운 게 많다"며 "특히, 수평적 소통 문화 조성에 많은 노력 기울였다. 수평 문화를 만들려던 이유 중 하나가 불필요한 일을 최소화하고, 서로 믿고 신뢰하고 대화 소통할 수 있는, 일하는 문화 만드는게 중요하다 생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 부총리는 또 "과기 정책 총괄 부처로 미래를 준비 하는데 있어,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서로의 생각을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 했다"며 "그동안은 나름 공무원 사회에서 변혁을 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앞으로도 1년 좀더 빡세게 운영하며,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는 과기정통부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배 부총리는 "1년 시간 길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겐 긴 시간이었다. 몸도 많이 상했다. 잠도 줄이고 성공 위해 많은 고민 했다. 인생 전반으로 봤을 떄 지난 1년이 10년 같기도 했다"며 "AI 시대에 우리가 만들려는 것과 과학기반 사회를 위한 기초 기반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실질적인 성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고 성과 만들어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2026.07.20 18:08박희범 기자

독일 경제 최대 문제는 노동력 감소…"외국인 인재 환영"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현재 독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일할 사람이 충분치 않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 사람들이 와야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는 외국인들이 자르브뤼켄에서 환영받고 삶의 터전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signal)'라고 생각합니다." 17일(현지시간) 독일 자르브뤼켄 시청에서 만난 바바라 마이어 자르브뤼켄 부시장은 KIST 유럽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식 직후 독일 인력난 해결을 위한 국제 연구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IST 유럽연구소의 존재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1996년 독일 자를란트주 자르브뤼켄에 설립된 KIST 유럽연구소는 한국 최초이자 유럽 내 유일한 해외 연구 협력 거점이다. 독일 정부와 자를란트주의 지원을 받아 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국제공동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마이어 부시장은 한국과 유럽 사이에 가교를 놓는 KIST 유럽연구소가 '다자주의'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설명한다. 그는 "인류에게는 전 지구적인 도전 과제가 있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 과학 협력을 통해 공동의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IST 유럽연구소는 특히 환경 안전과 건강 분야 연구로 인정받고 있다"며 "더 깨끗한 환경과 더 안전한 기술, 더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KIST 유럽연구소 같은 국제 연구기관이 해외 인재들을 자르브뤼켄으로 불러 모을 것이라는 기대다. 자르브뤼켄에는 해외에서 이주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쉽게 적응하도록 돕는 '웰컴 센터'도 최근 개설됐다. 마이어 부시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도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에너지, 물을 공급하고 교통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라는 설명이다. 마이어 부시장은 축사에서 "자르브뤼켄은 독일 남서부의 주요 연구 거점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며 "자르브뤼켄은 앞으로도 KIST 유럽연구소의 강력한 지원자이자 파트너, 친구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 풀기사로 작성됐습니다.

2026.07.20 12:03박희범 기자

한국 첫 '호라이즌 유럽' 선정…"그 뒤엔 숨은 설계자들 있었다"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유럽연합(EU)의 최대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 과제에 한국 기관으로는 처음 이름을 올렸다.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이 된 뒤 나온 첫 선정 성과다. 이 성과 뒤에는 한국과 유럽의 연구 현장을 잇는 KIST 유럽연구소의 리서치 코디네이터들이 있다. 이들은 유럽 연구기관과 국내 연구자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합한 공고를 발굴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제안서 작성, 선정 이후 과제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활동 범위도 KIST에 한정하지 않고 국내 연구기관으로 넓히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독일 자르브뤼켄 KIST 유럽연구소에서 만난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유럽 연구소의 허브로서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연구적 코디네이션 역할을 한다"며 "물리적 거리와 시차 때문에 생기는 소통의 어려움을 줄이고, 제안서를 쓸 때 나타나는 한국과 유럽의 온도 차를 현지에서 좁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호라이즌 유럽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첨단바이오, 에너지·환경, 인공지능(AI) 융합 클러스터로 재편하고 분야별 리서치 코디네이터를 총 3명 배치했다.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첨단바이오, 동물대체시험법을, 윤주용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담당한다. 김상원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그린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등을 맡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 제안서는 공고가 나온 뒤 단기간에 완성하는 문서가 아니다. 통상 반년 가까이 공고문의 요구를 분석하고 참여 기관의 역할과 연구 목표를 조율하며 제안서를 다듬는다. 윤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콜(call·공고)에 적힌 내용을 문장별로 논의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살핀다"며 "EU가 과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안서 분량은 대개 40~50쪽으로 제한된다. 여러 국가의 기관이 참여하더라도 연구 목표와 기관별 역할, 수행 계획, 기대 효과를 정해진 분량 안에 담아야 한다. 김상원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국내 연구자들은 호라이즌 유럽의 프로그램 구조와 평가방식, 제안서 작성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연구의 우수성, 산업·사회적 영향, 실행 가능성이 하나의 논리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제에 선정된 뒤에도 리서치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이어진다. 호라이즌 유럽 과제에서는 총괄책임자와 프로젝트 매니저, 워크패키지 리더, 태스크 리더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하고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김상원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과제 프로젝트와 관련해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미팅도 자주 열린다"며 "연구자들도 그 안에서 유럽의 과제 운영 방식과 협업 방식을 배워간다"고 전했다. "좋은 기술만으론 부족… 유럽에 미칠 영향까지 설계해야" 세 코디네이터가 꼽은 호라이즌 유럽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 개발 자체보다 그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윤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호라이즌 유럽, 특히 한국이 속해 있는 필러(Pillar) 2 '글로벌 문제 해결과 산업 경쟁력' 분야는 기술 개발보다 사회적 영향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세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어떤 경로를 거쳐 적용되고 유럽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연구자가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국내에서는 연구의 기대 효과나 경제적 효과를 거시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분에서 미흡하면 10건 중 9건은 탈락한다"고 했다. 특히 리서치 코디네이터들은 '글로벌 과제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만으로 호라이즌 유럽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연구자들에게 왜 호라이즌 유럽을 하려는지 물어보면 글로벌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한다"며 "자신이 왜 참여해야 하는지, 유럽 파트너와 무엇을 함께하려는지 명분이 준비되지 않으면 선정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의 협력에서 얻는 가치는 당장 확보하는 연구비에만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술을 유럽 파트너와 공동으로 검증해 가치를 높이면 유럽뿐 아니라 미주권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며 "이처럼 누구와 협력하고 어떤 연구적 가치를 쌓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20 12:00박희범 기자

"셋방 연구소서 한·EU 과학기술 허브로"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는 30년 전 3명이 근무하는 임대 사무실서 현재 한·EU 과학기술 협력 허브로 진화했다. 지난 1996년 환경공학 연구와 한·유럽연합(EU) 기술교류를 위해 독일 남서부 자르브뤼켄에 설립된 연구소는 현지 연구 기반과 협력망을 확충하며 국내 연구자와 기업의 유럽 연구개발(R&D) 진출을 지원하는 거점으로 성장했다. KIST 유럽연구소 설립 논의는 1995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의 유럽 순방 당시 한·독 양국 장관이 독일 내 한국연구센터 설립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2월 출범한 KIST 유럽연구소는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해외에 세운 첫 연구협력 거점이다. 연구소 출범 당시에는 독립된 연구동도 없었다. 연구진과 행정 인력은 자를란트대 캠퍼스에서 빌린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연구공간과 장비, 행정체계를 처음부터 마련해야 했다. 1997년 1월 입사해 2025년 12월까지 약 29년간 연구소 관리원으로 근무한 정옥 아른홀트 씨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열린 KIST 유럽연구소 30주년 기념식에서 "제가 입사했을 때는 한국에서 파견된 연구소장과 한국인 직원, 독일인 직원 등 모두 3명뿐이었다"며 "대학에서 빌린 사무실을 사용하다가 2000년 제1연구동이 완공된 뒤에야 현재 자리로 옮겼다"고 말했다. KIST 유럽연구소가 현지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는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른홀트 씨는 "한국 연구소로도, 유럽 연구소로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며 "연구진이 아이디어와 역량을 갖추고도 과제 참여 자격에서 제외되는 일이 초기의 큰 어려움이었다"고 돌아봤다. 출범 초기의 열악한 여건은 연구시설이 하나씩 들어서면서 점차 개선됐다. 2000년 제1연구동이 문을 연 데 이어 2010년에는 국내 출연연과 기업의 유럽 진출, 기술협력을 지원하는 제2연구동(한-EU 협력관)이 들어섰다. 2021년에는 방문 연구진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문을 열었다. 현재 연구소는 연구동과 협력동, 테크니컬센터 등을 포함해 총연면적 9144㎡ 규모의 시설을 운영한다. 연구소가 있는 자를란트대 자르브뤼켄 캠퍼스에는 프라운호퍼와 막스플랑크, 헬름홀츠, 라이프니츠 계열 기관 등 주요 연구기관이 집적해 있다. 시설과 현지 협력망이 함께 확대되면서 설립 초기 환경공학 중심이던 연구 범위는 첨단바이오와 에너지·환경, 인공지능(AI) 융합으로 넓어졌고, 기관의 기능 역시 자체 연구에서 공동연구 기획과 유럽 파트너 연결, 과제 운영 지원으로 확장됐다. 아른홀트 씨에게 연구소의 지난 30년은 함께 일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제가 퇴직하기 전까지 연구소에서 근무한 직원 676명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며 "명단을 정리하면서 그 많은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 떠올라 뭉클했다"고 말했다. 아른홀트 씨는 이날 한·유럽 과학기술 협력 확대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최근에는 EU의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 참여 지원이 KIST 유럽연구소의 핵심 업무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지난해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으로 참여한 뒤, KIST는 국내 연구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관련 과제를 수주했다. 지난해에는 제안서 14건을 제출해 4개 과제를 수행하거나 참여했다. 연구소는 '더 브릿지 센터(THE Bridge Center)'와 온라인 헬프데스크를 통해 국내 연구기관의 공동연구 기획과 유럽 파트너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인자르(InSaar)' 플랫폼으로 국내 기업의 독일 법인 설립과 현지 정착도 돕는다. 앞으로 KIST 유럽연구소는 한·EU 공동연구와 국내 기업의 유럽 진출, 기술사업화, AI 기반 연구 지원을 중심으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연평균 10건 이상의 호라이즌 유럽 과제를 운영하고 유럽 현지 기관과의 협력 범위도 확대한다는 목표다. 아른홀트 씨는 KIST 유럽연구소의 다음 30년에는 연구 성과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를 기대했다. 그는 "자르브뤼켄의 다른 연구기관들처럼 KIST 유럽연구소도 무엇을 해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연구 성과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며 "한국에서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연구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도 꾸준히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9 13:35박희범 기자

오상록 KIST 원장 "30년 된 유럽연구소, 이제 역할 바꿀 때"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30년 전 유럽연구소를 설립할 때는 유럽의 첨단 기초연구를 따라가고 배우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다면 이제는 환경이 변했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 필요한 연구와 국제협력 플랫폼 역할에 집중해야 합니다." 오상록 KIST 원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독일 자르브뤼켄 KIST 유럽연구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설립 30주년을 맞은 KIST 유럽연구소에 대해 "이제는 미래 30년을 어떻게 갈지 고민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연구자들의 개인 연구를 지원해 왔던 기조에서 이제는 유럽이 강점을 가진 표준화와 규제 분야 연구를 특화하면서 국내 딥테크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기술 거점 역할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오 원장은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유럽에 진출할 때 행정이나 법률 상담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딥테크 창업기업이 늘면서 현지 기술 지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기술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이 세계 최대 다자혁신 연구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에 가입하면서 유럽 공동연구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이 KIST 유럽 정체성의 돌파구가 됐다. 오 원장은 "30년간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연구 코디네이션을 하는 것이 KIST 유럽의 차별점"이라며 "1년에 한두 번 네트워킹하는 수준이 아니라 브뤼셀을 중심으로 새 연구과제가 기획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원하고 국내 연구기관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진상 KIST 유럽연구소장도 "유럽에서는 컨소시엄이나 대형 프로젝트에는 반드시 한국을 끼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며 "특히 조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이나 연구기관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호라이즌 유럽 가입 이후 국내 대학과 출연연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브릿지센터를 통해 EU 공모 과제를 분석해 국내 연구기관과 연결하고 대한민국 전체의 호라이즌 유럽 진출 창구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호라이즌 유럽 참여의 목적은 연구비 확보보다 연구 문화와 패러다임을 배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비를 따기 위해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과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연구를 기획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정 이후에도 프로젝트 관리자가 매우 촘촘하게 연구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런 경험이 패스트 팔로워형 연구에서 퍼스트 무버형 연구로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최근 10여년간 예산이 사실상 동결된 데 이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당시에는 약 30%의 예산 감소를 겪으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오 원장도 "예산이 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예산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30주년을 계기로 역할을 재정비하고 변화가 나타난다면 예산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고, 내년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KIST는 유럽과 더불어 베트남-한국과학기술연구원(VKIST), 한-인도 연구센터(IKST) 등과 함께 최근에는 미국 보스턴으로도 거점을 확장하며 출연연 국제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 연구비보다 연구문화…상호 필요 기반 국제협력으로“ 오 원장은 국제협력에 대해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호 필요에 기반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협력은 내가 필요하면 상대도 나를 필요로 해야 오래 지속된다"며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협력은 정권이나 정책이 바뀌면 쉽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원의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유럽 최고 연구기관과 역할을 분담하고 함께 연구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사업화도 국내 시장에 머물지 말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스턴에서는 우선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유망 기술을 현지 연구자와 기업, 글로벌 제약사에 연결할 계획"이라며 "현지에서 시장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가능성이 낮은 기술은 과감히 방향을 바꾸는 등 글로벌 시장 기준에 맞춘 기술사업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9 13:13박희범 기자

"룩셈부르크는 유럽 진출 관문…국경 넘는 의료데이터 구현 가능"

[뒤들랑주(룩셈부르크)=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룩셈부르크가 매력적인 이유는 유럽에 진입하기 좋다는 겁니다. 여기서 시작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더 큰 시장으로 가면 됩니다." 16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 뒤들랑주에 위치한 룩셈부르크 국립보건원(LIH) 통합바이오뱅크(IBBL)에서 만난 권용준 정밀의료기술센터장은 룩셈부르크가 한국 기업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룩셈부르크는 인구가 69만명에 불과하고 이중 외국인이 32만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자체 시장 규모로 보면 매우 작지만 외국인 비중이 높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검증할 수 있고 정부나 규제 관계자와 접촉하기 쉬워 피드백 속도도 빠르다. 테스트베드로서의 장점이 큰 셈이다. 권 센터장은 한국과 유럽 기업·연구자를 서로 연결하는 '통'을 자처한다. 한국 파스퇴르연구소와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근무하며 국내에서 쌓은 한국 네트워크와 프랑스, 룩셈부르크에서 쌓은 유럽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권 센터장은 "한국은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 가다 보니 미국 네트워크는 많지만 유럽 쪽은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약해 유럽 과제를 하고 싶어도 파트너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LIH는 올해 3월 말 국내 병원 다수와 국립암센터가 있는 경기도 고양시에 한국 사무소를 열고 한국과 유럽 기업·연구기관의 본격적인 창구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권 센터장이 한국 기업·기관과 추진 중인 대표 프로젝트는 '국제 보건데이터 공간 이니셔티브(IHDSI)'다. LIH와 국립암센터, 네이버클라우드 등이 참여한다. 의료 인공지능(AI)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화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다. 같은 기준으로 수집된 대규모 환자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현재 환자의 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기관이나 국가 간에 마음대로 이동시킬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IHDSI는 데이터를 직접 이동시키지 않고도 연구자가 보안이 통제된 가상의 분석 환경에서 필요한 분석만 수행하도록 해 의료데이터의 국경 이동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다. 권 센터장은 "모든 신약이 한 인종만을 위해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데이터와 유럽 데이터를 함께 비교할 수 있으면 동양인과 서양인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 센터장이 이끄는 정밀의료기술센터는 의학 연구성과를 실제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연결하는 중개의학 전문 연구센터다. 권 센터장은 자신의 역할을 '보석 세공'에 비유했다. 기초연구자나 병원이 좋은 질병 모델과 환자 샘플을 가져오면 기술적으로 다듬어 산업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병원에서 쓰일 치료 데이터, 다시 기초연구자가 후속 연구 등에 활용할 데이터로 바꿔주는 것이다. 그는 "정밀한 진단을 해야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고, 치료 데이터를 축적하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며 "다시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질병을 예방하는 정책까지 만들 수 있어 서로 떨어진 연구가 아니라 하나의 순환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집중하는 분야는 환자 유전체를 분석해 만든 암 장기유사체(오가노이드)를 제작해 여러 약물을 투여하며 반응을 확인하는 연구다. 권 센터장이 바라본 룩셈부르크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협력이다. 인구와 자원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후 다른 나라보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뾰족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룩셈부르크는 나라 자체가 자국민만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며 "그 다음 주변의 도움을 받아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 풀기사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7 18:16박희범 기자

100만명 독일 자를란트주, 남다른 혁신 속도가 도시 경쟁력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자를란트(Saarland)주의 강점은 '연결성(short ways)'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다른 지역보다 혁신을 아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는 뜻이죠." 15일(현지시간) 독일 자를란트주 자르브뤼켄에 위치한 메카트로닉스 및 자동화기술센터(ZeMA)에서 만난 수잔 풀럼 교수는 자를란트주 내 정치권과 기업, 연구기관의 의사결정권자 사이의 물리적·사회적 접근성이 좋아 공동 프로젝트나 기술사업화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 약 100만명으로 독일 내에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작은 자를란트주는 과거 석탄·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석탄 산업 쇠퇴와 전통 제조업의 구조전환 속에서 첨단 산업 투자를 확대해 왔다. 지난달 자를란트주는 '자를란트 공학연구소(Saarland Engineering Institute, SEI)'를 공식 출범시켰다. 그동안 연구 주체들의 개인적인 관계에 의존하던 협력을 제도화한 것이다. 기존 기관 지원금 외에 주정부 예산 3380만유로(약 580억원)가 추가로 투입된다. 주요 연구기관과 대학 등 첨단 연구 역량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고 빠른 의사결정 속도를 바탕으로 작은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SEI의 주요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자를란트주 내 공학 연구기관과 대학·산업계를 연결하는 공식 협력 플랫폼 구축, 자를란트의 연구역량의 대외 홍보, 공학 인재 양성이다. 큰 기둥은 ZeMA, 지능형 재료시스템센터(CiMS), 수소응용기술전환센터(HyCATT)까지 세 곳이다. ZeMA는 독일 BMW 등과 협력한 자동차 부품 조립 자동화, 로봇과 제조인공지능(AI)에 주력한다. CiMS는 형상기억합금·전기활성고분자 등 스마트 소재를 실제 제품까지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HyCATT은 자를란트주의 전통적인 제조기업들이 수소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수소 생산부터 저장, 유통, 활용까지 전체 밸류체인에 걸친 응용기술을 제공한다. 풀럼 교수는 "우리에게 혁신은 기초연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사업모델과 새로운 응용 분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 부처인 자를란트주 경제부의 가장 큰 관심도 사업모델"이라며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으로 지역 경제가 어떻게 이익을 누릴 수 있냐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2050년 1000만명 목숨 위협하는 슈퍼박테리아 해법 찾는다 자르브뤼켄에는 자를란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기관이 밀도 있게 모여 있다. 독일인공지능연구센터(DFKI), 막스플랑크 정보학·소프트웨어시스템연구소, 프라운호퍼 비파괴검사연구소 등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30년전 자를란트대 캠퍼스 내에 KIST 유럽연구소를 열고 과학기술 협력을 이어 오고 있다. KIST 유럽연구소 맞은편에 위치한 헬름홀츠 의약연구소(HIPS)는 공공연구를 통해 천연물에서 유래한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9년 독일 헬름홀츠감염연구센터(HZI)와 자를란트대가 공동 설립했다. 기존 항생제의 내성 유전자가 확산하면서 다양한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가지는 다제내성 미생물(슈퍼박테리아)이 인류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대규모 분석에 따르면 2050년 약 1000만명이 세균성 항생제 내성(AMR)이 직접 원인인 사망자가 연간 191만명, 연관된 사망자가 822만명이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항생제는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익성은 낮아 제약사에서 기피하는 공백 분야로 꼽힌다. 15일(현지시간) 크리스티네 베멜만스 HIPS 미생물 유래 항감염제 연구부문장은 "항암제는 몇달에서 몇년, 심혈관질환 의약품은 평생 복용할 수도 있다"며 "항생제는 잘 들을수록 치료가 빨리 끝난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많지만 돈을 벌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HIPS 연구팀은 흙 속에 사는 포식성 미생물인 믹소박테리아(Myxobacteria)가 만드는 항균 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HIPS 건물 내에서 믹소박테리아 배양부터 대사산물 추출, 정제, 평가까지 신약 발굴에 필요한 과정이 모두 이뤄진다. 각 연구실 특성에 따른 AI 도입도 활발하다. 1만 가지 조건을 모두 실험하는 것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10개를 AI로 먼저 선별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HIPS의 연구 인력과 분야가 늘어나면서 시설도 확장 중이다. 올해 완공된 두 번째 확장 건물은 9월 공식 개관 예정으로 일부 연구진이 입주해 연구를 시작했다. 세 번째 연구동은 2029년 완공 목표다. 비멜만스 부문장은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천연물 발굴 분야에서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연구책임자(PI) 수준에서 이미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HIPS의 접근법과 한국의 화학분석 역량을 연결했을 때의 잠재력이 클 것이라는 기대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7 18:05박희범 기자

재독 과학자, "한국 과학기술 리스크는 정권따라 변하는 정책"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한국, 영국과 진행하던 3년짜리 국제 인력 교류 사업이 2년 만에 조기 종료됐습니다. 독일에서도 정부 정책이 바뀌긴 하지만 이미 계약으로 진행 중인 연구 사업이 정권 교체만으로 즉시 끊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1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만난 김린호 독일 막스플랑크 생화학연구소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코어 퍼실리티 실장은 해외 연구자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의 과학기술 협력 리스크로 정책 변동성을 꼽았다. 그는 "어떤 연구주제가 맞아서 같이 시작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틀어지면 이후 관계를 풀기가 쉽지 않다"며 독일 연구자들이 한국을 '정치적 영향이 크고 예측이 어려운 파트너'로 인식하면 다음 협력 자체를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독 한인 과학자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시켜 주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이해하기 어려운 독일 문화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핵심 담당자가 장기 휴가를 내면 대체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이메일 답변도 수주~수개월 지연돼 한국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업무 속도가 느리다고 느낀다. 김 실장이 이끄는 NGS 코어 퍼실리티는 생화학연구소 내에서 필요한 유전자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독일 전역에 있는 80여개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중 자체 분석 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연구소의 시료를 대신 분석해 주기도 한다. 분석 인프라 확충과 전문성 덕분에 막스플랑크 연구소들 사이에서도 최근 평판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한국은 고급 연구장비 자체는 상당히 많이 도입됐지만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며 "저희 분석실에서는 서로 다른 국적의 박사급 정규직 인력 4명이 장기간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실패와 예외 사례가 노하우와 데이터로 쌓여 있어 도전적인 연구 문제도 의뢰 연구자와 함께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김 실장은 "제가 잘나서라기보다는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으니까 경험이 쌓이는 것"이라며 "또 개별 기관이 각자 장비를 구입하면서 유사한 장비가 중복 도입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기관이 목적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 독일 연구계와 한국의 비교도 이어졌다.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다루는 분야는 기초과학부터 첨단 응용연구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정부 출연금 기반의 기본 연구과제와 외부에서 수탁하는 연구과제가 혼재돼 있고 기관 성격에 따라 비중에도 차이가 있다. 연구 자유도 확보나 처우 개선을 위해 출연연 인력이 대학이나 기업으로 자주 이탈하는 문제가 있다. 독일은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응용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고정된 기초과학 연구비를 꾸준히 지원받는다. 막스플랑크협회에 예산을 큰 틀에서 제공하면 내부에서 각 연구소 배분과 활용을 논의하는 식이다. 독립적인 연구조직을 이끄는 디렉터에게 상당한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한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세계적으로 검증된 과학자를 디렉터로 영입하고 통제보다는 신뢰에 기반해 연구 그룹을 장기간 운영한다. 프라운호퍼협회는 독일 정부에서 기본적인 운영비 명목으로 예산의 3분의 1만 지원받고 산하 연구소들을 통해 산업계 과제 수주에 집중한다. 최근 국내에서 단계적 폐지가 결정된 출연연의 연구과제중심제도(PBS)와 비슷하다. 외부 과제를 수주해야 한다는 압박이 조직의 정체성과 처음부터 연결된 셈이다. 김 실장은 연구 분야의 성격이 서로 다른 출연연들의 PBS 비율을 일괄 조절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분야에 따라 외부 수탁과제 비율 증감이 좋거나 나쁠 수 있다"며 "천편일률적으로 다 똑같이 적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대학은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연구보다 교육의 비중이 크다. 연구 기자재나 지원 인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연구기관에서 정규직을 확보한 이후라면 굳이 대학으로 이동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김 실장은 "또 독일은 세금과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직업 간 소득 격차를 일정 부분 완화하기 때문에 연구자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기가 쉽다"며 장기적으로는 연구기관에 대한 자긍심 형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7 17:49박희범 기자

"연구자는 곧 영업사원"… 독일 '기술사업화 강자' 프라운호퍼 성공 공식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프라운호퍼에도 본부에 특허와 창업을 지원하는 조직이 있지만, 기술사업화는 주로 개별 연구소에서 주도합니다. 연구자들은 연구 기획 단계부터 시장과 응용 분야, 고객을 생각해야 합니다." 마리안네 호프만 독일 프라운호퍼협회 본부 아시아 매니저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 본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프라운호퍼의 기술사업화 방식을 이같이 설명했다. 프라운호퍼는 1949년 설립돼 독일 전역에 75개 연구소를 두고 약 3만2000명이 근무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응용연구기관이다. 국내에서 프라운호퍼는 연구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대표 모델로 주목받는다. 프라운호퍼의 연간 예산은 약 36억유로(약 6조1200억원)로, 독일 정부 기본지원금과 경쟁형 공공 연구과제, 기업계약연구 수입이 각각 대략 3분의 1을 차지한다.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이 특허와 수요기업 발굴, 이전 계약을 지원한다. 프라운호퍼도 본부에 특허·창업 지원조직을 두고 있지만, 사업화의 주체는 개별 연구소와 연구자다. 연구 기획 단계부터 시장과 고객을 찾고, 기술의 성격에 따라 계약연구와 라이선스, 창업 등 사업화 경로를 직접 결정한다. 호프만 매니저는 "각 연구소는 작은 회사처럼 움직인다. 연구 분야와 포트폴리오, 협력할 기업을 정하고 재정적 지속 가능성까지 책임진다"며 "영업 담당자의 역할이 특정 부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구자에게 분산돼 있다. 연구자는 때로 연구자이면서 영업 담당자이고, 위험관리자이자 가치 창출 관리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술사업화 경로도 기술의 특성과 고객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를 제시하면 연구소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계약연구를 진행한다. 공공 연구과제에서 먼저 기술을 개발한 뒤 수요기업을 찾아 이전하거나 특허·라이선스와 창업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호프만 매니저는 기업 계약연구가 전체 재원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단기성과만을 좇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선택할 때 단순 연구개발(R&D)를 반복하기보다 연구소가 새로운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지를 함께 따진다"며 "연구에서는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기업도 알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성공률을 형식적으로 높이는 대신 연구의 불확실성을 고객과 함께 투명하게 공유하고 관리한다"고 했다. 고객이 없는 초기 연구에는 정부 기본지원금을 활용한다. 프라운호퍼의 대표 성과인 MP3는 고객이 나타나기 전 약 10년 동안 선행연구가 진행됐다. 당시 독일 기업들은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아시아에서 먼저 상용화됐고, 이후 라이선스 수입으로 이어졌다. 프라운호퍼 측은 현재 약 7000개의 활성 특허 패밀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약 500개의 스핀오프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기술을 기존 기업에 이전할지, 별도 기업으로 분사할지도 기술을 개발한 연구소가 중심이 돼 판단한다. 본부의 창업 지원조직은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을 기업으로 분사하는 과정을 돕는다. 프라운호퍼의 기술이전은 특허, 창업 등에 그치지 않는다. 호프만 매니저에 따르면 프라운호퍼 연구자의 약 60%는 기간제 계약으로 근무하며, 상당수는 3~7년간 연구소에서 경험을 쌓은 뒤 산업계로 이동한다. 일부는 참여하는 프로젝트 기간에 맞춰 고용계약을 맺고, 후속 과제를 확보하지 못하면 계약이 끝날 수도 있다. 호프만 매니저는 "이는 인재 유출이 아닌 사람을 통한 기술이전이다. 기업으로 옮긴 연구자가 프라운호퍼의 기술과 시설을 이해하는 협력 파트너나 고객이 되고, 새로운 공동연구를 연결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산업계와 긴밀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7 17:37박희범 기자

독일 막스플랑크 "한국은 전략적 연구 파트너"…협력 확대 시동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지난 1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옛 도심에 자리잡은 막스플랑크협회 본부.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 조형물을 지나 독일 기초과학 연구의 상징인 이곳에 들어서자 줄줄이 세워진 노벨상 수상자 흉상들 너머로 관계자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은 협회 역사상 최대 건설사업인 뮌헨 인근 '마르틴스리트 캠퍼스' 설계 공모 결과가 발표된 날이었다. 반세기 넘게 사용한 막스플랑크 생화학연구소와 생물지능연구소 연구단지를 허물고 독일 바이에른주가 최대 5억유로(약 8천510억원)를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생명과학 연구거점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막스플랑크협회는 단순한 연구시설 신축을 넘어 대학과 병원, 기업이 모인 연구클러스터 안에서 기술사업화, 스타트업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연구 생태계를 구축해 수십 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을 이끌 기반을 만드는 작업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보고 있다. 인프라 구축의 큰 산을 넘은 협회는 혁신의 또 다른 축인 국제협력에서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막스플랑크협회 관계자들은 이날 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만나 "국제 공동연구 환경은 갈수록 도전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한국과 같은 공동 가치를 지닌 국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 강조했다. 막스플랑크협회는 독일 전역 84개 연구소에서 약 2만7천명의 연구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연간 예산은 약 24억유로(약 4조원) 규모다. 이들은 최근 과학기술 예산 삭감으로 연구환경이 흔들리는 미국, 협력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중국 등 기존 파트너와 달리 한국은 학문의 자유와 우수 연구인력, 민주주의 등 공동 가치를 갖춘 협력국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더 요스트 국제협력 담당은 "독일과 한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전략적 현안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민주주의 같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1990년대나 2000년대에는 이런 요소가 연구협력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학문의 자유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한국에 있다는 점도 협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막스플랑크협회는 지난해 기준 한국인 방문연구원 259명과 공동연구 프로젝트 38건을 운영했다. 출신 박사후연구원이 자국 대학에서 연구책임자가 되면 10만 유로를 지원하는 막스플랑크 파트너그룹 5곳과 연세대와 포항공대에 막스플랑크센터 2곳을 두고 있다. 국제 환경이 어려워졌음에도 협력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최고 연구자만을 선발하는 '수월성' 중심 철학이 자리한다. 크리스티나 벡 막스플랑크협회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다양한 시각이 있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에 나라 밖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국제교류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막스플랑크협회는 연구소장의 43.1%, 그룹장의 46.6%, 박사후연구원의 78.5%가 해외 출신이다. 지난해에는 차미영 보안 및 정보보호연구소 단장이 한국인 최초로 단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이 같은 국제성은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을 뽑는다'는 막스플랑크협회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연구자에게 장기간 안정적인 연구비와 자율성을 보장하고 연구 주제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기는 방식이다. 벡 총괄은 "기초과학에서 진정한 돌파구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시간과 신뢰가 필요하다"며 "4~5년 안에 성과를 내라고 요구해서는 노벨상급 연구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 최고 연구자만 영입한다는 원칙도 철저하다"며 "후보 1순위가 오지 않으면 2순위를 뽑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연구 분야를 다시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문화는 광유전학, 네안데르탈인 게놈 해독, 초고해상도 현미경(STED) 등 세계적 성과로 이어졌다. 2020년대 들어서도 노벨상 수상자 6명을 배출하는 등 지금까지 수상자 28명을 배출했다. 막스플랑크협회는 '통찰은 응용에 앞서야 한다'는 창립자 막스 플랑크의 철학에 따라 기초과학을 중시하지만 기술사업화도 별도 전문조직을 통해 적극 추진한다. 1970년 설립된 기술사업화 전문조직 '막스플랑크 이노베이션'은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회 산하 연구소에서 나온 특허와 기술이전을 전담한다. 지금까지 5천건 이상의 발명을 관리하고 3천건이 넘는 기술이전 계약과 210개 이상의 스타트업 설립을 지원했다. 대표 사례인 핵융합 스타트업 '프록시마 퓨전'은 최근 구글 등으로부터 4억유로를 투자받는 등 지금까지 6억5천만유로를 유치했다. 기술이전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발명자와 연구소, 협회가 각각 3분의 1씩 나눈다. 지금까지 누적 기술이전 수익은 약 5억7천만유로에 달한다. 크리스토프 휼 막스플랑크 이노베이션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해에 14개를 설립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앞으로 5년 안에 이를 연간 20~25개 늘릴 것"이라며 "정부 연구비 5천만유로당 스타트업 1개가 나온다고 계산하는데, 전체 예산 규모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판단한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7 17:25박희범 기자

토요타 올 뉴 RAV4, 자동차기자협회 '7월의 차' 선정

토요타의 6세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RAV4(라브4)'가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한 '2026년 7월의 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는 6일 산하 올해의 차 선정위원회 심사 결과 토요타 올 뉴 라브4를 '7월의 차'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차 선정위원회는 매월 출시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대상으로 디자인 및 감성 품질, 주행 성능 및 에너지 효율성, 안전·첨단 주행 기술,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 시스템, 공간 활용 및 실용성, 가격 경쟁력 및 상품 가치, 종합 상품성 및 구매 매력도 등 7개 항목을 평가해 이달의 차를 선정한다. 이번 심사에서는 아우디 '더 뉴 아우디 Q3', 토요타 '올 뉴 RAV4', 포드 '올-뉴 포드 익스페디션'이 후보에 올랐으며, 올 뉴 라브4가 70점 만점에 56점을 획득해 최종 선정됐다. 올 뉴 라브4는 주행 성능 및 에너지 효율성, 안전·첨단 주행 기술, 종합 상품성 및 구매 매력도 부문에서 각각 8.3점을 받았다. 디자인 및 감성 품질과 가격 경쟁력 및 상품 가치 부문에서는 8점,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 시스템 부문에서는 7.7점을 기록했다. 원선웅 올해의 차 선정위원장은 "6세대 올 뉴 라브4는 토요타의 멀티패스웨이 전동화 전략이 도달한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모델"이라며 "출력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크게 개선된 NVH(소음·진동·불쾌감) 성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시장에서 77㎞의 전기 주행거리와 50㎾ 급속충전 기능을 갖춘 점은 친환경 SUV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며 "차세대 아린 플랫폼 기반의 U+ 드라이브 인포테인먼트와 GR 스포츠 트림 추가도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수한 기계적 신뢰도와 첨단 사양에도 대시보드와 도어 주변에 하드 플라스틱 소재 사용 비중이 높아 감성 품질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며 "계기판 사용자환경(UI) 시인성 등 일부 디테일이 개선된다면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의 경쟁력을 국내 시장에서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2019년부터 매월 '이달의 차'를 선정하고 있으며, 선정 차량에는 대한민국 올해의 차(K-COTY) 최종 심사 1라운드에 직행하는 특전이 주어진다. 협회는 현재 국내 주요 일간지와 방송, 통신사, 온라인 매체, 자동차 전문지 등 60개 회원사와 200여 명의 자동차 전문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2026.07.06 09:16김재성 기자

독립신문 창간 정신 잇는다…한국기자협회, 기자실 '서재필방' 개관

독립신문 창간 정신을 기리는 기자실 '서재필방'이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 문을 열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6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상시 취재 공간 서재필방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새롭게 문을 연 서재필방은 1896년 순한글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 박사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당초 이 이름은 이태규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이 선점했으나 현장 후배 기자들을 위해 기꺼이 양보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효재 이사장과 박종현 회장을 비롯해 방문신 한국방송협회장, 이태규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 조성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등 주요 인사 50여 명이 참석해 현판 제막식을 함께하며 개관을 축하했다. 약 70석 규모로 조성된 서재필방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시 운영된다. 개인용 취재 데스크와 브리핑룸, 취재용 전화 부스, 라커룸, 복합기 등 현장 기자들에게 필수적인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주요 언론단체 소속 회원사 기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날 개관식에서 주최 측은 열악해진 현장 취재 환경을 한목소리로 지적하며 서재필방 개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효재 언론재단 이사장은 "최근 취재 환경이 기존 출입처를 벗어나 융합·통섭 취재로 변화하고 있으나 정작 상시적인 기사 작성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공공적 취재 인프라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재필방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언론의 자유와 책임, 건강한 저널리즘을 되새기는 소통의 공간이 되길 바라며 재단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 역시 "현장 기자들이 거리에서, 특검 마당에서, 국회 복도에서 뙤약볕과 비바람을 맞으며 취재하고 있다"며 "기자이 제대로 파고들며 취재하고 사유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재필방이 단순한 공간을 넘어 현장 권력을 감시하고 소통하며 사유할 수 있는 한국 언론의 상징적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26.06.16 14:10남혁우 기자

李대통령 "국가역량 최대한 동원, 물가 상승폭 최소화"

이재명 대통령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고물가 우려에 대해 “국가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서 상승폭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중동전쟁은 오늘내일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기반 시설이 파괴된 상태라 휴전에 이른다고 해도 쉽게 복구되지는 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서 대응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 “현재 상태에서도 이미 원유 수급은 상당히 많이 수입처 다변화라든지 또는 안정 대책을 취하고 있어서 87% 이상 지금 수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물론 십몇 퍼센트 정도 부족한 상태인 것은 맞지만 수출 통제로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문제는 물가”라며 “근본적인 수급이 완전히 부족해지는 심각한 상황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데 이 불안정성 때문에 원유 가격의 정상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그리 쉬울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물가 대응책이 문제인데 우리로선 최고가격제 시행이나 비축유 활용, 수입선 다변화에 따른 비용 보전 지원 등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26.06.08 13:07박수형 기자

李대통령 "초과이윤 국제적 논의 필요...초과세수는 미래 투자"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 노사 갈등으로 촉발된 초과이윤 논쟁에 대해 “국내에 제한되는 논의가 아니라 전 세계의 국제 무역 질서까지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국제적 단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되 모르는 척 할 수는 없다. 매우 어려운 주제인데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배분 갈등으로 논의가 이뤄진 초과이윤 문제를 두고 새로운 화두인 점은 분명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진단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월급을 올려달라 했지, 영업이익을 나눠 갖자고 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초과이윤에는) 노장자의 기여도 있고, 회사 투자자의 몫도 있고, (세수 측면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준 국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대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 때문에 고민을 했다”며 “소위 경영권에 해당하고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을까 했는데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영업이익률 높으면 그중 일부를 떼라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고 하면 그 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겠냐”며 “법인세는 합리적으로 예측되는데 몇 퍼센트 나눠 갖자고 그때그때 결정해야 한다면 매우 불안정하고 예측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초과이윤과 별개로 초과세수에 대해서는 잠재성장률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초과세수는 예상을 벗어난 것”이라며 “일반 세수로 취급해 재정지출로 소진하는 방법은 일단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많이 들어오면 많이 쓰고 적게 들어오면 적게 쓴느 식은 재정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부채 축소에 대해 “현재와 미래 가치 비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현재보다 미래 가치가 높다면 (부채) 상환이 맞지만,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게 정말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할 수 없난, 그러나 꼭 해야 되는 영역에 국가가 선제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농사로 비유하면 수확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숲을 가꾸거나 과수나무를 심는 투자도 필요하다. 지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2026.06.08 13:00박수형 기자

李 대통령, 투표용지 부족에 "헌정시스템 문제, 정부 요인 의견 듣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과 관련해 “헌정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오후에 정부 주요 요인과 만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투표용지 사태에 대한 외신의 질의에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해준 청년들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문제로 만나겠다고 밝힌 정부 주요 요인은 행정부를 비롯해 입법부, 사법부, 헌법재판소 등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혀 배제하고 분립된 국가 권력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만남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투표용지 사태를 두고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첨단 대한민국, 모범적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한순간에 깡그리 망가뜨린 일”이라며 “민주주의 발전도가 낮은 나라에서 봐도 투표지가 부족해 투표를 못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충격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많은 청년들의 문제 제기 과정을 보면서 저도 민감도가 떨어진 것 아닌가 반성했다”며 “원리 원칙적인 측면에서 민주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투표권 행사를 막았다는, 속된 말로 어영부영 대충 해서 주권 행사를 막은 것은 표의 숫자와 결과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론이 뒤섞여 있는데 다르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을 세뇌 선동 세력화 수단으로 삼는 것과 투표를 못할 수가 있다는 문제제기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그 문제를 지적하는 청년들의 의견은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에서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어따ᅠ갛게 저련 결과를 만들어 냈을까, 낮 2시부터 부족했다는데 대책도 없이 일부러 그랬나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심하다 생각했지만 구조적인 문제까지 접근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겠다, 너무 안일했다”며 “고발이 들어왔으니 수사를 하라고 합동수사본부를 빨리 구성하자 했고 독립기관 문제이기 때문에 저 혼자나 국회가 따로하는 것보다 정부 주요 요인들이 모여 어떻게 접근하는 게 맞는지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2026.06.08 12:33박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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