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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25년차 기자가 파헤친 권력의 민낯, '권력본색'

독일의 히틀러, 유고슬라비아의 밀로셰비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어떻게 나라를 파탄으로 이끌었을까. 놀랍게도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합법적인 민주적 투표를 통해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됐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제 손으로 파멸을 가져올 지도자를 선택하는 비극은 왜 반복되는가. 신간 '권력본색(시대북스)'은 이 같은 물음에서 출발한다. 머니투데이 등에서 25년간 정치·경제·사회·국제 부처를 두루 거치며 권력의 심장부를 취재해 온 베테랑 저널리스트 이상배 기자가 권력의 본질과 대중의 선택, 그리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날카롭게 해부했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돼 국내 정치부터 글로벌 패권 경쟁, 경제 법칙과 인간의 철학적 본성까지 아우른다. 1부에서는 대통령과 선거를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선거를 '대중의 욕망과 분노가 투영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대중의 분노가 비정치인 출신 대통령을 낳고, 그 권력이 욕망과 아집에 사로잡혔을 때 어떤 궤멸적 결과가 초래되는지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등 한국 정치의 현실을 통해 짚어낸다. “누구를 뽑을지 모르겠다면 최소한 자기애(나르시시즘)가 가장 강한 사람을 피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2~4부는 비정한 국제정치의 현실과 한반도의 위기를 낱낱이 파헤친다.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당해야 할 것을 당한다”는 고대 아테네의 경고가 120년 전 조선을 넘어 현대 한반도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한다. 특히 백인 노동자의 분노를 업고 부상한 도널드 트럼프의 세계관과 협상술을 심층 분석하며, 북핵,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주한미군 철수 위협 등 복합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생존의 활로를 모색한다. 이어 5부에서는 포퓰리즘 중독으로 무너진 아르헨티나의 비극 등 권력의 물질적 토대인 경제 법칙을 파헤치고, 6부에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리어왕'을 빌려, 바른말을 하는 충신을 내치고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 파멸하는 권력자의 어리석음을 성찰한다. 플라톤부터 넷플릭스 드라마까지 넘나드는 저자의 풍부한 인용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정치·외교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책에서 저자는 "인간은 어리석지만, 실패를 통해 배운다. 역사는 배우지 않는 자에게 더 가혹한 문제를 들고 온다"고 강조한다. 다가올 격변의 시대, 권력의 속성을 꿰뚫어 보고 현명한 유권자로 남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서늘하고도 명쾌한 지침서와 같다.

2026.10.12 06:00백봉삼 기자

가짜뉴스라고 쫓겨난 CNN, 법원 명령에 트럼프 백악관 복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가짜뉴스'라는 비판과 함께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했던 CNN 기자들이 법원의 출입증 복원 명령에 따라 백악관에 복귀했다. 25일(현지시간) CBS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했던 CNN과 MS NOW, 폴리티코 기자들이 백악관 출입을 재개했다. 연방 판사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기자 출입증을 복원하라고 명령한 데 따른 조치다. 세 언론사는 기자들이 백악관에 들어가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앞서 이들 언론사의 출입이 거부되자 변호인단은 법원에 즉시 심리를 요청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법원 명령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불거지자 CBS를 비롯한 수십개 언론사는 세 언론사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취재 금지 조치를 견해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활동을 취재하는 5개 방송사 공동취재팀도 CNN을 지지하며 백악관 행사 보도를 대부분 중단했다. CNN과 MS NOW, 폴리티코 측 변호사 시어도어 부트로스는 “언론의 자유, 적법절차,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강력한 판결”이라며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기자 측 변호인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재 금지 조치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에 대한 위헌적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이유로 취재를 금지하면서 사전 통지나 이의 제기 기회조차 주지 않아 헌법상 적법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CNN과 MS NOW, 폴리티코가 행정부에 유리한 보도를 하도록 압박하고 다른 언론사에도 불리한 보도를 삼가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법무부는 백악관이 기자 출입을 제한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맞섰다. 언론의 전문성 기준 확립과 기밀정보 보호 등을 위해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주 초 트루스소셜을 통해 법원이 언론사 측 손을 들어줄 경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6.09.28 10:20홍지후 기자

[기자수첩] 미국은 입법 막히자 '우회로'…한국은 기본법도 감감무소식

추석 전에는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됐던 디지털자산기본법 당정 통합안이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달 디지털자산기본법 당정 통합안을 9월 중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추석 전 발의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이달 초까지도 정부안이 국회에 전달되지 않았다. 유 위원장은 당시 "아직 정부안이 안 왔다"며 금융위원회 안이 먼저 와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금융위 역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 검토안을 논의했고, 이후에도 정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내 입법 추진 방침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시장이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결과물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까지 굵직한 쟁점이 계속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도 사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구조를 규율하는 클래리티법은 최근 상원에서 토론 종결에 필요한 표를 얻지 못하면서 입법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움직였다. SEC는 지난 17일 토큰화된 미국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 일부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혁신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발표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토큰화증권거래소(TSV)에 기존 거래소 등록 규정 등의 적용을 한시적·조건부로 면제하는 방식이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혁신면제를 발표하면서 클래리티법이 의회에서 진전되지 못했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 그러면서 SEC가 법률이 부여한 권한 안에서 미국 자본시장의 온체인 전환을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혁신면제가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의 완성판은 아니다. 적용 대상과 조건이 제한돼 있고 한시적인 조치다. SEC 역시 이를 향후 정식 규칙 제정으로 넘어가기 위한 '가교(bridge)'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입법에 제동이 걸리자 행정부 차원에서 현행법 아래 가능한 범위의 길을 먼저 열었다는 점이다. 법이 완성될 때까지 시장에 마냥 기다리라고 하지 않은 셈이다. 한국 상황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제도는 기본법 하나만이 아니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도 남아 있다. 정부가 단계적 허용 방침을 밝혀왔지만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후속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상자산 과세도 마찬가지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작된다. 시행이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취득가액 산정과 신고 체계 등 세부적인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결국 기본법과 법인 참여, 과세까지 디지털자산 시장의 큰 틀을 좌우할 제도들이 동시에 불확실성에 놓여 있는 셈이다. 시장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다. 규제를 만들더라도 어떤 규제가 언제부터 어떻게 적용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제도가 보여야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다. 투자자는 규칙을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최소한 정부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언제쯤 결론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시간표는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자산 시장은 국경이 없다. 국내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글로벌 시장이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토큰화 증권과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금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사이 국내 기업들도 어느 규칙에 맞춰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혁신면제가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미국 역시 클래리티법이라는 입법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SEC의 이번 조치도 임시방편에 가깝다. 하지만 입법이 늦어졌을 때 무엇을 했는지는 비교해볼 만하다. 미국은 기존 법률과 규제당국의 권한 안에서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임시 통로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추석을 앞둔 지금까지 기본법 정부안조차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언제 발의할 것인지, 법인의 시장 참여를 언제부터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지, 내년으로 다가온 과세를 어떤 기준으로 시행할 것인지. 이제 시장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검토'가 아니라 구체적인 답과 시간표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만드는 것은 규제 그 자체만이 아니다. 규제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알 수 없는 시간 역시 시장에는 비용이다.

2026.09.26 10:00홍하나 기자

美 반도체 투자 확대 요구에...이 대통령 "기업 판단·국익 고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반도체 현지 투자 확대 요구에 대해 기업의 경영 판단과 국내 산업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미국에서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 투자 규모는 기업 의견을 존중하면서 국익 차원에서 판단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반도체 공장 건설 요구와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이미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규모로 더 늘릴 것이냐는 기업의 경영 판단도 있고, 한국의 산업 전략과도 관계된 것”이라며 “기업들의 의견을 존중해 가며 국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결론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현지 생산 확대 요구만을 기준으로 추가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과 관련 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해외 투자 확대와 국내 생산 기반 확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 역시 추가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패키징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추가 투자 여부도 한미 간 산업 협력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인 대미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국익을 강조했다. 그는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까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핵심 쟁점으로는 '상업적 합리성'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두 번째 정상회담 날 아침 7시30분까지 타협이 안 되다가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대로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표현을 넣었다”면서도 “지금 구체적인 투자 협의를 시작하니까 그게 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이 발생한 사업의 처리 방식 등 구체적인 조건을 놓고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를 두고 “밤잠을 설칠 만큼 고민을 많이 한다”며 “국익은 정말 중요하다. 어떠한 관계나 압박, 강요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6.09.18 12:35박수형 기자

한미 에너지 안보 동맹 강화…전력 핵심 기자재 협력 제안

정부가 미국·영국·독일 등에 전력부문 핵심 기자재 협력을 제안하는 등 에너지 안보 동맹 확대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이호현 제2차관이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G20 에너지 장관회의에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해 미국·독일·영국 등 주요국과 양자회담을 개최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휴스턴에 소재한 미국 에너지 기업과 에너지 정책 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방위적 협력활동을 펼쳤다. 이 차관은 15일 열린 '에너지 안보' 주제 회의(세션)에서 세계적인 전력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발전설비·계통연계·공급망 등 3가지 도전과제(3C)를 제시했다. 특히, 재생에너지·원전 등 발전설비를 확대해도 계통이 연결되지 않고 있고 핵심 전력 기자재 공급 문제가 전력계통망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차관은 “변압기·배터리·전선 등에 필요한 소재·장비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지만 개별 국가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공동 대응이 필요한 만큼 회복력있는 전력망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주요 20개국 국가 전력망 투자계획을 공유하고 정부-전력회사-전력계통운영회사-전력기자재 업체 간 협력의 장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2028년에 열리는 주요 20개국 회의 의장국으로서 영국(2027년 의장국), 미국(2026년 의장국)과 협력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물 재이용' 주제 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반도체 등 첨단산업 성장으로 산업용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하수처리장이나 공장의 하·폐수를 재처리해 공장에서 재이용하는 국내 정책사례를 소개했다. 이 차관은 더그 버검 미국 내무부 장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카일 하우스베이트 에너지부 차관과 양자회담을 갖고 전력, 소형원전모듈(SMR) 등 양국 협력분야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국내 전력기자재·에너지저장장치(ESS) 업체가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 기업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바 한국은 미국 전력망 현대화 사업의 좋은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에너지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간 '한미 에너지 협력 대화'의 조속한 개최 및 정례화에 합의하고 이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차관은 14일 미국 최대 에너지 회사인 엑손모빌을 방문, 저탄소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또 9월 13일에는 미국 대표 에너지 스타트업인 아모지(AMOGY)를 방문,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의 상용화 현황을 들었다. 아모지는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해서 수소 연료전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으로 포항 분산에너지 특구에 참여해 부산에 생산 시설을 구축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초도 물량이 올해 연말 싱가포르에 수출될 예정이다. 이호현 차관은 “미국은 세계 최대의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앞서가면서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기반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국내 기업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전력회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2026.09.17 12:39주문정 기자

김윤지 콘진원장 "IP 키우는 '핵심 에이전시' 도약…장르 칸막이 허물 것"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콘텐츠 지식재산(IP)의 전방위적 확장과 유기적 연계를 지원하는 핵심 에이전시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17일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김윤지 신임 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장세 둔화에 직면한 콘텐츠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4대 신(新)전략'을 발표했다. 김윤지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내 콘텐츠산업이 처한 냉정한 현실을 짚으며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김 원장은 "매출과 수출 성장세가 과거보다 둔화되고 현장에서는 제작비 급등과 수익률 하락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030년 K-컬처 시장 400조원, 수출 11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작비 지원을 조금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콘진원은 단순 지원금 교부 방식에서 탈피해 하나의 원천 IP가 전 산업으로 뻗어나가는 'IP 중심 비즈니스 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핵심 과제로 제시된 '한국형 제작위원회(가칭)'는 창작자와 제작사, 투자사, 플랫폼을 한데 묶어 기획부터 제작, 유통,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연계하는 협업 모델이다. 대형사와 달리 자체 확장이 어려운 중소 제작사의 웹툰·웹소설이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굿즈 등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공공이 간사 역할을 수행하고 매칭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다각적 IP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콘진원 내부의 '칸막이 구조'도 허문다. 김 원장은 "각 본부의 사업과 예산에 꼬리표가 붙어 있어 장르 간 연계가 쉽지 않았다"며 "각 본부의 전략팀을 모아 '콘텐츠 IP 전략협의체(가칭)'를 구성하고, 예산 단계부터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겠다"고 설명했다.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을 결합한 'KIPS(K-content IP Scale-up)' 프로그램도 함께 가동해 IP 유망 기업을 단계별로 육성한다. 더불어 산업 생태계를 지탱할 자금·인재·기술 등 '3대 성장엔진' 공급도 대폭 강화한다. 현장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저금리 특화대출 대상을 방송·영상 중심에서 게임·애니메이션·음악으로 확대하고 100억원을 신규 확보해 총 370억원 규모로 운용한다. 청년 일경험 인턴십 지원 규모는 현행 200여명에서 2027년 1000명 이상으로 늘려 현장 인력난을 해소하며, 총 1000억원 규모의 초몰입·실감형 공연기술 등 인공지능(AI) 기반 문화기술(CT) R&D 투자도 본격화한다. 경직된 국고 지원 구조를 벗어나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출연금 지원기관' 전환 의지도 표명했다. 김 원장은 "전액 국고로 운영되다 보니 1년 단위로 예산을 모두 소진해야 해 다년도 사업이나 하반기 시작 사업 지원에 어려움이 컸다"며 "임기 동안 기획재정부 및 문화체육관광부와 적극 협의해 출연금 기관으로 전환함으로써 산업계 수요에 맞춘 탄력적 재정 운용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장르별 지원 전략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했다. 글로벌 진출의 핵심인 게임 분야에 대해 김 원장은 "하나의 대형 IP로 성장하기까지 통상 10년이 걸리며, 콘진원이 전 주기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인디 및 중소 개발사가 투자를 유치하기 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초기 단계와 시장 안착 후 마케팅 단계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해 혁신의 풀뿌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지원사업 선정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평가체계 혁신안도 내놨다. 연간 168개에 달하는 목적사업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제기돼 온 심사위원 전문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평가위원 공모 주기를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풀을 대대적으로 쇄신한다. 아울러 내부 직원을 배제하고 전원 외부 전문가로 심사위원을 구성하며, 지속적인 역량 평가를 통해 '잠재력 있는 옥석 IP'를 가려낼 안목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콘진원은 해외 비즈니스센터 28곳을 10개 권역 허브와 18개 오피스로 재편하고, B2B·B2C 융합 거점인 'KOREA360'을 내년 미국 LA까지 확대하는 등 K-컬처 수출 패키지를 고도화한다. 김 원장은 "콘진원의 영문 사명(KOCCA)에 담긴 '에이전시'의 정체성을 살려 대한민국에서 콘텐츠를 가장 잘 아는 전문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며 "콘텐츠 하나의 성공이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6.09.17 11:30정진성 기자

폴스타 3, 한국자동차기자협회 9월의 차 선정

폴스타의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폴스타 3'가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가 선정한 9월의 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4일 올해의 차 선정위원회 심사 결과 폴스타 3를 2026년 9월의 차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차 선정위원회는 매월 출시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대상으로 디자인 및 감성 품질, 주행 성능 및 에너지 효율성, 안전·첨단 주행 기술,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 시스템, 공간 활용 및 실용성, 가격 경쟁력 및 상품 가치, 종합 상품성 및 구매 매력도 등 7개 부문을 평가해 이달의 차를 선정한다. 이번 심사에서는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볼보 EX90, 폴스타 3, 현대자동차 디 올 뉴 아반떼가 후보에 올랐다. 폴스타 3는 총점 70점 만점에 54.3점을 받아 최종 선정됐다. 부문별로는 디자인 및 감성 품질과 주행 성능 및 에너지 효율성에서 각각 8.3점을 받았다. 안전·첨단 주행 기술과 종합 상품성 및 구매 매력도는 8점, 공간 활용 및 실용성, 가격 경쟁력 및 상품 가치 부문은 각각 7.7점을 기록했다. 원선웅 올해의 차 선정위원장은 "폴스타 3는 106kWh 대용량 NCM 배터리와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스템, 후륜 토크 벡터링 및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의 조합은 온로드에서의 정숙성과 서킷에서의 높은 한계 성능을 동시에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2019년부터 이달의 차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BMW 더 뉴 iX3가 이달의 차로 선정됐다. 이달의 차에 선정된 차량은 대한민국 올해의 차(K-COTY) 최종 심사 1라운드에 직행하는 특전을 받는다.

2026.09.04 11:09김재성 기자

EV부터 고성능차까지…'대한민국 올해의 차' 후보 16대 확정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주관하는 '2027 대한민국 올해의 차' 전반기 심사에서 13개 브랜드 16대가 예선을 통과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에 출시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 25대를 대상으로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전반기 심사를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심사 대상은 14개 브랜드 25대다. 이 가운데 13개 브랜드 16대가 전반기 심사를 통과해 내년 1분기에 열리는 최종 심사에 진출한다. 브랜드별로는 기아와 포르쉐, 현대자동차가 각각 2대로 가장 많은 후보를 배출했다. 랜드로버와 르노, 링컨,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제네시스, GMC, KG 모빌리티, 토요타, 푸조에서는 각각 1대가 진출했다. 올해의 차 부문에는 기아 EV5 GT와 디 올 뉴 셀토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링컨 노틸러스, 더 뉴 아우디 A6, 토요타 RAV4, 현대차 더 뉴 그랜저와 더 뉴 스타리아 일렉트릭 등 8대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유틸리티 부문에는 기아 EV5 GT와 디 올 뉴 셀토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링컨 노틸러스, 토요타 RAV4, 현대차 더 뉴 스타리아 일렉트릭 등 6대가 진출했다. 올해의 커머셜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KG 모빌리티 무쏘와 현대차 더 뉴 스타리아 일렉트릭이 최종 심사를 받는다. 올해의 xEV 부문 후보는 기아 EV5 GT와 디 올 뉴 셀토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링컨 노틸러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토요타 RAV4, 현대차 더 뉴 그랜저와 더 뉴 스타리아 일렉트릭 등 8대다. 올해의 디자인 부문에는 기아 EV5 GT와 디 올 뉴 셀토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 링컨 노틸러스, 메르세데스-AMG GLS 63 4MATIC+, 더 뉴 아우디 A6, 제네시스 GV60 마그마, GMC 허머 EV SUV, 토요타 RAV4, 포르쉐 911 터보 S, 푸조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현대차 더 뉴 그랜저와 더 뉴 스타리아 일렉트릭 등 13대가 올랐다. 올해의 퍼포먼스 부문에서는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메르세데스-AMG GLS 63 4MATIC+, 제네시스 GV60 마그마, 포르쉐 911 터보 S와 마칸 GTS 일렉트릭 등 5대가 경쟁한다. 대한민국 올해의 차 심사는 전·후반기 심사와 최종 1차 온라인 평가, 2차 실차 평가 등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올해의 차를 비롯해 국산차 또는 수입차, 유틸리티, 커머셜 모빌리티, xEV, 디자인, 퍼포먼스, 이노베이션 등 8개 부문을 평가한다. 올해의 이노베이션 부문은 최종 심사에서 새로운 후보 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협회 소속 60개 언론사에는 1사당 1개의 투표권이 주어진다. 협회가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 차' 수상 차량은 전·후반기 심사를 거치지 않고 최종 심사에 곧바로 진출한다. 원선웅 올해의 차 선정위원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자동차 타이틀을 놓고 완성차와 수입차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더욱 공정하고 엄격한 평가를 진행하겠다"며 "국내외 소비자에게 올바른 신차 정보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8.31 09:23김재성 기자

[기자수첩] '버스하우스'부터 '야간 인턴'까지…청년 정책의 잔혹극

'고시원 욕조' '버스 하우스' 논란이 지나간지 얼마되지 않았다. 고시원에 책상 설치 의무 규정을 빼고 욕조를 넣자는 규정은 원점서 재검토하기로 했고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버려진 버스를 집으로 개조해 청년에게 공급하자는 의견은 무수한 밈을 양상하며 사과로 마무리지어졌다. 청년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겠지만, 청년이 어떤 방식으로 빈곤에 내몰리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없는 미봉책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제시한 청년 채용 확대 방안은 의문을 들게 한다. 27일 금융노조는 9월 4일 총파업을 예고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윤석구 금융노조위원장은 주 4.5일제를 거론하면서도 청년 채용 확대도 총파업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윤석구 금융노조위원장은 "베이비부머 등 퇴직자 30% 이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자고 한 것이 1차 산별교섭 안"이라면서 "국회 토론회와 포럼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은 평일 은행 영업시간에 업무를 볼 수 없으니 야간이나 주말을 포함해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년 인턴 채용을 활용해서 새로운 직무로 하고 '무빙 스마트앤 뱅크' 서비스를 만들자고했다"고 부연했다. 그렇지만 묻고싶은게 있다. 왜 청년 인턴은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야간·주말 출근을 해야 하는 일자리에 있어야 하는 걸까.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로 정해져있다. 이유는 은행 직원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탄력 점포를 만들기 어려운 것도 야간 근무와 주말 근무에 관한 직원-회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구 위원장은 이 같은 반문에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게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어진 해명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는 "청년이 물류나 배달 이런 곳에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금융에 대한(일자리) 경험을 바탕으로 일을 하고, 그런 금융(일자리)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그는 "주말에는 전산을 여는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은행업무를 하지 않으며 야간근무도 전산상으로 제외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청년 인턴은 야간과 주말에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지 종잡기 어려운 말이다. 본인들의 주말과 야간 근무는 '노사 합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단단히 빗장을 걸어두었으면서, 청년 인턴에게는 바로 그 주말과 야간에 현장으로 나가라 권한다. 자신들의 휴식권은 투쟁으로 지켜야 할 정당한 권리이고, 청년 인턴의 야간·주말 출근은 베풀어 준 '고마운 금융 기회'라는 것인가. 기득권층이 내놓는 청년 대책의 핵심은 언제나 이처럼 '구조적 개혁'이 아닌 '미봉책의 나열'이자 '시혜'다. 기존 정규직과 기득권이 누리는 노동 환경과 자산 가치는 단단히 지켜낸 채, 청년들에게는 남아도는 버스나 비인기 야간 일자리 같은 빵 부스러기를 던져주는 것이다. 사다리는 이미 올라간 뒤 치워버렸으면서, 바닥의 청년들에게 밧줄 대신 솜사탕을 던져주며 "너희를 생각한다"는 자족감에 빠지는 격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의자 빼앗기' 게임보다 더 잔인한 잔혹극을 펼치고 있다. 수십 명이 한정된 의자를 뺏기 위해 다투던 무대에 이제 청년의 자리는 아예 없다. 기득권끼리 의자를 독점한 채 무대 밖 청년들에게 말도 안 되는 해법을 던지며 선의의 알리바이를 세우고 있을 뿐이다. 기득권을 조금도 내려놓지 않는 측은지심은 동정이 아니라 '기만'이다. 파이를 나눌 의지가 없는 공감은 연극에 불과하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득권층의 시혜적 눈물이나 미봉책이 아니다. 스스로의 기득권이라는 성벽을 물러뜨릴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구조 개혁'의 결단이다. 성벽 안의 풍요를 온전히 누리며 성 밖의 청년들에게 동정표를 던지는 연극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2026.08.28 09:19손희연 기자

한국기자협회, 창립 62주년 맞아 '신뢰 정보' 가치 강조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의 급속한 확산으로 정보 생산·유통 구조가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62주년 기념식을 열고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인 사실 확인과 공정보도의 의미를 다시 짚었다. 한국기자협회는 창립기념일인 8월 17일을 앞두고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62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언론계와 정관계 인사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AI 기술 고도화와 신규 미디어의 확산으로 정보량은 폭증하고 있지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실 정보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자들이 기자협회를 중심으로 신뢰와 공정이라는 언론의 핵심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언급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이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환경에서 취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현장의 비판과 문제 제기를 정책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고 전했다. 조정식 국회의장도 AI 대전환기를 맞아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출처 불명 콘텐츠가 대량 확산되는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 기술 수준이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진실을 발굴하는 출발점은 결국 기자들의 현장 취재와 검증 활동에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조 의장은 AI가 언론사의 취재 결과물과 기사 데이터를 활용하는 문제에 대한 언론계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향후 AI 기본법 관련 후속 논의 과정에서 현업 기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사는 시민의 삶을 지키고 공동체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국회 역시 언론 환경 개선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기념사에서 협회 창립의 역사적 의미를 환기했다. 그는 1964년 군사독재 시기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구심점으로 출범한 기자협회의 정신이 오늘의 협회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하며, 선배 언론인들의 투쟁과 신념, 실천이 지금까지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기자협회 5대 강령인 ▲언론자유 수호 ▲기자 자질향상 ▲기자 권익옹호 ▲조국의 평화통일 ▲국제교류 강화를 다시 상기시키며, 언론자유는 한 번 획득하면 영구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지속적인 각성과 실천을 통해 지켜내야 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회원들 역시 언론자유와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해 계속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협회 발전에 기여한 인사에 대한 감사패 전달도 진행됐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신용회복위원장과 백종우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은경 원장은 수상 소감에서 "제가 기자 분들께 감사패를 드려야 하는데 거꾸로 상을 받게 돼 송구스럽기도 하고 감개무량하다"며 "앞으로 저희와 기자협회의 가치 실현에 더 많은 기자 분들께서 동참해주시면 사람 살리는 금융으로서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백종우 단장도 "정신건강보도 가이드라인을 기자협회와 함께 만들어 현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며 "의사보다 기자를 훨씬 많이 만나다 보니 기자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62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저희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행사 후반에는 '서재필방' 4행시 공모전 시상식도 열렸다. 기자협회는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프레스센터 내 기자실을 새롭게 개관하고, 서재필 선생의 언론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공간명을 '서재필방'으로 정했다. 이후 7월 말 창립 62주년과 기자실 개관을 기념해 '서재필방' 4행시 공모를 진행했으며 총 270건의 응모작 가운데 우수상 3건과 장려상 27건을 선정했다. 기념식의 마지막 순서로는 협회 창립 당시 채택된 선언문 낭독이 진행됐다. 박지은 강원도민일보 기자와 손석민 SBS 기자는 "정의와 책임에 바탕을 둔 우리들의 단결된 힘은 어떠한 권력, 어떠한 위력에도 굴치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며 "일선 기자들은 오늘 기자협회를 창립한다"는 선언문을 낭독하며 초심과 시대적 책무를 다시 환기했다.

2026.08.14 15:28남혁우 기자

AI 기자, 속보 경쟁서 인간 기자 앞섰다

인공지능(AI) 기자 만으로 운영되는 매체가 주류 언론보다 주요 소식을 먼저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AI가 뉴스 취재와 보도 영역에서도 인간 기자를 앞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언론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와이어드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AI 기반 매체 '런타임와이어(RuntimeWire)'가 지난주 열린 '블랙햇 사이버보안 컨퍼런스'에서 오픈AI 연구원들의 발표 내용을 주요 언론보다 먼저 보도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런타임와이어는 당시 오픈AI 연구원들이 공개한 내용을 현장에서 가장 먼저 기사화했다. 오픈AI는 이날 AI 에이전트가 '허깅페이스 해킹 사태'에 앞서 진행된 사내 사이버보안 테스트에서 인프라의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악용한 사례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특히 AI 에이전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시스템 취약점을 서로 공유했으며, 자신들만의 '해킹 비밀게시판'까지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잇따라 이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런타임와이어는 가장 빠르게 보도한 매체인 와이어드보다 3시간 먼저 해당 소식을 전했다. 런타임와이어의 이번 보도는 AI 챗봇 등장과 온라인 검색 트래픽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미디어 업계에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경쟁 매체보다 빠르게 새로운 흐름을 포착하고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는 것이 기자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AI가 가진 정보 처리 능력은 상당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기즈모도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의미 있는 신호를 찾아내는 데 강점을 가진 대형언어모델(LLM)이 인간 기자들이 놓칠 수 있는 뉴스거리를 포착하는 데 이론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했다. 런타임와이어는 바로 이러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AI 뉴스 플랫폼이다. 오스틴에 기반을 둔 기업가이자 기술 투자자인 라이언 머켓이 지난 5월 설립한 이 회사는 AI의 빠른 정보 처리 능력과 최소한의 인간 편집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룸을 표방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뉴스의 품질보다 속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런타임와이어의 기사는 인간 기자가 작성한 기사와 비교하면 다소 밋밋하고 기계적인 어조를 띠며, 기존 언론사 뉴스룸에서 기대할 수 있는 독창적인 통찰이나 심층 취재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런타임와이어가 설립된 지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은 만큼 현재의 성과만으로 AI 기반 뉴스룸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AI 모델의 글쓰기와 정보 취합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데다 향후 사실관계 검증과 정보 왜곡을 줄이는 기술까지 고도화될 경우 AI를 활용한 뉴스룸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2026.08.13 14:27이정현 미디어연구소

BMW 더 뉴 iX3, 자동차기자협회 8월의 차 선정

BMW의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BMW iX3'가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하는 '2026년 8월의 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6일 올해의 차 선정위원회 심사 결과 더 뉴 BMW iX3를 8월의 차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매월 출시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대상으로 디자인, 주행 성능 및 에너지 효율성, 안전·첨단 주행 기술, 인포테인먼트, 공간 활용성, 가격 경쟁력, 종합 상품성 등 7개 부문을 평가해 이달의 차를 선정한다. 이번 심사에서는 BMW 더 뉴 BMW iX3와 링컨 올-뉴 링컨 네비게이터가 후보에 올랐으며, 더 뉴 BMW iX3가 70점 만점에 58.7점을 받아 최종 선정됐다. 더 뉴 BMW iX3는 주행 성능 및 에너지 효율성 부문에서 9점을 받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 시스템, 가격 경쟁력 및 상품 가치 부문에서는 각각 8.7점, 안전·첨단 주행 기술과 종합 상품성 및 구매 매력도 부문에서는 각각 8.3점을 기록했다. 원선웅 올해의 차 선정위원장은 "더 뉴 iX3는 BMW가 10년을 준비해 온 노이에 클라쎄 프로젝트의 첫 결실로, 전용 전기차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주행 성능과 충전 효율의 진보가 돋보이는 모델"이라며 "국내 인증 기준 611㎞의 1회 충전 주행거리와 350~400kW급 초급속 충전 기능은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합 컴퓨팅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주행 감각과 넉넉한 2열 공간, 미니멀한 실내 디자인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2019년부터 매월 이달의 차를 선정하고 있으며, 수상 차량에는 대한민국 올해의 차(K-COTY) 최종 심사 1라운드에 직행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달에는 토요타 올 뉴 RAV4가 이달의 차로 선정됐다.

2026.08.06 10:11김재성 기자

유용균 단장 "2035년되면 과학자가 곧 하나의 연구소"

"연구소는 더 이상 건물이 아니다. 모든 과학자가 곧 하나의 연구소다." 유용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가과학AI연구센터 단장이 지난 28일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이은정)가 주최한 '2026 과학기자대회'에서 AI의 미래를 이 같이 전망했다. 국가과학AI연구센터는 현재는 단 형태이지만, 오는 8월 1일부터는 정식 센터로 발족한다. 센터 운영도 유용균 단장이 그대로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AI발전과 인간 과학자의 역할 변화' 주제 발표에서 유 단장은 전국의 과학자들 책상 위에 하나의 연구소가 놓여질 시기로는 2035년을 에상했다. 지금부터 9년 뒤다. 유 단장은 "대학생도 신임 연구자도, 배테랑도 모두가 자기만의 자율연구 공간에서 자유롭게 탐구하고 연결하고 성과를 만드는 각자의 책상위에 하나의 연구소를 두는 플랫폼이 생길 것"이라며 "나아가 인공지능끼리 알아서 연구하고 논문쓰고, 진화하는 시대가 곧 온다"고 전망했다. 유 단장은 또 "2022년 초등생보다 못하던 인공지능 수준이 2024년 9월, 처음으로 인간의 IQ를 초월했다"며 "2025년 7월엔 국제수학 올림피아드 금메달 수준, 8월엔 서울대학교 학생보다 알고리즘을 더 잘 짜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성형 AI의 진화속도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오픈AI가 화학실험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유 단장은 "누구나 에이전트 AI OS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국가과학AI연구센터는 올해 내 과학 AI운영체제 시제품 서비스를 일부 가동해보고, 내년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패널토론에서는 류준영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장 사회로 △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 △조승한 연합뉴스 테크부 기자 △최호 전자신문사 차장이 참석, 언론의 입장에서 본 AI와 시장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AI 시대, 반도체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 교수는 "인간의 뇌는 1,000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뉴런)가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다른 뉴런과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한다. 약 20W 수준의 저전력으로도 기억 연산 추론 학습 등을 동시에 수행한다"며 "이를 모사하는 방향으로 AI 반도체가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교수는 또 "하드웨어 모사는 초기 인공지능 신경망, 논리적 기능 모사가 디지털컴퓨터 토대가 됐다"며 "결국 가상의 신경망(LLM)은 최적화된 폰 노이만 하드웨어(PIM,3D SoC) 위에서 범용 AI로 진화 중이다. 또 하드웨어 신경망(뉴로모픽)은 로봇제어, 엣지 AI 등 특정 물리적 도메인을 장악하는 방향으로 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비만치료제, 바이오 혁신과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최인영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장과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상반기 과학취재상 시상식도 진행했다. 과학기사상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조가현·이병구 기자) ▲뉴스1(황덕현 기자) ▲국민일보(김판·감자휸·이강민 기자)에게 돌아갔다. 또 머크 의학기사상은 ▲조선비즈(허지윤·박수현 기자) ▲아시아경제(박정연 기자)가 각각 수상됐다.

2026.07.29 18:22박희범 기자

많이 보도되는 기사보다 오래 인용되는 정보를 향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의미를 한참 설명한 뒤, 출입기자들로부터 "말씀만 들으면 당장 기사로 써야 할 것 같은데요"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이어진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기사를 올려도, 데스크에서는 '클릭이 나오겠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그 시간에 아파트나 전셋값 기사를 하나 더 쓰라고 한다는 것이다. 국토나 부동산원에서 나온 자료를 받아 쓰는 게 수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은 꽤 오래 남았다. 그 기자가 새로운 산업에 관심이 없어서도, 취재 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상업용 부동산과 프롭테크는 여전히 독자에게 낯선 분야다. 주택 정책과 아파트 가격, 재건축, 건설사 이슈를 매일 따라가야 한다. 생소한 시장을 처음부터 공부하고, 데스크를 설득하고, 독자가 이해할 언어로 다시 설명하기에는 시간도, 지면도 부족하다. 언론사의 취재 환경은 요동치고 있다. 과거에는 부서를 옮기면 선배 기자가 후배에게 산업의 구조와 주요 취재처를 알려주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신입 기자도, 다른 부서에서 이동해 온 기자도 곧바로 낯선 현장에 투입된다. 마감에 쫓기다 보면 정부 기관이나 익숙한 업체가 제공한 자료를 빠르게 해석해 기사를 쓰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갈증을 느낀다. 알려진 수치를 되풀이하기보다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업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문제는 기자 개인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차분히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기업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KT, 11번가, 여기어때처럼 소비자에게 익숙한 B2C 기업에서 홍보 업무를 해왔다. 새로운 서비스와 캠페인, 이용자의 반응 자체가 이야기가 됐다. 회사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 대략 알 수 있었기에, 산업의 기초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B2B 기업으로 옮기자 판이 달라졌다. 물론 B2B 시장 홍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은 위기관리에 집중하고, 어떤 곳은 언론과 거리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협업, 제휴, 채용이나 투자처럼 특정 목적이 있을 때만 홍보가 필요한 기업도 있다.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 PR은 당장 판매나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기업의 성과를 기록하고, 시장을 대표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장기적인 신뢰를 축적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회사를 열심히 설명했다.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경쟁사와 무엇이 다른지,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알렸다. 기대만큼 깊이 전달되지 않았다. 설명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산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기업의 차별성부터 이야기하고 있었다. 경기 규칙을 모르는 사람에게 특정 선수의 장점만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때 질문을 바꿨다. 회사를 더 크게 말하는 대신, 우리가 속한 산업부터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어떨까. 그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 미디어허브다. 기자들을 초청해 기업의 성과와 서비스를 발표하는 일반적인 간담회가 아니라, 특정 시장을 함께 공부하는 소규모 스터디다. 회사 소개는 줄이고 시장의 구조와 변화,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았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부터 인공지능, 공유오피스, 전자계약, 시니어 주거, 건설과 인테리어 폐기물까지 아직은 낯설지만 취재 현장에서 점점 중요해질 주제를 다뤘다. 기자들을 직접 만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배움의 욕구가 큰 사람들이다. 자신이 맡은 출입처와 취재원을 깊이 있게 활용하고, 남보다 먼저, 더 구체적으로, 팩트에 기반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한다. 특정 기업의 뒷이야기나 성과 자랑, 보도자료 한 줄을 받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기자는 많지 않다. 취재 관행이 오래 굳어진 연차 높은 기자들도 속내를 들춰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산업 자체를 이해할 기회를 함께 제공하는 자리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모든 이야기를 무조건 공개한 것은 아니다. 민감하거나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내용은 처음부터 제외했다. 맥락을 설명해야만 신뢰도가 높아지는 경우에는 비보도를 전제로 공유하기도 한다. 그들도 그 원칙을 이해해준다. 기본적으로는 현장에서 공개돼도 무리가 없고 기사에 인용해도 문제가 없는 데이터와 사례를 골랐다. 발표 자료를 별도로 요청하는 경우가 있고, 처음 접한 분야라 한 번의 자리로는 부족하니 같은 주제로 다시 열어달라는 요청도 있다. 산업을 이해할 자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그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참석하지 못한 기자가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료를 별도로 요청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나온 데이터와 사례를 바탕으로 후속 취재가 이어졌고, 다른 기사에서 정보가 다시 인용됐다. 기업의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지만, 정보의 출처는 기사 속에 자연스럽게 남았다. 기자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보도자료 한 건이 아니라 산업을 이해할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앞에 서지 않는 판 비슷한 고민은 협회(한국프롭테크포럼) 활동으로 이어졌다. 산업에서 비교적 앞서 성장한 기업이라면 협회를 통해 자사의 목적만 달성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경험을 쌓은 기업이 후배 기업에 기회와 노하우를 나누고, 시장 전체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도 맡아야 했다. 순수한 선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산업이 커지고 좋은 기업이 늘어나면 먼저 자리 잡은 기업의 신뢰와 영향력도 함께 커진다. 후배 기업을 돕는 일이 소속 회사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왜 없겠는가. 홍보인으로서 회사가 잘되고, 그 과정에서 영향력있는 커뮤니케이터로 인정받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길게 보기로 했다. 그렇게 프롭테크 기업의 PR과 마케팅 실무자들이 서로 배우는 커뮤니티인 PRM스퀘어를 만들었다. 그 안에서 기자와 기업, 전문가를 연결하는 업계 스터디를 시작했다. 주제를 정하고 발표자를 섭외하며, 출입기자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다듬는다. 현장에서는 발표와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대화를 연결한다. 많이 보이는 행사가 좋은 행사는 아니다. '발표자는 기억해도, 모더레이터는 기억하지 못하는 자리가 오히려 잘 설계된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홍보인의 물건은 미디어허브도, PRM스퀘어도 아니다. 이번에 소개할 물건은 판이다. 사람을 앞에 세우고 뒤로 물러나는 판, 회사의 이야기를 줄이고 산업의 맥락을 채우는 판, 기자가 질문하고 전문가가 답하며 새로운 취재가 시작되는 판이다. 당장 계약이나 매출로 돌아오는지는 알기 어렵다. 산업을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곧바로 회사가 칭찬받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사를 많이 말한다고 회사가 각인되진 않는다. 산업을 이해하고, 취재할 때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게 되면 정보의 출처도 함께 남는다. 기업의 메시지를 그대로 옮긴 기사보다, 시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용된 정보가 더 오래 살아남는다. 이제는 단순히 보도자료가 몇 건 기사화됐는지만 세기 어려운 시대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비슷한 문장을 쏟아낼 수 있다. 그래서 많이 보도되는 정보보다 다시 인용되는 정보, 한 번 크게 드러나는 브랜드보다 여러 기사에 서서히 스며드는 브랜드에 더 관심을 둔다. 이 모든 일은 회사를 위한 것이다. 다만 회사를 위한 가장 넓고 긴 길을 선택했을 뿐이다. 좋은 PR은 무대의 중앙을 차지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 산업을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며,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일이다.

2026.07.26 08:30문지형 컬럼니스트

배 부총리 "누리호 연 1회 발사로는 2035년 저궤도 위성 통신망 구축 어려워"

"오는 2035년까지 저궤도위성(LEO) 통신 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누리호 연 1회 발사로는 어려울 것이다." 취임 1년을 갓 넘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20일 세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층 복합커뮤니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전반적인 설명과 질문이 AI에 집중됐다. 과학기술 관련해서 김 부총리 설명과 기자단 질문 및 대답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배 부총리는"저궤도 위성 통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략 200개 이상 위성을 쏘아 올려야하한다. 위성 자체적인 경쟁력 뿐 아니라 발사체 발사 횟수와 탑재 능력도 골고루 갖춰야 할 것"이라며 "그런 역량을 갖춰 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해 우주항공청이 발사한 누리호 4차에서는 탑재위성이 총 13기의 주탑재 및 큐브위성이 올라갔다. 올해 하반기 발사될 누리호 5차에선 총 15기가 탑재된다. 무게로 보면 대략 1톤 정도다. 반면 미국 스페이스X 팰콘9은 저궤도에 위성 무게 총 22톤 정도를 쏘아 올릴 수 있다. 과학기술 정책과 현실간 괴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구혁채 1차관은 이에 대해 "R&D 생태계가 복구는 되고 있는데, 연구과제 기간이 3~5년이다보니, 시간이 좀 걸린다"며 "연구서식 간소화와 PBS(연구과제중심제) 폐지에 따른 1년 예산을 4,000억원씩 전환해가며 어떤 명목으로 전환할지에 대해 재정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차관은 또 현재 도입된 연구자 주 52시간 유연 근무와 관련해서도 문제점 등을 들여다보는 등 많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배 부총리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질문같다"며 "속도 낼 수 있는 건 속도를 내 시행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문제에 일부 오해 요소도 있다. 오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술 사업화 성과나 국민 체감 부분에 대한 질문에 구 차관은 "이번 정부 들어 모두의 창업 등이 정책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공공연구 성과 창업으로 대표되는 딥테크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창업에서 걸림돌이던 주식 소유 등의 이해충돌 관련 법안도 만들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리스크는 크지만, 리턴도 크게 해 사업화가 활성화되도록 제도 개선도 하고, 전문기관의 기술사업화 패키지를 만들어 지원 중"이라고 답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 측에서도 거들었다. 투자형 R&D로 특수목적법인 지분 투자 등 검토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투자형 R&D가 전체 자금에서 25% 정도다. 2024년 기준 약 7조원을 기업체에 지원했다. 기업이 성공했을 때 기술료를 받는데, 수익은 1%정도"라며 "현재 기획 중인 투자형 R&D는 정부가 투자형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받거나, 기금을 통해 투자를 같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배경훈 부총리는 "투자형 R&D의 경우 프론티어 사업을 만드는데는 인프라만 3조 5,000억원이 든다. 특정기업이 할 수없으니, 지분 투자 방식이나 SPC를 만드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SMR(소형모듈원자로) 첫 상용시점이 2035년인데,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장이 함께 검토되냐는 질문에 배 부총리는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2029년까지 발전량을 8.4GW, 2035년까지 15GW를 만드는 방안을 기후부와 협의 중이다. LNG까지 포함해 AI 전용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배 부총리는 또 "SMR 확보 전략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고, 경수로형 SMR 수립 전략도 있지만, 이의 상용화 기간을 얼마나 당길 수 있을까가 고민대상이지 2035년 될까 말까는 고민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고준위 폐기물 처리 관련해서는 미국과 협력하면서 기술 역량을 갖추려 하고 있고, 만약 역량이 부족하면 해외와 협력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 개발 역량과 관련해서 배 부총리는 "미흡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배 부총리는 지난 1년간의 소회로 "1년 동안 잘한 것도 있는데 아쉬운 게 많다"며 "특히, 수평적 소통 문화 조성에 많은 노력 기울였다. 수평 문화를 만들려던 이유 중 하나가 불필요한 일을 최소화하고, 서로 믿고 신뢰하고 대화 소통할 수 있는, 일하는 문화 만드는게 중요하다 생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 부총리는 또 "과기 정책 총괄 부처로 미래를 준비 하는데 있어,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서로의 생각을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 했다"며 "그동안은 나름 공무원 사회에서 변혁을 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앞으로도 1년 좀더 빡세게 운영하며,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는 과기정통부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배 부총리는 "1년 시간 길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겐 긴 시간이었다. 몸도 많이 상했다. 잠도 줄이고 성공 위해 많은 고민 했다. 인생 전반으로 봤을 떄 지난 1년이 10년 같기도 했다"며 "AI 시대에 우리가 만들려는 것과 과학기반 사회를 위한 기초 기반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실질적인 성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고 성과 만들어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2026.07.20 18:08박희범 기자

독일 경제 최대 문제는 노동력 감소…"외국인 인재 환영"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현재 독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일할 사람이 충분치 않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 사람들이 와야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는 외국인들이 자르브뤼켄에서 환영받고 삶의 터전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signal)'라고 생각합니다." 17일(현지시간) 독일 자르브뤼켄 시청에서 만난 바바라 마이어 자르브뤼켄 부시장은 KIST 유럽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식 직후 독일 인력난 해결을 위한 국제 연구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IST 유럽연구소의 존재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1996년 독일 자를란트주 자르브뤼켄에 설립된 KIST 유럽연구소는 한국 최초이자 유럽 내 유일한 해외 연구 협력 거점이다. 독일 정부와 자를란트주의 지원을 받아 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국제공동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마이어 부시장은 한국과 유럽 사이에 가교를 놓는 KIST 유럽연구소가 '다자주의'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설명한다. 그는 "인류에게는 전 지구적인 도전 과제가 있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 과학 협력을 통해 공동의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IST 유럽연구소는 특히 환경 안전과 건강 분야 연구로 인정받고 있다"며 "더 깨끗한 환경과 더 안전한 기술, 더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KIST 유럽연구소 같은 국제 연구기관이 해외 인재들을 자르브뤼켄으로 불러 모을 것이라는 기대다. 자르브뤼켄에는 해외에서 이주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쉽게 적응하도록 돕는 '웰컴 센터'도 최근 개설됐다. 마이어 부시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도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에너지, 물을 공급하고 교통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라는 설명이다. 마이어 부시장은 축사에서 "자르브뤼켄은 독일 남서부의 주요 연구 거점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며 "자르브뤼켄은 앞으로도 KIST 유럽연구소의 강력한 지원자이자 파트너, 친구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 풀기사로 작성됐습니다.

2026.07.20 12:03박희범 기자

한국 첫 '호라이즌 유럽' 선정…"그 뒤엔 숨은 설계자들 있었다"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유럽연합(EU)의 최대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 과제에 한국 기관으로는 처음 이름을 올렸다.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이 된 뒤 나온 첫 선정 성과다. 이 성과 뒤에는 한국과 유럽의 연구 현장을 잇는 KIST 유럽연구소의 리서치 코디네이터들이 있다. 이들은 유럽 연구기관과 국내 연구자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합한 공고를 발굴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제안서 작성, 선정 이후 과제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활동 범위도 KIST에 한정하지 않고 국내 연구기관으로 넓히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독일 자르브뤼켄 KIST 유럽연구소에서 만난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유럽 연구소의 허브로서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연구적 코디네이션 역할을 한다"며 "물리적 거리와 시차 때문에 생기는 소통의 어려움을 줄이고, 제안서를 쓸 때 나타나는 한국과 유럽의 온도 차를 현지에서 좁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호라이즌 유럽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첨단바이오, 에너지·환경, 인공지능(AI) 융합 클러스터로 재편하고 분야별 리서치 코디네이터를 총 3명 배치했다.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첨단바이오, 동물대체시험법을, 윤주용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담당한다. 김상원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그린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등을 맡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 제안서는 공고가 나온 뒤 단기간에 완성하는 문서가 아니다. 통상 반년 가까이 공고문의 요구를 분석하고 참여 기관의 역할과 연구 목표를 조율하며 제안서를 다듬는다. 윤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콜(call·공고)에 적힌 내용을 문장별로 논의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살핀다"며 "EU가 과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안서 분량은 대개 40~50쪽으로 제한된다. 여러 국가의 기관이 참여하더라도 연구 목표와 기관별 역할, 수행 계획, 기대 효과를 정해진 분량 안에 담아야 한다. 김상원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국내 연구자들은 호라이즌 유럽의 프로그램 구조와 평가방식, 제안서 작성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연구의 우수성, 산업·사회적 영향, 실행 가능성이 하나의 논리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제에 선정된 뒤에도 리서치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이어진다. 호라이즌 유럽 과제에서는 총괄책임자와 프로젝트 매니저, 워크패키지 리더, 태스크 리더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하고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김상원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과제 프로젝트와 관련해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미팅도 자주 열린다"며 "연구자들도 그 안에서 유럽의 과제 운영 방식과 협업 방식을 배워간다"고 전했다. "좋은 기술만으론 부족… 유럽에 미칠 영향까지 설계해야" 세 코디네이터가 꼽은 호라이즌 유럽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 개발 자체보다 그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윤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호라이즌 유럽, 특히 한국이 속해 있는 필러(Pillar) 2 '글로벌 문제 해결과 산업 경쟁력' 분야는 기술 개발보다 사회적 영향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세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어떤 경로를 거쳐 적용되고 유럽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연구자가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국내에서는 연구의 기대 효과나 경제적 효과를 거시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분에서 미흡하면 10건 중 9건은 탈락한다"고 했다. 특히 리서치 코디네이터들은 '글로벌 과제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만으로 호라이즌 유럽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용준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연구자들에게 왜 호라이즌 유럽을 하려는지 물어보면 글로벌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한다"며 "자신이 왜 참여해야 하는지, 유럽 파트너와 무엇을 함께하려는지 명분이 준비되지 않으면 선정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의 협력에서 얻는 가치는 당장 확보하는 연구비에만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술을 유럽 파트너와 공동으로 검증해 가치를 높이면 유럽뿐 아니라 미주권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며 "이처럼 누구와 협력하고 어떤 연구적 가치를 쌓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20 12:00박희범 기자

"셋방 연구소서 한·EU 과학기술 허브로"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는 30년 전 3명이 근무하는 임대 사무실서 현재 한·EU 과학기술 협력 허브로 진화했다. 지난 1996년 환경공학 연구와 한·유럽연합(EU) 기술교류를 위해 독일 남서부 자르브뤼켄에 설립된 연구소는 현지 연구 기반과 협력망을 확충하며 국내 연구자와 기업의 유럽 연구개발(R&D) 진출을 지원하는 거점으로 성장했다. KIST 유럽연구소 설립 논의는 1995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의 유럽 순방 당시 한·독 양국 장관이 독일 내 한국연구센터 설립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2월 출범한 KIST 유럽연구소는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해외에 세운 첫 연구협력 거점이다. 연구소 출범 당시에는 독립된 연구동도 없었다. 연구진과 행정 인력은 자를란트대 캠퍼스에서 빌린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연구공간과 장비, 행정체계를 처음부터 마련해야 했다. 1997년 1월 입사해 2025년 12월까지 약 29년간 연구소 관리원으로 근무한 정옥 아른홀트 씨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열린 KIST 유럽연구소 30주년 기념식에서 "제가 입사했을 때는 한국에서 파견된 연구소장과 한국인 직원, 독일인 직원 등 모두 3명뿐이었다"며 "대학에서 빌린 사무실을 사용하다가 2000년 제1연구동이 완공된 뒤에야 현재 자리로 옮겼다"고 말했다. KIST 유럽연구소가 현지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는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른홀트 씨는 "한국 연구소로도, 유럽 연구소로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며 "연구진이 아이디어와 역량을 갖추고도 과제 참여 자격에서 제외되는 일이 초기의 큰 어려움이었다"고 돌아봤다. 출범 초기의 열악한 여건은 연구시설이 하나씩 들어서면서 점차 개선됐다. 2000년 제1연구동이 문을 연 데 이어 2010년에는 국내 출연연과 기업의 유럽 진출, 기술협력을 지원하는 제2연구동(한-EU 협력관)이 들어섰다. 2021년에는 방문 연구진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문을 열었다. 현재 연구소는 연구동과 협력동, 테크니컬센터 등을 포함해 총연면적 9144㎡ 규모의 시설을 운영한다. 연구소가 있는 자를란트대 자르브뤼켄 캠퍼스에는 프라운호퍼와 막스플랑크, 헬름홀츠, 라이프니츠 계열 기관 등 주요 연구기관이 집적해 있다. 시설과 현지 협력망이 함께 확대되면서 설립 초기 환경공학 중심이던 연구 범위는 첨단바이오와 에너지·환경, 인공지능(AI) 융합으로 넓어졌고, 기관의 기능 역시 자체 연구에서 공동연구 기획과 유럽 파트너 연결, 과제 운영 지원으로 확장됐다. 아른홀트 씨에게 연구소의 지난 30년은 함께 일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제가 퇴직하기 전까지 연구소에서 근무한 직원 676명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며 "명단을 정리하면서 그 많은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 떠올라 뭉클했다"고 말했다. 아른홀트 씨는 이날 한·유럽 과학기술 협력 확대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최근에는 EU의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 참여 지원이 KIST 유럽연구소의 핵심 업무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지난해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으로 참여한 뒤, KIST는 국내 연구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관련 과제를 수주했다. 지난해에는 제안서 14건을 제출해 4개 과제를 수행하거나 참여했다. 연구소는 '더 브릿지 센터(THE Bridge Center)'와 온라인 헬프데스크를 통해 국내 연구기관의 공동연구 기획과 유럽 파트너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인자르(InSaar)' 플랫폼으로 국내 기업의 독일 법인 설립과 현지 정착도 돕는다. 앞으로 KIST 유럽연구소는 한·EU 공동연구와 국내 기업의 유럽 진출, 기술사업화, AI 기반 연구 지원을 중심으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연평균 10건 이상의 호라이즌 유럽 과제를 운영하고 유럽 현지 기관과의 협력 범위도 확대한다는 목표다. 아른홀트 씨는 KIST 유럽연구소의 다음 30년에는 연구 성과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를 기대했다. 그는 "자르브뤼켄의 다른 연구기관들처럼 KIST 유럽연구소도 무엇을 해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연구 성과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며 "한국에서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연구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도 꾸준히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9 13:35박희범 기자

오상록 KIST 원장 "30년 된 유럽연구소, 이제 역할 바꿀 때"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30년 전 유럽연구소를 설립할 때는 유럽의 첨단 기초연구를 따라가고 배우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다면 이제는 환경이 변했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 필요한 연구와 국제협력 플랫폼 역할에 집중해야 합니다." 오상록 KIST 원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독일 자르브뤼켄 KIST 유럽연구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설립 30주년을 맞은 KIST 유럽연구소에 대해 "이제는 미래 30년을 어떻게 갈지 고민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연구자들의 개인 연구를 지원해 왔던 기조에서 이제는 유럽이 강점을 가진 표준화와 규제 분야 연구를 특화하면서 국내 딥테크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기술 거점 역할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오 원장은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유럽에 진출할 때 행정이나 법률 상담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딥테크 창업기업이 늘면서 현지 기술 지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기술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이 세계 최대 다자혁신 연구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에 가입하면서 유럽 공동연구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이 KIST 유럽 정체성의 돌파구가 됐다. 오 원장은 "30년간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연구 코디네이션을 하는 것이 KIST 유럽의 차별점"이라며 "1년에 한두 번 네트워킹하는 수준이 아니라 브뤼셀을 중심으로 새 연구과제가 기획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원하고 국내 연구기관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진상 KIST 유럽연구소장도 "유럽에서는 컨소시엄이나 대형 프로젝트에는 반드시 한국을 끼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며 "특히 조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이나 연구기관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호라이즌 유럽 가입 이후 국내 대학과 출연연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브릿지센터를 통해 EU 공모 과제를 분석해 국내 연구기관과 연결하고 대한민국 전체의 호라이즌 유럽 진출 창구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호라이즌 유럽 참여의 목적은 연구비 확보보다 연구 문화와 패러다임을 배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비를 따기 위해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과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연구를 기획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정 이후에도 프로젝트 관리자가 매우 촘촘하게 연구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런 경험이 패스트 팔로워형 연구에서 퍼스트 무버형 연구로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최근 10여년간 예산이 사실상 동결된 데 이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당시에는 약 30%의 예산 감소를 겪으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오 원장도 "예산이 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예산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30주년을 계기로 역할을 재정비하고 변화가 나타난다면 예산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고, 내년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KIST는 유럽과 더불어 베트남-한국과학기술연구원(VKIST), 한-인도 연구센터(IKST) 등과 함께 최근에는 미국 보스턴으로도 거점을 확장하며 출연연 국제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 연구비보다 연구문화…상호 필요 기반 국제협력으로“ 오 원장은 국제협력에 대해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호 필요에 기반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협력은 내가 필요하면 상대도 나를 필요로 해야 오래 지속된다"며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협력은 정권이나 정책이 바뀌면 쉽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원의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유럽 최고 연구기관과 역할을 분담하고 함께 연구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사업화도 국내 시장에 머물지 말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스턴에서는 우선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유망 기술을 현지 연구자와 기업, 글로벌 제약사에 연결할 계획"이라며 "현지에서 시장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가능성이 낮은 기술은 과감히 방향을 바꾸는 등 글로벌 시장 기준에 맞춘 기술사업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9 13:13박희범 기자

"룩셈부르크는 유럽 진출 관문…국경 넘는 의료데이터 구현 가능"

[뒤들랑주(룩셈부르크)=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룩셈부르크가 매력적인 이유는 유럽에 진입하기 좋다는 겁니다. 여기서 시작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더 큰 시장으로 가면 됩니다." 16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 뒤들랑주에 위치한 룩셈부르크 국립보건원(LIH) 통합바이오뱅크(IBBL)에서 만난 권용준 정밀의료기술센터장은 룩셈부르크가 한국 기업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룩셈부르크는 인구가 69만명에 불과하고 이중 외국인이 32만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자체 시장 규모로 보면 매우 작지만 외국인 비중이 높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검증할 수 있고 정부나 규제 관계자와 접촉하기 쉬워 피드백 속도도 빠르다. 테스트베드로서의 장점이 큰 셈이다. 권 센터장은 한국과 유럽 기업·연구자를 서로 연결하는 '통'을 자처한다. 한국 파스퇴르연구소와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근무하며 국내에서 쌓은 한국 네트워크와 프랑스, 룩셈부르크에서 쌓은 유럽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권 센터장은 "한국은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 가다 보니 미국 네트워크는 많지만 유럽 쪽은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약해 유럽 과제를 하고 싶어도 파트너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LIH는 올해 3월 말 국내 병원 다수와 국립암센터가 있는 경기도 고양시에 한국 사무소를 열고 한국과 유럽 기업·연구기관의 본격적인 창구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권 센터장이 한국 기업·기관과 추진 중인 대표 프로젝트는 '국제 보건데이터 공간 이니셔티브(IHDSI)'다. LIH와 국립암센터, 네이버클라우드 등이 참여한다. 의료 인공지능(AI)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화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다. 같은 기준으로 수집된 대규모 환자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현재 환자의 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기관이나 국가 간에 마음대로 이동시킬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IHDSI는 데이터를 직접 이동시키지 않고도 연구자가 보안이 통제된 가상의 분석 환경에서 필요한 분석만 수행하도록 해 의료데이터의 국경 이동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다. 권 센터장은 "모든 신약이 한 인종만을 위해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데이터와 유럽 데이터를 함께 비교할 수 있으면 동양인과 서양인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 센터장이 이끄는 정밀의료기술센터는 의학 연구성과를 실제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연결하는 중개의학 전문 연구센터다. 권 센터장은 자신의 역할을 '보석 세공'에 비유했다. 기초연구자나 병원이 좋은 질병 모델과 환자 샘플을 가져오면 기술적으로 다듬어 산업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병원에서 쓰일 치료 데이터, 다시 기초연구자가 후속 연구 등에 활용할 데이터로 바꿔주는 것이다. 그는 "정밀한 진단을 해야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고, 치료 데이터를 축적하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며 "다시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질병을 예방하는 정책까지 만들 수 있어 서로 떨어진 연구가 아니라 하나의 순환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집중하는 분야는 환자 유전체를 분석해 만든 암 장기유사체(오가노이드)를 제작해 여러 약물을 투여하며 반응을 확인하는 연구다. 권 센터장이 바라본 룩셈부르크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협력이다. 인구와 자원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후 다른 나라보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뾰족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룩셈부르크는 나라 자체가 자국민만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며 "그 다음 주변의 도움을 받아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2026 미디어 취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작성, 풀기사로 작성됐습니다.

2026.07.17 18:16박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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