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거리 탄소배출 많으면 보조금 탈락…車업계, '프랑스판 IRA'에 비상
세계 주요 국가가 전기차 보조금을 놓고 자국주의 정책을 펼치거나 폐쇄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정책들이 변화무쌍하게 요동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기차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 외에도 유럽에 집중하고 있는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전기차 보조금 개편을 시행했다. 총 22개 브랜드 78종의 차량이 보조금을 지원받는 이 개편안에는 한국은 역내 공장 중 하나인 체코공장에서 생산 중인 현대차 코나EV만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개편의 주요골자는 전기차 보조금을 생산부터 운송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철강, 알루미늄, 기타 원자재, 배터리, 조립, 운송 등 6개 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합산해 8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60점 이상인 경우에만 보조금을 준다. 기아는 니로EV와 쏘울EV를 현지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 두 차종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제외됐다. 운송 부문에서 탄소배출량이 상당해 제외된 것이다. 니로EV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프랑스에서 1천950대를 판매했는데, 이번 보조금 제외로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다만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이 소형 전기차에만 지급된 상황이라 기아의 경우 주력 모델인 EV9에는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프랑스 정부는 차량 가격이 4만7천유로(5천600만원) 미만이고 중량이 2.4톤(t) 미만인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유럽 내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전기차 판매량을 높이고 있는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을 돌연 중단했다. 이유는 법적 문제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유럽에서 각각 58만6천117대를, 53만8천365대를 팔았다. 현대차그룹의 유럽시장 내 합산 점유율은 8.8%다.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는 6.4%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5.5%다. 이번 독일 보조금 폐지로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판매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한 것은 지난 코로나19 대책 예산 가운데 600억유로(85조4천억원)를 기후변화대책기금으로 전용한 행위가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조금은 내년 말까지 지원될 예정이었으나 1년 앞당겨 중단됐다. 독일에서는 지난해에만 47만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전체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달한다. 2020년부터 전기차 판매 촉진을 위해 보조금을 증액한 덕분이었다. 업계는 자국주의 정책 위주로 가는 산업군에서 가격경쟁력 등 판매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체코공장의 수출 전략 재편 등 다양한 상황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도 제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유럽에 공장이 있는 상황이고 전기차 보조금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경쟁력이 높은 반값 전기차 등이 앞으로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