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없이 잘 나가는 기아...디자인 정립·전동화가 비결
기아가 올 상반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기아는 올해 순수 전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을 제외하면 신차 출시도 없었는데, 이 같은 성과를 이뤄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기아의 성공 전략에는 디자인 정립·전동화가 주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업계와 시장에 따르면 기아는 올 상반기 157만5천920대를 판매했다. 이는 154만6천850대를 판매한 2014년 기록을 깬 것이다. 기아는 지난달인 7월에도 26만472대를 판매해 연말까지 첫 300만대 돌파가 순조로울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가 신차효과 없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간 것은 타이거 페이스로 통칭하는 디자인 계승과 일찍이 정립된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가 주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신차마다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호랑이 코(타이거 노즈)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이보다 한층 더 가는 타이거 페이스는 기아 첫 전용전기차 EV6 출시 당시 전기차에 맞춰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이후 EV9과 셀토스, 모닝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하면서 통일감을 높였다. 차량 디자인은 주요 구매요소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기존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강점 중 하나가 디자인 계승에 있다. 최대 6~7년 주기로 이뤄지는 완전변경으로 차가 확달라지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도 소비자가 신차에 집착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점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등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디자인에 유사점을 두는 방식으로 세대변경이 이뤄져도 완전히 새롭지 않기 때문에 이전 세대 모델을 구매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벤츠의 삼각별 로고, BMW 키드니 그릴, 렉서스 스핀들 그릴 등이다. 현대차그룹에서 기아는 일찍이 이같은 정립이 끝나면서 새로운 디자인 변화가 유사하지만, 현대차는 반대로 신차를 출시할때마다 디자인이 크게 바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디자인 유사성은 기아가 일찍이 정립한 오퍼짓 유나이티드에 있다. 2021년 기아 EV6와 함께 발표된 오퍼짓 유나이티드에는 기아만의 디자인 헤리티지(유산)를 계승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이 담겼다. 이 철학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자연과 조화되는 대담함 ▲이유 있는 즐거운 경험 ▲미래를 향한 혁신적 시도 ▲인간의 삶을 위한 기술 ▲평온 속의 긴장감 등 5가지 속성으로 나눠지는데, 이 내용은 모두 기아가 내세우는 모빌리티 경험의 바탕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기아의 디자인 완성도는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선보이는 오퍼짓 유나이티드 전시가 지난 15일 세계적인 디자인상 '레드 닷 어워드'에서 전시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기아 차량은 각국에서 개최하는 올해의 전기차, SUV 등을 수상하면서 디자인과 내구성을 인정 받아왔다. 지난달 기아 EV6를 호평한 아우토 빌트는 “EV6의 뛰어난 성능은 마치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며, 이목을 끄는 외장 디자인과 직관적이고 사용성이 뛰어난 실내 모두 인상적이다”고 평가했다. 전동화 패러다임 전환에서도 선두에 섰다. 기아는 일찍이 전기차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오고 있다. 기아 EV6를 시작으로 첫 대형전기 SUV EV9을 출시하고 이르면 2025년까지 전기차 모든 세그먼트를 충족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레이EV 등 국내 저가형 전기차 시장도 공략하면서 판매량 굳히기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타이트한 재고수준과 제품력 개선 등을 감안해 주력 전동화 모델들이 실적 견인에 힘쓸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늦춰지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기아는 미국 시장 내구성 평가 3년 연속 브랜드 1위를 하는 등 인정 받는 브랜드로 EV9 글로벌 출시 효과 등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전체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지는 등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적지 않아 불확실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