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구독경제 시대 온다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기아가 기존 공급자 중심이었던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는 전 세계적으로 초기 구매 비용이 높은 편이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 절감이 최근 주춤하는 전기차 보급에 큰 힘을 더할 것으로 보고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미 전기차 배터리 구독제를 통해 차량 구입비를 낮추고 월별 배터리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의 서비스도 진행되고 있다. 기아와 정부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소비자 가격을 줄이는 시범 사업을 본격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5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서울 현대캐피탈 본사에서 신한EZ손해보험·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등과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가격만을 초기 구매 시 지불하고 배터리 가격은 매월 구독료를 납입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구매비용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구독하는 기간의 배터리 가치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게돼 차량 유지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또 배터리 전용 보험 가입이 가능해 현재는 자기차량손해담보보험(자차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영업용 차량(택시)의 보험 적용도 가능해진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의 최대 장점은 초기 비용 절감이다. 보통 전기차마다 배터리 가격이 2천만원대로 알려졌는데, 이 가격을 절감하면 내연기관 차와도 경쟁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아 니로 EV는 4천530만원이다. 전기차 구매시 정부·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평균 1천만원을 받으면 3천530만원, 여기에 배터리 가격 2천100만원을 빼면 최종구매가가 1천430만원까지 낮아진다. 기아는 이번 실증 결과를 기반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기아의 택시 전용 목적기반차(PBV) 모델인 니로 플러스에 가장 먼저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적용될 전망이다. 기아 관계자는 “이번 실증사업이 고객이 전기차를 구매하는데 망설였던 부담요소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택시 같은 영업용 차량에 가장 특화된 상품이며 내년 정식서비스가 런칭 되면 생계를 위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해당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전세계적으로도 성장가도에 진입한 시장이다. 배터리 장착 시장에서 테슬라를 포함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에 열을 올리는 동안 니오(NIO)와 고고로 등 최근 빠르게 성장세를 기록한 업체들은 모두 배터리 구독제를 사용했다. 니오의 경우 지난 2021년 200만개의 배터리를 교체한 바 있으며 그해 9월경에는 노르웨이 전기차 시장에도 진출했다. 니오는 전세계에 1천100개가 넘는 배터리 교체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 충전소가 대부분 중국에 있어 올해 안에 유럽 전역에 100개 이상의 교체소를 열 계획이다. 이는 유럽의 탄소중립 계획에 맞춘 것으로, 니오는 전 세계에 2천300개 이상의 배터리 충전소를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이륜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의 테슬라 격인 고고로도 시장 확대에 본격적이다. 인도 최대 이륜차 업체인 히어로 모터스와 합작 법인을 세우고 인도 시장 전역으로 플랫폼을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내 농업 모빌리티 업체인 대동이 세운 대동모빌리티도 최근 이륜차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의 장점 중 하나인 배터리 교체 서비스 시장은 전기차의 가격 절감, 전동화 인프라 부족 국가의 대안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소자 기관인 아큐맨리서치앤컨설팅은 2021년 1억3천410만달러(1천741억원)였던 글로벌 배터리 교체 시장 규모는 2022년부터 연평균 26.8% 성장해 2030년 11억 2천390만달러(1조4천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