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고서] 기아 전동화의 상징 'EV9'…"패밀리카에 스포츠 감성 담았네"
더 기아 EV9. 전동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기아에게 상징적인 모델이다. 전기차에서 가장 어렵다고 손꼽는 대형차종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아는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중형, 대형 스포츠유틸리차(SUV)를 먼저 선점하고 이후 소형과 세단까지 갖춘 글로벌 전동화 브랜드로 거듭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징적인 모델인 기아 EV9은 내연기관 카니발과 유사한 포지션인 패밀리카를 표방하면서도 더 날렵하고 주행의 즐거움을 가진 차량이다. 다만 기아 플래그쉽이라고는 하지만 고급 브랜드에는 못 미치는 급나누기, 높은 가격대로 국내에서의 흥행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13일부터 14일 열린 기아의 EV9 미디어 시승회에서 EV9 4WD 어스 트림 풀옵션을 타고 경기도 하남시부터 충청남도 아산시, 충청남도 부여군까지 대략 300㎞가량 주행해봤다. 시승 모델의 가격은 약 개소세 5% 기준 9천464만원이다. 이 차는 스위블 시트가 탑재돼 6인승 스위블 시트 100만원, 21인치 휠 120만원 등 필수 선택사양에 개별 선택 사양 중 빌트인캠2, 듀얼 선루프 등 적용됐다. ■ '디자인드 바이 기아(Designed by KIA)'...전기차 디자인의 정석 처음 EV9을 눈앞에 마주했을때 느꼈던 감정은 '멋지다'였다. 기아는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통해 전체적인 디자인을 재정비하고 EV시리즈에 전기차만의 외관을 뚜렷하게 갖췄다. 그런만큼 EV9의 전체적인 모습은 '디자인드 바이 기아(Designed by KIA)'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주위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EV9의 전면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타이거 페이스' 디자인이 적용됐다. 군더더기 없는 외관은 EV9이 더욱 커보이게 만들었다. 전장은 5천10mm, 전폭 1천980mm, 전고 1천755mm, 휠베이스 3천100mm로 기아 카니발보다는 전장이 짧고 폭이 좁은 대신 높은 차체를 가졌다.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보다는 조금 크다. 큰 차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둔하다는 느낌보다는 크고 날렵해 보인다는 느낌을 줬다. 측면부는 직선으로 구현해 눈으로 봤을 때 '저 차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함을 줬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 패밀리카와 스포츠 감성의 적절한 조화 기자가 EV9의 운전대를 잡고 주행을 시작했을때 느낀 점은 큰 차임에도 부담스럽다기보다 컨트롤하기가 쉽다는 느낌이었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감을 배분한 운전대는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조향했을 때 무리 없이 돌 수 있었다. 또 차폭감을 알기 힘들 경우 운전석에 배치된 세 개의 디스플레이를 매끄럽게 이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의 빌트인캠2를 이용하면 처음 운전대를 잡은 초보 운전자도 쉽게 차폭감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고속도로에 들어 고속 주행을 시작하자 1열 시트가 마치 살아 움직이듯이 허리를 감쌌다. 바로 제네시스에만 탑재됐던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였다. 이 시트는 일정 속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경우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어스 트림부터 기본 탑재되는 에르고 모션 시트는 장거리 주행 시 꼭 필요한 기능이다. 주행시간이 일정 흐르면 컴포트 스트레칭, 자세 보조, 주행 중 허리 보호 등 운전자의 피로를 해소해 준다. EV9은 패밀리카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패밀리카라 하면 가족과 함께 장거리 주행을 하게 될 경우가 많은데, 운전자의 피로를 풀어주는 최적의 시트기도 하다. 고속도로에서 정체 해소 구간에 들어서자 스포츠 모드로 바꿔봤다. 역시나 에르고 모션 시트가 주행 보조를 위해 허리를 잡아주고 차는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 부분이 EV9의 제작진이 말한 카니발과의 차별점이다. 패밀리카면서도 주행의 즐거움을 함께 주는 모델이다. ■ 99.8kWh 대용량 배터리 기준 주행거리는...4WD 기준 384Km EV9은 99.8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후륜모터 2WD 19인치 모델은 유럽 기준으로 542㎞까지 갈 수 있는 사양이다. 국내 기준으로는 약 100㎞가량을 빼야 한다. 시승 모델은 4WD에 21인치로 표시된 최대 거리는 약 384㎞가량이었다. 기자는 이날 300㎞가량의 거리를 달렸다. 출발 당시 88%가량이었던 배터리 용량은 도착지에 도달하자 약 20%로 마무리됐다. 패밀리카 특성상 장거리 주행이 많고 국내 전기차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전비 면에서는 아쉬움이 들었다. ■ 스위블 시트, 좋은 거 맞아? 주차장에 내려 EV9의 스위블 시트를 돌렸다. 스위블 시트는 2열을 반대로 돌려 3열과 마주 보게 앉을 수 있다. 다만 법규상의 이유로 주행 중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3열 시트와 2열 시트를 돌리자, 탑승객은 2명 정도로 제한됐다. 발을 둘 곳이 없어 3명 이상 앉을 수 없게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사실 스위블 시트의 용도는 2인 승객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열 시트를 다 접고 트렁크를 연 다음 스위블 된 2열 시트에 앉자 비로소 용도를 알 수 있게 됐다. 최근 SUV와 차박열풍이 불어오자 이런 사용법도 유행하게 된 것이다. 스위블시트는 옵션이다. 6인승 시트 선택에 50만원, 스위블 시트 100만원을 추가해야 스위블 시트로 구성할 수 있다. ■ 부족한 수납 공간, 아쉬운 프렁크 EV9은 3열까지 시트가 장착됐다. 그만큼 수납공간은 부족하다는 뜻이다. 전기차의 장점은 트렁크가 두개로 나눠졌다는 것인데, EV9은 트렁크를 사용할 수 없으니, 프렁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프렁크를 열자, 실망감이 올라왔다. 차급에 비해 너무도 작은 크기에 공간 구성이었다. EV9의 수납공간은 아쉬움이 컸다. 기아 EV9은 기아의 글로벌 전동화 브랜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이다. 소프트웨어중심차(SDV)로 넘어가는 지점에서도 기아의 첫 번째 차라는 별명이 붙었다. OTA, 차량 옵션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들이 집약됐고, 그만큼 최첨단 기능들을 대거 탑재했다. 그러나 가격대는 조금 부담스럽다. 기아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는 만큼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금액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EV9은 필수 옵션과 부가 옵션 몇가지만 넣어도 9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구성했다. 하반기에 출시될 GT-line은 옵션을 넣게 되면 1억원대다. 국내 소비자가 기아에 요구하는 기대치를 넘어선 것이다. 다만 글로벌 스탠다드적으로는 무리 없다는 평도 내재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즉 EV9은 국내 소비자에겐 외면받을지 모르나 해외에서는 환영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아 EV9의 가격은 세제 혜택과 개별소비세 3.5%를 적용해 에어 2WD 7천337만원, 에어 4WD 7천685만원, 어스 2WD 7천816만원, 어스 4WD 8천163만원이다. 서울시 실구매가는 에어 트림 2WD(19인치 휠) 기준 국비 보조금 330만원과 지역별 보조금을 포함해 6천920만원대부터 구매할 수 있다. 총평: EV9, 고속도로의 왕, 고가의 제왕. 무엇이 중요한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