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관리·빅테크와 경쟁, 어느 것도 쉽지 않은 금융권
올해 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포스트 코로나 이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게 했던 2023년 한해도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새해 2024년에도 세계 경제가 녹록치 않아 기업들이 투자와 대응 전략 수립에 고민이 많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하고 생각을 정립하기 위해 지디넷코리아가 2024년 ICT 분야 이슈 키워드와 기술·시장 트랜드를 미리 점검해 봤습니다. [편집자주] 2024년 금융사들에게는 건전성 관리와 빅테크로 불리는 플랫폼과의 경쟁 등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한 부채 연체율 관리가 은행권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저축은행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가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은행권, 이자익 증대 정체·당기순익 줄어 내년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올해보다 줄어들어 당기순익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수요도 줄어들고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어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를 동시에 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2024년 이자이익은 58조2천억원으로 올해 58조5천억원을 약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이자이익이 줄어들면서 내년 당기순이익은 19조6천억원으로 올해 순익 21조6천억원보다 소폭 감소할 것을 전망된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순이자마진(NIM) 역시 올해 1.66% 보다 낮은 1.62%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지만 자본건전성을 위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순전입액을 올해보다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연체율은 올해 2분기 말 0.35%로 2022년 2분기 말 0.20% 대비 증가했고, 신규 연체율도 0.32%로 2022년 2분기 말 0.17% 대비 상승 중이다. 내년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 순전입액은 10조원으로 올해 7조8천억원 대비 22%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코로나19 시기 급증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 신청 종료 등이 예정돼 있어 부도 시 손실이 더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며 "자본 적정성 수준을 고려할 때 대손 비용 증가 및 당기순익 감소가 금융안정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신용 확장이 미칠 중장기적 영향을 고려해 경영 전략 및 자본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PF 리스크, 증권·저축은행 신용등급 '부정적' 비은행권에서는 부동산PF가 가장 큰 변수다. 올해 정부가 부동산PF 관리에 들어갔지만 유예나 만기 연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부동산PF 중 브릿지론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2024년 캐피탈·증권·저축은행의 신용등급하방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브릿지론의 경우 만기 연장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동산 분양가 하락 등으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본PF는 분양 연기로 규모가 축소되지 않고 부동산PF 리스크에 대한 변화가 없기 때문에 내년에는 이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비은행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나이스신용평가 이준혁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부동산PF가 규모와 내용 면에서 올해 유의미한 리스크 감축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라며 "장기간의 저금리 시대 중 형성된 거품을 얼마나 피해를 최소화하며 제거할 수 있는지가 과제이며, 저금리로 쉽게 차입하여 투자하는 이지 머니(Easy money) 시대가 종료됐음을 경제 주체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큰·인공지능(AI)·플랫폼, 전 금융권 기술 변화 대응 필요 디지털 전환이 급속화하고 신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 금융권에서는 기술 변화에 대응함과 동시에 이를 흡수한 비금융 플랫폼사와도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다. 올해 토큰증권(STO) 법제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 등은 현물 화폐에 머물러 있던 금융사에게 새로운 먹거리인 동시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및 일본선 은행 중심으로 은행 예금을 토큰화한 디지털 화폐 발행과 이를 이용한 디지털 지급 결제 수단 개발 실험이 진행 중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측은 "향후 민간 디지털 화폐에 대한 규제체계 정비가 예상되는 만큼 은행들도 경쟁력 및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은행예금의 토큰화를 포함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AI 발전은 금융사 플랫폼 서비스 차별력은 물론이고 금융사 내부 업무 고도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업권별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라, 규제와 더불어 전 금융권의 AI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기술 발전에 기민하게 대응한 플랫폼과의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신 기술 채택에 적극적이었던 플랫폼에 금융사 간 플랫폼이 얼마만큼 채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윤석열 정부 들어서 금리와 수수료는 물론이고 예금과 대출 등 금융상품 비교가 용이해짐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은 물론이고 금융사 간 경쟁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 때문에 디지털 환경의 금융기관 대외 전략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급격한 자금 유출(뱅크런)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 속도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디지털 뱅크런에 대한 가능성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