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플페이, 저도 꼭 써보고 싶습니다"
"디자인 트렌드 잘 모르겠으면 현대카드를 봐라."UX디자인과 영상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래서일까? 정태영 부회장과 현대카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20대 시절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불문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을 닮고 싶은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 부회장은 직접 UX, BX, 마케팅, 디자인 등 수준 높은 강의를 하고,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한다.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로선 파격적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다. 정태영 부회장은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애플페이 도입을 당당하게 시도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기자 역시 정 부회장의 개척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해 말부터 애플페이 관련 소식에 취재역량을 집중한 것도 긍정적인 소식에 대한 간절함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애플페이를 암시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려 화제가 됐다.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분이, 관심 있는 주제를 거론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취재를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와 관련해선 철저하게 말을 아꼈다. 직접 취재가 쉽지 않은 상황. 그래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우회 취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도 긍정적인 의견을 기대하며 여섯 명 이상의 전문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어려울 것이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답변 뿐이었다. 취재를 할수록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부정적으로 취합됐다. 속상한 건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맥북과 키노트·아이폰·아이패드·에어팟·애플워치 등 애플 제품만 10년 이상 고집해 온 '진골 앱등이'다. 애플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애플페이와 관련해 긍정적인 소식을 기대하는 상황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기사를 쓸 땐 개인적인 선호도나 기대감은 철저히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건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이냐, 아니냐는 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번에 쓴 애플페이 관련 기사는 이런 문제의식의 결과물이었다. 나름대로 최근까지 진행 상황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독자들의 반응은 조금 의외였다.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가 하면, 근거 약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 또한 기사를 쓰는 기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 부회장이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사과의 갯수가 애플페이 론칭 날짜를 암시한다”는 샤머니즘에 가까운 추측과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과 추종세력이 언론사를 앞세워 애플페이 도입을 방해한다”는 억측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대중들이 어떤 소식을 기대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자, 특히 금융 출입 기자는 사견을 최소화 해야 한다. 때로는 얼음보다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로 무미건조한 보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수 전문가 입장을 거스르고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없는 입장이다. 대중이 기대하는 소식이든, 실망하는 소식이든 진실에 가까운 취재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 소식을 전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