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지정학리스크, 금융시장 파장은?
글로벌 금융·경제는 미중분쟁과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겪고 있다. 이는 금융환경에 일회성 충격이 아닌, 장기적인 구조변화를 야기하는 수준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금융학계와 연구계에선 발생가능한 지장학적 리스크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8일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학회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지정학적 갈등과 대립이 만들어 내는 장기적인 충격과 변화 방향을 이해하고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기업과 금융사의 경영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영 한국금융학회장은 “냉전시대 이후 금융시장 관심에서 멀어졌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근 큰 변화를 가져다 놓았다”며 “금융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인플레이션 개선 일조할 것”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한 무역수지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카톨릭대학교 허인 교수는 “2022년 미국 인플레이션 수준은 1974년 11월(1차 석유파동), 1980년 3월(2차 석유파동) 이후 최고치”라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가운데 실업률은 낮은 게 현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 “2021년 이후 미국 물가는 빠른 폭으로 급등하고 있다”며 “중국 인플레이션이 1990년대부터 2020년까지 불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허인 교수는 특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시점에 주목했다. 그는 “미중 무역관계는 2018년가지 꾸준히 증가했다”며 “이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며 증가 추세가 멈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낮은 상황”이라며 “두 나라의 무역분쟁이 완화되고 관세를 인하해 세후 수입가격을 낮춘다면 인플레이션 완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상자산 수요 확대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결제수단 확대로 비현금 거래가 증가했다”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지난 1년동안 25.8%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지급수단 사용이 40%로 확대됐다”며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5월 1조2천800억 달러(약 1천700조원)에서 올해 2월 1조301억 달러(약 1천364조원)로 25% 축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암호화폐 수신금액은 2천190억 달러(약 291조원) 규모로 전 세계 5위 규모”라고 밝혔다. 이는 2위 러시아(2천500억 달러), 3위 중국(2천320억 달러)와 격차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이윤석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자와 마스터, 웨스턴 유니언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내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와 송금을 제한해 현지 국민들의 가장자산 수요를 견인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은 가상자산을 활용해 재산의 해외이전을 도모했다”며 “전쟁 발발 후 비트코인 거래량은 3배 이상 증가했고 가격도 7%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97개 국가에서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논의가 연구되고 있다”며 “합리적인 절차와 규칙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구조와 결제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중국 금융제재 시나리오 대비해야”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을 대상으로 금융기관의 자산동결과 거래 중지 등을 통해 국가 금융시스템을 타격한 바 있다. 연구계에선 미국의 대중국 금융제재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정대희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대중국 금융제재 위험에 대한 대응은 결국 중국과의 금융거래 단절에 따른 위험 관리로 볼 수 있으나 거시경제적 관점에서의 위험도는 대중국 익스포저를 고려할 때 제한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대희 실장은 “일차적인 대응은 미시적인 차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부 금융기관 및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라며 “거시경제적 차원에선 충격에 대한 충분한 대응력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이와 더불어 대중국 금융제재와 관련해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