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페이, 금융 사고 책임 소지 논란 재점화
최근 국내 오프라인 유통 프랜차이즈 매장 곳곳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설치하는 등 애플페이 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이에 따라 애플, 삼성전자 등 휴대폰제조사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대폰제조사에게도 금융리스크 발생시 책임을 부여하도록 관련 제도를 형평성 있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그동안 삼성페이는 카드사 측에 별도의 서비스 이용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 권익을 책임질 명분이 약했던 것으로 분석되지만, 만약 애플페이가 반대의 행보를 보인다면 리스크 책임을 분담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휴대폰제조사 간편결제 이용액, 2년 만에 74% 성장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이번달 말에서 다음달 중순 사이에 애플페이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 유저는 휴대폰제조사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사실상 제외됐지만 애플페이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그만큼 시장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삼성페이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집계된 휴대폰제조사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액수는 1천703억2천만으로 2020년 상반기 대비 73.79%(723억2천만원) 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간편결제시장에서 약 23.5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휴대폰제조 기반 간편결제 이용규모 역시 660만7천 건으로 약 60.48%(249만 건)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악성코드 ▲피싱 및 파밍 ▲신분도용 ▲불법 카드결제 ▲카드위조 ▲내부자 공격 ▲전산장애 등의 영향을 받아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배상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는 아직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휴대폰제조사, 간편결제 제공하지만 금융업 적용 대상 아냐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를 제공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말 그대로 '휴대폰제조사'로 분류될 뿐 여신전문사도, 전자금융업자도 아니다. 사실 연구계에선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법이 차등 적용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있었다. 여신금융연구소 박태준 실장은 “삼성페이 제공업체인 삼성전자는 전자지급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전자지급서비스 이용을 중개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 또는 여신전문금융업상 여신전문사에 속하지 않았다”며 “간편결제라는 동일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규제 차별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카드에서 제공하고 있는 삼성페이 서비스 관련 내규를 보면 “휴대폰 도난을 비롯해 안정적이지 못한 서비스로 삼성페이 사용을 못할 경우, 당사가 소비자에게 이를 배상한다”고 명시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초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 추진을 허용해주며 “(카드사가) 개인·신용정보 도난, 유출 등으로 야기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약관에 반영하는 등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금융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해당회사가 금융사 분류에 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페이는 '공짜', 애플페이는? 휴대폰제조사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제휴 카드사 고객의 결제정보를 마그네틱보안전송(MST) 혹은 NFC 통신기술을 활용해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구조다. 지디넷코리아가 복수의 카드사를 상대로 취재한 결과, 삼성페이가 이들에게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을 명목으로 요구하는 대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에 삼성페이를 이용하는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에 대한 책임 의무가 없지만, 그렇다고 카드사에 별도의 서비스 이용금액을 요청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따라서 만약 애플이 국내 카드사들에게 애플페이 이용 대가를 요구한다면 리스크 발생시 배상 책임도 져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건 맞지만, 서비스 이용 대가와 관련해선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법률계 “형평성 맞게 법제도 개선해야” 애플페이는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해외 결제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리스크 발생시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국내 결제망을 이용하는 건 사고가 발생해도 추적이 가능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보안성과 안전성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해외 결제사업자에게 협조를 구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계에선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 참여자 사이의 형평성을 위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있다. 법무법인 율촌 정세진 변호사는 “현재 법률적인 구조는 휴대폰제조사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우 금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중개하는 형태에 불과해 문제가 발생해도 금융사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세진 변호사는 “그러나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제조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애플페이가 제휴 금융사에 비용을 청구한다면, 소비자 권익을 위해 보다 형평성이 맞는 법제도 개선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종지업 도입시 리스크 책임 부과 명분 생길 것” 휴대폰제조사 등 비금융 간편결제 서비스업자가 은행과의 제휴없이 독립적인 계좌 발급·관리를 하는 종합지급결제업 제도가 도입된다면 관련 논의가 활성화 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한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영위하는 휴대폰제조사가 종합지급결제업자가 될 경우, 이들에게 (금융서비스 사업자로서) 책임을 부과할 명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종합지급결제업 제도화는 2020년 정무위원장을 맡았던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장안을 추진하며 부각됐으나 흐지부지됐다. 2021년 김병욱 위원 역시 관련 제도 도입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3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종합지급결제업을 제도화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