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도 예외 아닌 'ESG'…"제도화 필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기업 의무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업계도 이를 수용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상자산을 다루는 특성상 ESG 경영을 위한 여러 난제가 예상되고 있어 이를 해결할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기업의 ESG 경영 의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오는 2025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ESG 관련 사항에 대한 공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웹3.0 시대의 디지털노믹스와 ESG 경영의 미래' 토론회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ESG 경영 의무 도입을 앞두고 선결해야 할 문제들을 짚었다. 현재 가상자산 업계에는 사실상 자금세탁 방지 측면의 특정금융정보법 상 규제만 존재할 뿐, 투자자 보호 장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법규 등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금지돼 있는 암호화폐공개(ICO)마저 금지에 대한 법적 근거는 미비하다. 그럼에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되는 1천300여개 종목 중 국내 거래소에 단독 상장된 코인만 400개에 이르는 등, 거래 지원 상황에 변동이 생기면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위험이 큰 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재욱 변호사는 "특정 가상자산에 대해 ESG 경영 의무를 준수하게 한다면,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주체는 어디로 봐야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며 "상장사에게 의무가 도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상자산 발행 주체로 생각이 되지만, 비트코인처럼 발행 주체를 알기 어려운 가상자산에 대해선 ESG 경영 의무 수행 주체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증권성 판단 문제를 엮어 따져볼 경우 더 복잡해진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하면서, 증권의 성격을 띈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즉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증권으로 간주되는 코인을 거래하는 건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처럼 ESG 경영 의무 수행 주체를 따지기 어려운 코인은 증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다. 반면 발행 주체가 명확해 ESG 경영 의무 적용이 용이한 코인은 증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상충이 발생한다. ESG 경영 의무를 어떻게 강제할 것인지도 숙제다. 정 변호사는 "거래소에 상장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상장이 된 가상자산의 경우 발행 주체로 하여금 ESG 경영 의무를 강제할 방법이 현재는 없다"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코인에 대해 이런 의무가 부과되지 않고, 시가총액이 영세한 코인은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면 양자의 차이를 어떻게 둬야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