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금융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
전통적인 금융 산업에 디지털 전환을 일으킨 것은 2007년 등장한 클라우드 컴퓨팅과 스마트폰의 보급이었다. 이것은 오늘날 전 세계인의 금융 서비스 경험은 물론, 생활 자체를 크게 바꿔 놓았다. 금융 플랫폼이 태동하던 2016년, 글로벌 투자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골드만삭스는 이제 기술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2021년 9월에는 세계 최대 은행인 JP 모건 체이스가 핀테크 기업 소트 머신(Thought Machine)이 개발한 BaaS(Banking as a Service)를 이용해 은행의 계정계 시스템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핀테크 기업의 SaaS를 직접 도입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뱅킹으로 전환한 놀라운 사례였다. 디지털 금융이란 첨단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적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금융 거래를 말하는데 이는 모바일 결제, 온라인 뱅킹, 전자 결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에는 IT와 모바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인 핀테크가 등장하며, 시공간을 초월해 모든 금융 거래를 스마트폰으로 쉽고 간편하게 처리할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금융시장 분석가인 크리스 스키너가 디지털화를 주도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선진 은행의 핵심 구성원을 대상으로 디지털금융 전환에 대해 조사한 결과, 4단계의 공통적인 과정을 통해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4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 '무엇을 할 것인가' - 최고경영진에서 결정 2단계 : '어떻게 할 것인가' - 전사적으로 결정 (시장조사 및 벤치마킹 포함) 3단계 : 1, 2단계에서 결정한 사항들을 기반으로 신속한 이행 4단계 : 끊임없는 개선 과정 반복 하지만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은 데이터 산업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기준 강력한 수준의 규제로 자국 기업의 데이터 활용 및 데이터 경제 부흥을 막아왔다. 지난 20년 동안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대신 데이터 보호에만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국내의 디지털 금융 전환은 금융 분야 클라우드 및 망분리 규제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13년에 공공데이터 법이 시행되면서 데이터 활용이 촉진되긴 했지만, 공공 분야에 그쳤다. 본격적인 데이터 활용 제도의 추진은 데이터 3법 개정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행됐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인정보보호법 ▲금융위원회의 신용정보법 ▲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망법을 의미하며, 2018년 11월 발의되었지만 여러 가지 의견 수렴을 거쳐 2020년 1월에 개정됐다. 마이데이터 제도가 포함된 신용정보법 개정은 국내 금융사 및 데이터 산업계에 분명한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 자기결정권을 기반으로, 개인금융데이터(일명 신용정보) 생태계를 구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일명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 그제서야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게 되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부터 신용정보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선정했고, 2022년 1월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 사업은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추진한 대규모 데이터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데이터 열람권을 넘어 데이터 이동권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정부는 국내 디지털 금융 활성화를 위해 전환을 위해 디지털 금융 확산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방안을 곧 시행할 예정이다. 2023년 현재 금융시장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퍼블릭 클라우드 등이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대전환을 빠르게 촉진하고 있다. 이제 국내 금융산업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서 서비스의 통합과 융합에 초점을 둔 플랫폼 서비스 체계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KB 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와 같은 국내 은행사는 물론 카드, 보험, 증권, 핀테크 등 다양한 업종의 국내 금융사들은 이제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플랫폼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 플랫폼 서비스 체계를 조기에 갖춰 성공적인 금융 플랫폼 구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금융에 특화된 오픈 API 활용, 클라우드 네이티브 B2B SaaS 전략, 보안 및 인증 기반의 확대, 신규 서비스 및 신기술의 수용이 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플랫폼 서비스 제공을 위한 디지털 생태계 차원의 다양한 참여사 확대, 디지털화에 따른 비용 효율화 및 최적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모든 참여사와 참여자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속적인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의 도입과 조직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에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은행인 미국의 JP 모건 체이스, 네덜란드의 ING, 싱가포르의 DBS 등 해외의 수많은 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새로운 문화와 조직이라는 주제를 핵심 과제로서 정의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노력을 거듭해 왔다. 현재 국내외 많은 금융 기업들은 기존 앱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여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사가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그간 모바일 채널 강화와 프로세스 자동화에 주로 집중했다면 이제는 플랫폼 사업 모델로의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 전환 열풍은 이제 막 시작됏다. 앞으로 다가올 더 큰 금융 플랫폼 세상이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