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본법 초안 공개…기업들 "취지 공감하지만 걱정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본법 초안이 공개됐다. 기업들은 ESG 기본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촉진법'이 아닌 자칫 기업들에 부담을 지우는 '규제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원욱 의원실은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공동주최로 'ESG 기본법 제정을 위한 2차 간담회'를 열고 초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공개된 초안에 대한 기업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초안 내용을 발표한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규제는 개별법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이번 기본법에는 유도, 지원, 육성 등 ESG경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구성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 역시 이날 ESG기본법이 기업들의 부담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토론에는 전문가 그룹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법무법인 원 등이 참여했으며, 기업 측에서는 SK, LG, 포스코홀딩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중소기업은행 등이 참석했다. 공통으로 우려를 표한 부분은 ▲ESG 평가기관 신뢰성 ▲ ESG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 필요성 ▲규제법 변질 가능성 등이다. 문성후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은 "17조 공시 항목에서 정부가 신뢰하는 평가기관에서 평가를 받고 또 그 결과를 공시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불신처럼 여겨질 수 있다"며 "지원 부문을 강화해 인센티브는 열어주고 정부는 촉진하고 보조해 주는 법안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승환 LG ESG팀장은 "최근 고객사들이 다양한 정보들을 상당히 많이 요구하고 있다"며 "ESG정보가 굉장한 재무정보의 지위를 갖는 움직임이 있으므로 전체적인 국익차원에서 이러한 요구에 어디까지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들이 기본법에 있어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재민 현대차 지속경영기획팀 책임매니저도 "공급망 실사법과 관련해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김민재 SK수펙스추구협의회 팀장(PL)은 규제법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ESG는 경영 전략에 가까운 패러다임이며, 패러다임이 계속 변화하는 가운데 법안으로 만들기에는 부적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춘 전경련 CSR팀장은 "사실 취지에 반대하는 기업들은 없지만, 다른 제도들과 중복되는 것과 획일화된 규제가 될까 우려하는 부분은 있다"며 "더 많은 기업과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자발적 참여 확산이 목적이 돼야 하며, 공시 의무화하기보다는 공시를 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이런 우려에 "새로운 법이 생기는데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에 이해한다"며 "하지만 공시 같은 부분은 이미 다 하는 내용이며, 기본법은 여러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하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묶어내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규제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며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고, 잘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어가기 위한 구조적인 것을 다루기 위한 것이 기본법의 취지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