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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국방 AX] MDL 남쪽 10m의 경고…줄어드는 병력, 다가온 위협

지난 9월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로 개척작전을 수행하던 육군 간부들 곁에서 지뢰가 두 차례 터졌다. 군 간부 3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작전을 지휘하던 수색대대장은 발목을 절단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2주 뒤인 10월 5일 합동참모본부는 유엔군사령부와의 공동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2차 폭발지점과 현장에서 추가로 발견된 지뢰는 모두 군사분계선(MDL) 이남 10여미터(m)에 있었다. 군은 폭약 성분과 플라스틱 재질, 파편 등을 종합해 북한군의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로 판단했다. 유실돼 떠내려온 지뢰가 아니라 북한이 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라는 것이 군 당국의 최종 판단이다. 한·미 측은 해당 지뢰가 최소 12개월 이상 전에 매설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 사고는 전쟁 모습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도 장병의 생명과 직결된 최전선의 위험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먼 전장에서 드론과 인공지능(AI), 무인체계가 전쟁을 바꾸고 있다고 말하는 동안, 우리의 최전방에서는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이 여전히 목숨을 건 일이었다. 지난 1편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이라는 먼 전장이 던지는 경고를 살폈다. 그러나 경고는 먼 곳에만 있지 않았다. 우리 장병이 걷는 길, 그 흙 속에 1년 넘게 묻혀 있었다. 31년 동안 군복을 입었던 필자에게 이 소식은 통계가 아니라 얼굴로 다가왔다. 수색로를 한 걸음씩 내딛는 장병의 뒷모습, 그리고 그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는 부모의 얼굴이다. 발밑의 위협…'사람이 먼저 들어가는' 경계의 한계 이번 사건을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만 보기 어렵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2024년 4월부터 DMZ 일대에서 지뢰 매설, 불모지 조성, 전술도로 및 철조망 설치 등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합참은 이번 사고 역시 북한이 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MDL 이남에 설치한 수지 반보병지뢰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고, MDL 이남 지뢰 매설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했다. 더 무겁게 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그 지뢰가 최소 1년 이상 우리 측 지역에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플라스틱 재질의 지뢰는 금속 성분이 적어 전통적인 금속탐지 방식만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수풀이 우거지고 지형이 복잡한 DMZ에서 흙 속의 작은 위협을 사람의 눈과 감각만으로 가려내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지금의 경계·수색작전은 여전히 사람이 위험지역에 직접 진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걷고, 사람이 보고, 사람이 확인한다.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의 헌신과 숙련에 기대어 유지돼 온 방식이다. 그 헌신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헌신에만 기대는 체계는 좋은 체계가 아니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묻는 것은 '누가 경계를 소홀히 했는가'가 아니다. '왜 가장 위험한 자리에 여전히 사람이 먼저 서야 하는가'다. 전선은 그대로인데 지킬 사람이 줄어든다 이 질문을 더 절박하게 만드는 것이 인구다. 2017년 약 62만 명 수준이던 우리 군 병력은 2025년 7월 약 45만 명으로 감소했다. 8년 사이 약 17만 명이 줄어든 셈이다. 입영 자원의 기반이 되는 20세 남성 인구 역시 2025년 약 23만 명 수준에서 2040년에는 약 14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 병력 규모에 대한 전망은 연구의 가정과 간부·병사 구조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존 국방 연구에서는 30만 명대 병력 규모가 거론돼 왔고, 최근에는 현행 병역제도가 유지될 경우 2040년 전체 병력이 20만 명대 후반 수준까지 감소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망도 나왔다. 어느 수치를 적용하더라도 방향은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인력 중심의 전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먼 미래의 예측이 아니다. 2040년에 스무 살이 되는 청년은 2020년에 이미 태어났다. 단기간 출산 정책만으로 바꾸기 어려운 인구구조가 이미 형성돼 있다. 병력은 줄어도 약 248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과 접경지역의 경계 소요가 그에 비례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켜야 할 공간은 그대로인데 지킬 사람이 줄면 남은 장병이 감당할 몫은 커진다. 경계 밀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수색과 정찰 부담과 피로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병력 감소에 따라 일부 전방 부대는 이미 해체되거나 통합됐다. 병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첨단 장비를 운용하고 부대를 이끌 초급간부의 확보와 장기복무 유인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됐다. 숫자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아픈 것은 숙련된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다. 경험 많은 수색대원 한 명, 노련한 부사관 한 명은 단기간에 길러낼 수 없다. 그래서 병력이 줄어드는 시대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숙련이 곧 전투력이다. 위협은 늘고 감시의 눈은 줄어드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사람으로 전선을 메우는 방식은 이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산술의 문제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북한은 '보이지 않는 전선'도 넓히고 있다 위협은 땅 위에만 있지 않다. 2022년 12월 북한 소형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범했고 그중 한 대는 서울 북부 상공까지 진입했다. 2024년에는 서해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북한의 GPS 전파교란이 반복돼 선박과 민간 항공기의 운항에 장애가 발생했다. 여기에 1편에서 짚은 변수가 더해진다. 북한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해 드론과 전자전, 포병, 참호전 등이 결합된 현대전의 양상을 실제 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 그 경험과 전술적 교훈이 향후 한반도 접경지역의 지뢰, 무인기, 전파교란 등과 결합될 가능성까지 상정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값싼 지뢰 한 발, 소형 무인기 한 대, 전파교란 한 번. 각각은 전면전과는 다른 수준의 도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회색지대' 상황이 반복되면 줄어든 병력은 지속적인 긴장과 경계 부담 속에서 소모된다. 회색지대 도발이 까다로운 이유는 대응의 딜레마에 있다. 강하게 대응하면 확전 관리의 부담이 커지고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면 상대가 기정사실을 축적할 여지가 생긴다. 이 딜레마를 줄이는 길은 먼저 보고 정확히 아는 것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선을 넘었는지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증거화할 수 있어야 절제되면서도 단호한 대응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도 사고 발생 후 최종 조사결과 발표까지 14일이 걸렸다.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절차가 필요했다는 점과 별개로, 평시 감시·탐지 단계에서 이상행위를 더 일찍 포착할 수 있는 체계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1편에서 본 것은 '값싼 무기가 값비싼 방어체계를 소모시키는' 전쟁의 경제학이었다. 평시 한반도에서는 그것이 '값싼 도발이 귀한 병력과 경계자원을 소모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무대만 다를 뿐 같은 문법이다. 앞서간 나라들이 남긴 두 가지 교훈 주요국도 자율·무인체계와 AI를 군사작전에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성공담만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는 2023년 8월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을 발표하면서 18~24개월 안에 여러 작전영역에 수천 대 규모의 저비용·소모가능 자율체계를 전력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미국은 레플리케이터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전 관련 조직과 투자를 확대해 왔다. 2027 회계연도 예산요구안에는 DAWG(Defense Autonomous Warfare Group) 관련 연구개발 예산으로 약 546억 달러(약 73조 3000억원)가 제시됐으며, 이는 의회의 최종 확정 예산이 아니라 행정부의 요청액이다. 2026년 9월에는 미 국방부가 자율·로봇 전력의 획득과 운용을 가속하기 위한 AutoWarCoM(Autonomous Warfare Command) 창설 계획까지 발표했다. 미국 사례 핵심은 특정 사업의 성공 여부를 단순화해 평가하는 데 있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야전에 빠르게 보내려면 기술개발뿐 아니라 예산, 시험평가, 조달, 조직, 운용개념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군도 대규모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하브소라' 등 데이터·AI 기반 분석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설명해 왔다. '라벤더'의 실제 운용 방식과 인간 개입 수준에 대해서는 국제 언론의 보도와 이스라엘군의 설명 사이에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스라엘군은 이러한 기술이 분석가의 정보처리를 지원하는 도구이며, 표적의 식별·검증과 승인에는 인간의 판단이 개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명확하다. 속도를 내되 제도가 받쳐야 하고, 기계의 도움을 확대하더라도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의 구조는 명확해야 한다. 한국형 국방 AX가 출발선에서부터 새겨야 할 두 가지다. 해법은 사람을 대신하는 군대가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군대다 1편에서 필자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이 개별적인 'AI 무기'가 아니라 'AI로 연결된 군대'라고 했다. 한반도의 현실에 비추면 그 뜻은 더 구체적이 된다. 가장 위험하고 반복적인 일은 가능한 범위에서 기계가 먼저 수행하고, 사람은 한 걸음 뒤에서 판단하고 결심하는 군대다. 첫째, 위험지역에는 기계가 먼저 들어가는 원칙을 확대해야 한다. 수색로 개척과 지뢰 탐지, 위험지대 정찰에는 지상 로봇과 드론 등 무인체계를 우선 투입하고 장병은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를 통제하는 유·무인 복합 방식을 발전시켜야 한다. 모든 위험을 기계가 제거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직접 노출되는 횟수와 시간을 줄이는 것 자체가 중요한 전투력 보호다. 장비는 복구하거나 대체할 수 있지만 장병의 생명과 신체는 그렇지 않다. 둘째,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AI가 보완해야 한다. 드론과 감시카메라, 지상 센서가 모은 영상과 신호를 AI가 지속적으로 비교·분석하면 어제 없던 흙더미, 새로 생긴 통로, 야간의 미세한 움직임 같은 '변화'를 선별해 경계요원에게 제시할 수 있다. 땅속의 플라스틱 지뢰를 원거리에서 완벽하게 탐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기술적 과제다. 그러나 누군가 제한구역에 접근하거나 땅을 파는 행위와 지형의 변화를 더 일찍 포착하는 것은 보다 현실적인 목표다. 셋째, 탐지에서 대응까지를 하나로 이어야 한다. 1편에서 강조한 '센서에서 효과 발휘까지'의 시간 단축은 전시만의 과제가 아니다. 감시자산이 포착한 징후가 분석과 보고 단계에서 지연되거나 묻히지 않고 지휘관의 판단과 현장 조치로 이어지는 경계작전 데이터 연결망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방에는 이미 과학화경계시스템이 구축돼 카메라와 각종 감지 센서가 철책과 주요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비를 설치하는 것과 그것이 지능적으로 연결돼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센서가 아무리 많아도 수많은 화면과 경보를 결국 지친 사람의 눈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면 병력 감소의 벽을 넘기 어렵다. 잦은 오경보는 오히려 경계요원의 피로와 주의력 저하를 키울 수 있다. AX의 핵심은 장비의 숫자가 아니라 데이터가 흐르고, AI가 우선순위를 걸러내고, 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물론 기술이 만능은 아니다. 산악과 수풀, 악기상은 센서의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고 AI는 오탐과 미탐을 일으킬 수 있다. 전파교란이나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무인체계는 새로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국방 AX의 방향은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의 역할을 다시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기계는 위험과 반복을 더 많이 맡고, 사람은 상황판단과 지휘결심, 책임을 맡는다. 줄어드는 병력으로 같은 안보 공간을 지키면서도 장병의 위험을 낮추는 현실적인 길이 여기에 있다. 가장 위험한 자리에 언제까지 사람을 먼저 세울 것인가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가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이다. 국가가 그 바람에 답하는 길은 위로의 말에 그치지 않고 위험을 줄이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MDL 남쪽 10여m에서 터진 지뢰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 북한이 설치한 위협이 MDL 이남까지 들어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위협 앞에 우리 장병이 직접 노출됐다는 것이다. 1편은 이렇게 물었다. '북한군이 실전에서 학습하는 속도보다 우리 군이 더 빠르게 혁신하고 있는가.' 2편은 질문 하나를 더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가장 위험한 자리에 사람을 먼저 세울 것인가.' 국방 AX는 무기를 똑똑하게 만드는 사업이기 전에 장병의 생존성과 전투력을 높이는 일이어야 한다. 인구절벽은 이미 시작됐고 2040년은 14년 앞으로 다가왔다. 복잡한 무기체계 하나를 기획하고 시험해 전력화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지금 시작해도 결코 빠르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혁신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야전까지 닿을 수 있는가. 미국의 레플리케이터와 후속 자율전 혁신이 보여주는 것처럼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예산, 획득제도, 시험평가, 조직과 책임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다음 3편에서는 한국형 국방 AX 전략과 획득 거버넌스 혁신 방안을 다룬다.

2026.10.07 09:21김병규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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