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 월 순소득 300만원도 안 된다"
배달 라이더의 한 달 순소득이 300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더들이 표준계약서 대신 약관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현 업계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민입법센터와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 7~8월 한 달간 전국 라이더 1천30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라이더 10명 중 8명이 주업으로 하고 일주일에 54시간, 총 161건의 주문량을 소화하며 주당 82만원을 버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개 라이더는 한 주 동안 5.7일, 주말 중 1.6일 일하며 밤 10시 이후 심야근로의 경우 1주일 3.5일 배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라이더들이 희망하는 근로시간은 평균 45시간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응답자는 43.5%로 나타났다. 라이더 월평균 358만원 수입 중 74만원 경비로 지출..."엔데믹 이후 소득 줄어" 조사 결과는 이날 한준희·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24일 주최한 '배달 플랫폼 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됐다. 라이더들은 주로 서울, 경인 지역에 포진됐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소속 라이더들이 대부분(73.4%)으로, 바로고와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에만 속한 라이더들도 31.5% 비중을 차지했다. 라이더들은 월평균 358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벌고 있는데, 이중 74만원을 경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추정순소득은 284만원. 통상시급으로 환산하면, 라이더들이 받는 시급은 1만1천774원으로, 일반 노동자 대비 적은 급여를 받고 있었다. 라이더 10명 중 6명은 엔데믹 이후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배달 이용자 감소(5점 만점 중 3.5점)와 배달 종사자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2.7점), 배달료 인하(2.5점)가 순서대로 꼽혔다. 10명 중 3명은 최근 1년간 오토바이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운전자, 보행자 부주의 또는 실수(67.5%)와 배달 시간을 줄이기 위한 무리한 운전(36.0%), 악천후 속 운행(9.5%) 등 때문에 발생했다. 플랫폼 소속 라이더들(779명) 중 약 80%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배차 시스템이 배달 업무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정보와 일감배분 등 알고리즘 신뢰성에 대한 질문에, 45.5%가 불신감을 드러냈다. 직업 만족도는 평균 2.9점(5점 만점)으로, 10명 중 2명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표준계약서 도입해 라이더 처우 개선해야..."라이더가 노무 제공 모르는 것 짚어봐야" 이날 토론회에선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라이더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근로기준법상 라이더들은 근로자로 아직 인정되지 않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고용보험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표준계약서 적용 대상이다. 다만, 라이더들은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에서 제시하는 약관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약관 변경으로 배달료를 수시로 바꾸거나 불충분한 정보 제공 등 불공정 계약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대표는 “라이더가 노무를 제공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으로 일을 배분받는 건지 여부를 모르는 건 짚어봐야 할 문제”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라이더 근로자성 추정을 법제화하는 것으로,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불이익한 사항을 약관으로 정할 수 없음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