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확전 일촉즉발…韓 기업 불똥튈라 촉각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무력충돌이 최고조에 달하자 국내 기업들이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율주행(모빌아이, Opsys), 무인기(IAI, 엘빗 시스템즈) 등 첨단산업의 선두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국가로 국내 기업들도 투자를 많이 하는 곳이다. 17일 경제계에 따르면 아직 국내 기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전쟁 장기화 시 에너지・공급망 등을 중심으로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긴장모드다.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 유가 변동성은 확대됐으나 에너지 수급에는 차질이 없고 금융, 실물 부문에 대한 직접적 영향도 제한적"이라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국제유가 급등과 이로 인한 실물경제 및 금융·외환시장 등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금융·실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상황별 조치계획에 따라 관계부처 공조 하에 적기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에 법인을 둔 주요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특히 삼성그룹이 주목하는 투자국 중 하나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사장은 지난 6월 이스라엘을 찾아 유망 스타트업을 잇따라 방문했으며, 이재용 회장도 추석 연휴기간 이스라엘 R&D 센터를 들러 직접 신기술 투자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삼성 일렉트로릭스 베니룩스를 통해 운영 중인 이스라엘 현지 법인은 3곳(삼성 일렉트로릭스 베네룩스, 삼성 일렉트로닉스 이스라엘 삼성 세미컨덕터 이스라엘 R&D센터, 코어포토닉스)으로 4대 그룹 중 가장 많은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오디오 생산업체 레드밴드도 이스라엘에 위치해 있다. 삼성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이스라엘에 법인이 있다. 삼성 관계자는 "가자지구와 멀리 떨어진 텔아비브 지역은 큰 피해가 없기 때문에 매장 영업도 그대로 하고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SK그룹은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 이스라엘' ▲LG그룹은 'LG전자 사이벨럼 테크놀로지스' ▲OCI 그룹은 계열사 부광약품이 '프로텍트 테라퓨틱스'를 현지법인으로 두고 있다. 인텔 이스라엘 키르야트가트 공장은 인텔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의 11.3%를 차지해 국내 기업들이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해당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CPU 수요와 맞물린 우리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 "수입 의존도 높은 품목 공급차질 발생 시 수입선 전환 필요"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을 위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무협협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우리나라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아 교역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브롬,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 등 일부 품목의 對이스라엘 수입의존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나 공급망 리스크에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난연제, 석유·가스 시추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브롬은 2023년 1~8월 기준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99.6%에 달하고 있으며 타 물질로 대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항공기용 무선방향 탐지기(드론용 레이더, GPS 등)는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94.8%로 분쟁 장기화 시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유가가 상승할 여지도 있다. 국제 유가가 10% 상승 시 우리나라 수출은 약 0.2% 증가, 수입은 0.9% 증가해 무역 수지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의 생산 비용은 0.67% 상승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도원빈 무협 연구원은 "아직 피해 기업은 없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