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섭 "구하다는 명품 유통 IT 기업…올해 BEP 도달 목표"
“올해 구하다는 손익분기점(BEP)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하다는 출혈이 많은 소비자직접거래(B2C) 기업보다, 명품 유통 IT 기술 역량을 가진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목표다. 광고 모델도 고려하지 않고, 내부 운영 프로세스도 개선하고 있다.” (윤재섭 구하다 대표) 명품 플랫폼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배우 김혜수·김희애·주지훈 등을 내세워 명품족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급부상했지만, 출혈 경쟁으로 인한 적자 심화, 엔데믹으로 인한 일상 회복 등 각종 리스크를 직면한 상태다. 이중 후발주자로 명품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피봇팅을 통해 차별화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명품 커머스 기업 구하다는 단순 B2C 기업이 아닌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실시간 연동 기술을 제공하는 기술 기업으로서 도약, 올해 BEP를 도달한다는 목표다. 구하다는 최근 이 비전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 우리은행, 디티앤인베스트먼트(DTNI), 비엠벤처스 등으로부터 8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기자는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구하다 본사를 방문해, 윤재섭 대표와 창업 배경, 올해 목표 등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윤재섭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포스코 재무팀에서 6년가량 직장 생활을 하다 돌연 스타트업 CEO로 변신했다. 구하다 창업 계기가 무엇인가. "외국 유학 생활을 하다 보니 근처에서 명품 브랜드 제품을 가져다 한국에 판매하는 일을 했다. 그때 창업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대학교 선배 이근일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미국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곤 했다. 이후 나는 포스코에서 재무 업무를 경험하고 이 CTO는 미국 월가에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관련 업무를 하며 경력을 쌓은 후 퇴사 후 공동 창업했다. 또 포스코 마케팅 실에서 근무하던 임홍섭 COO도 창업 멤버인데, 직원 수가 39명이 된 현재도 창업 멤버들은 변함 없이 함께하고 있다." Q. 구하다 플랫폼에서는 백화점보다 평균 30~40%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실제 구하다 사이트를 방문해보니 50% 이상 저렴한 상품도 있던데, 어떻게 이렇게 저렴할 수 있는건가.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후세일 계약을 해서 제3국에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유럽 부티크들과 직계약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통 과정에 있는 에이전시, 1차, 2차 도소매상이 없다. 그런 만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직계약을 맺은 부티크 수는 80개 사가 넘는다. API 시스템이 양방으로 연동된 회사는 50개가 넘는 상태다." Q. 유럽 현지 명품 부티크와 직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무조건 유럽에 나가서 해외 영업을 해야 한다. 해외 세일즈 파트를 담당하는 조경환 최고영업책임자(CSO)와 함께 6개월 이상 외국에서 살며 방문 영업했다. 유럽 부티크들에 우리 기술을 통해 구하다몰뿐 아니라 여러 몰에서 재고 상품들을 판매해줄 수 있다고 설득해 처음 시작했고, 판매가 늘다 보니 유럽 부티크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Q. 블록체인 기술로 최종 배송까지 전 유통 이력 정보를 관리해 정품임을 신뢰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가품 신고 사례는 없는지. "블록체인 특장점이 데이터가 등록되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부티크와 직계약한 상품이 정품이라는 것은 명확하기 때문에, 인보이스, 해외운송장번호 등 상품 관련 데이터를 블록체인에다 주문 이력과 함께 통합해 업데이트를 한다. 또한 '비링크'라는 품질 이력 관리 시스템이 있어, 데이터를 올려 관리를 하고 있다. 여태까지는 가품으로 판명된 사례는 없었다. 반대로 바꿔치기 가능성도 있을 수 있는데, 우리는 물류센터에 물건이 들어오면 일단 검수 과정을 무조건 거치고, 회원사나 고객에게 물건을 보내는 과정을 전부 다 영상으로 녹화해 저장하고 있다." Q. 최근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사들이 많은 명품 플랫폼 중 구하다에 어떠한 차별점이 있다고 느낀 것이라 생각하는지. "명품 플랫폼은 결국 판매하는 루트가 중요하다. B2C, B2B2C, B2B 등에 따라 매출 전략이 바뀐다. B2C의 경우 플랫폼 이미지 제고가 중요하다 보니 광고비가 많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거래액, 유저 수 등을 기반으로 성장성을 어필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렇게 진입했다가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타사 기업들이 브랜드 광고비를 많이 투입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존 B2C 플랫폼을 도와주고, B2B사들에 명품 데이터,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 플랫폼이 되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피봇팅을 했고, 이런 부분이 투자사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리는 거래액 기반이 아닌 매출 기준이 중요한 회사로,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의 99%가 구하다 상품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빠르게 BEP를 달성할 수 있는 모델로서 인정받은 것 같다." Q. GS샵, 롯데온, SSG닷컴, 지마켓, 옥션 등 기업들과 B2B2C 사업을 진행 중인데, 또 다른 협업 계획은.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에는 이미 데이터를 다 제공하고 있고, 현대H몰, AK몰, 한스타일에도 제공 중이다. 올해 W컨셉, LF몰 등 올해 10개 정도 더 협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Q. 경쟁사를 어디로 보고 있나. "사실 국내에 이런 서비스를 똑같이 제공하는 회사는 없다. 예전에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우리 고객사라는 입장이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사입쪽에 치중하다 보니 '오케이몰' 같은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보고 있다. 오케이몰은 전체를 부티크에서 사입해서 판매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Q. 최근 스타트업 투자 불황으로 많은 창업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초기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투자사들이 미래 가치에 대해 별로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 모델로 1~2년 안에 어느 정도 성장해서 BEP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본다. 미팅할 때, 성장 가능성에 치중하기보다는 외형 성장하면서도 BEP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모델인지를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Q. 올해 구하다의 목표는. "실제 BEP 달성이 목표다. 여러 내부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연 매출 280억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API 연동된 실시간 판매 부티크 상품에 대한 수요 50%, 상품 소싱으로 얻어오는 프리오더 상품 매출 50%로 BEP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또 광고 모델도 지금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다. 광고보다는 운영 효율화 개선, 기술 개선에 집중해 단순 B2C회사보다는 '명품 유통 기술' 기업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