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s 마이크로소프트, AI 전쟁 '장군멍군'
오픈AI의 챗GPT 후 생성 AI가 IT업계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치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는 가운데, 경쟁자의 폭주를 저지하려는 구글의 맞대응으로 연일 시장이 뜨겁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을 자사의 모든 플랫폼에 투입하는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구글은 오픈AI 챗GPT와 유사한 '바드'를 출시하고, GPT-4에 대응하는 대규모언어모델인 PaLM을 클라우드 기반 API 서비스로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서로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으며 시장을 달구는 모습이다. 때론 마이크로소프트가 후발주자로서, 때론 구글이 후발주자로서 양측은 입장을 바꿔가며 서로를 타격하고 있다. ■ 챗GPT부터 구글 바드까지 치열한 생성AI 경쟁 작년 11월말 오픈AI가 챗GPT를 처음 세상에 공개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촉발할 거라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구글이 챗GPT에 내부에서 코드레드를 발령했다는 보도 후 시장의 온도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챗GPT가 얼리어답터의 흥분에서 대중적 태풍으로 성장하는 사이 1월 중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빙 검색과 챗GPT 연동을 준비중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당초 3월과 5월 사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던 새로운 빙의 등장은 2월이었고, 세간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올해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 AI 관련 행보는 속도전이다. 1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에 오픈AI의 기술을 접목하고,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출시했고, 2월7일 GPT-4 기반 대화형 챗봇을 접목한 새로운 빙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빙을 발표하는 행사를 열겠다고 공지한 건 하루전날인 2월6일이었다. 한달에서 보름 전 행사를 예고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긴급하게 진행된 행사였음을 알 수 있다. 구글은 6일 챗GPT 유사품 '바드'를 발표해버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에 집중된 이목을 구글로 되돌리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러나 구글 바드 시연 영상에서 오답을 내놓는 장면을 포함시킴으로써 주가가 7% 폭락했다. 구글 직원들이 성급한 발표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내부 분위기도 전해졌다. 다음날 발표된 빙 챗은 공개 이틀만에 대기자 명단 100만명을 돌파했다. 너무 많은 사용자의 접속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빙 챗의 사용량을 제한할 정도였다. 빙 챗은 챗GPT의 약점인 최신 정보 제공 여부를 보완하기 위해 오케스트레이터인 '프로메테우스 모델'을 추가했다. 프로메테우스는 빙 챗에 입력된 사용자 질문을 1차로 웹에서 검색한 뒤 그 결과를 GPT-4 LLM에 넣고, GPT-4로 생성된 답변을 윤리 기준에 부합하도록 다듬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10여년간 마이크로소프트 빙은 구글에 한참 못미치는 서비스로 존폐 기로에서 생성AI를 만나 반전 기회를 마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빙은 검색시장 점유율 3~5%에 불과하다. 구글 검색이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다. 검색 전문가들은 구글이 LLM과 생성AI 기술을 이미 확보했음에도 검색 광고 사업 수익 감소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은 후발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생성AI를 빙에 접목할 경우 광고 매출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미한 시장 점유율 덕에 과감하게 새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빙의 대화형 검색을 통해 기존 검색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검색 광고 시장의 판을 아예 뒤엎으려 하고 있다. 검색 광고 시장을 붕괴시켜 아예 처음부터 AI 중심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보름 뒤인 23일 빙 챗의 모바일 버전과 스카이프 통합을 공개했다. 그 다음주인 2월28일엔 윈도11 작업표시줄 검색 공간에 빙 챗을 투입하는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이로써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1과 팀즈, 엣지 브라우저 등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빙 검색이란 인터넷 서비스를 결합하는 새로운 생성 AI 플랫폼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구체적 수익 모델은 아직 없지만, 빙 비즈니스의 고객 접점을 확장하는 한편, 기반 사용자층을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 사무용 앱으로 옮겨간 생성 AI 경쟁 마이크로소프트는 3월 들어 오픈AI와 함께 속도를 더 높였다. 지난 7일 다이나믹스365와 비바세일즈에 GPT-4 모델을 결합한 '코파일럿'을 공개했다. 14일 오픈AI는 최신 초거대AI인 'GPT-4'를 공개했고, 16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등 오피스 제품군에 GPT-4를 결합한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3일 깃허브 코파일럿의 생성AI 기능을 소프트웨어 개발수명주기 전반으로 확장하는 '깃허브 코파일럿X'를 공개했다. 이때도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쏠린 이목을 되돌리는 의도를 담아 14일 구글워크스페이스의 생성 AI 기능을 발표했다. G메일, 구글문서, 구글시트, 구글슬라이드, 구글미트 등의 앱에 질문과 대화로 콘텐츠를 만드는 기능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픈AI 서비스에도 맞불을 놨다. 구글클라우드가 PaLM API를 비롯한 API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버텍스AI 머신러닝 플랫폼이 PaLM과 다양한 생성AI 연동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같은 마이크로소프트365와 애저를 모두 겨냥하는 구글의 입장은 후발주자로서 공격이었다. 오피스 애플리케이션과 클라우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뒤처진 상황에서 생성AI 부분은 치고 나간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구글의 시도는 하루도 안 돼 실패로 돌아갔다. 14일 오픈AI의 GPT-4 공개가 구글워크스페이스 발표를 집어삼킨 것이다. 단순히 모델의 개요만 공개한 게 아니라 아예 탯GPT로 쓸 수 있게 공개해버리면서 시연 영상에 불과했던 구글워크스페이스의 생성AI 기능은 빛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틀 뒤인 16일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이 구글에서 애초에 원했던 세간의 관심을 다 가져갔다. ■ 구글의 반격,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동맹은 혁신 가속페달 구글은 22일 AI 챗봇 '바드'의 시범서비스를 미국과 영국에서 출시했다. 챗GPT 대항마로서 이미지를 한달전 구축해놓은 덕에 사용자들이 바드에 반응했다. 하지만 챗GPT와 격차도 드러나버렸다. 챗GPT는 자연어 텍스트뿐 아니라 소스코드 작성 역량도 갖고 있고, GPT-4 모델은 멀티모달로 진화해 이미지와 표 데이터까지 생성할 수 있다. 반면, 구글 바드는 일반 텍스트 콘텐츠만 생성한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드 출시일과 같은 날 빙 챗에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해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켰다. 그리고 24일 오픈AI는 GPT-4를 앱스토어 수준의 생태계로 확장하는 'GPT-4 플러그인'을 공개했다. GPT-4 플러그인은 오픈AI의 LLM 역량을 누구나 쉽게 타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에 연동할 수 있게 한다. 일종의 생성AI 앱스토어, 혹은 웹스토어다. 특히 GPT-4 연동을 위한 작업도 생성AI로 자동화해 매우 쉽다. 오픈AI의 여러 임원과 외부 전문가가 API 문서 연동에도 생성AI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GPT-4 플러그인은 첫 연동 작업도 쉽지만, 이후 API 변경에 따른 후속조치도 거의 자동으로 이뤄진다. 현재까지 양측의 공방 결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우세로 보인다. 느림보로 인식돼온 마이크로소프트의 민첩한 행보에 놀라워하는 시각과 함께, 지금의 구글이 과거 몰락하는 야후의 모습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모두 다소 설익은 제품과 콘셉트를 서둘러 발표하는 공통된 모습을 보이지만, 대중은 마이크로소프트에 호의적인 반면 구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동맹, 구글의 대립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쟁구도는 일대일로 단순하지 않고,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제3지대의 메타도 알파카AI와 LLaMA를 오픈소스로 내놓으며 생성AI의 경량화란 키워드로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엔비디아와 협력해 생성AI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오픈AI에 도전하는 생성AI 스타트업으로 허깅페이스, 런웨이, 스테이빌리티 등도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뒤엉킨 경쟁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혁신 스타트업의 이미지를 가져가고, 구글이 선두주자와 추격자의 이미디를 함께 보여주는 상황이다. 결과를 예측하긴 힘들지만, IT 시장이 다시 한번 크게 흔들리는 시점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