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담아 오늘에 전하는 힙한 전통이 왔다
전통문화가 전 세계 한류 팬에게 K-컬처를 선양하는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국악, 블랙핑크의 한복 등 케이팝 스타의 전통문화 컬래보레이션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가보고 싶은 나라로 한국이 선망 국가가 되며, 나아가 다른 분야의 한국적인 것, 한국산 제품, 한국 문화유산, 방한 관광까지도 동반 상승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올해부터 전통문화 진흥의 대상을 '오늘전통'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브랜딩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통문화산업팀에 따르면 "전통문화가 과거의 보존에만 머물지 않고 청년부터 노년까지 모두가 즐기는 현재와 미래의 문화 원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오늘전통창업'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전통문화 청년창업가들이 사업가로 성장하는 등용문이자 플랫폼으로 견인하는 지원사업이다. 전통문화산업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적 기술·기법이나 소재 등에 근거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무형의 재화·서비스다.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을 활용하여 문화상품의 기획·개발·제작·유통·소비 등이 이루어지는 산업인 전통문화산업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하다. 지난달 5일 발표된 '문체부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면, 문체부는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융합을 통해 전통문화산업의 외연을 넓히고자 '오늘전통 청년창업 지원' 등 '전통문화 창업 및 융합 활성화' 사업에 58억 원을 편성했다. 전통문화산업을 뒷받침할 기술개발과 확산을 위한 '전통문화 혁신성장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보다 23억 원 증액한 35억 원을 편성했다. 바야흐로 전통문화가 정책과 산업의 한 축으로 지속 성장하는 전기가 마련됐다. 최근 문화적, 산업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전통문화산업은 많은 발전을 이룩하여 왔지만,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필자는 지난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2022 전통문화 전문인력 양성 사업 '전통가온' 리더 과정에 참여했다. 공예작가, 전통공예 전승자, 한복디자이너, 디렉터, 컨설턴트, 대학교수 등 전통문화산업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교육강좌이자 교류‧협력 프로그램이었다.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은 리더 과정을 수료한 전문가들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전통가온 리더스클럽'이라는 전통문화산업 후원자그룹을 발족해 정책과 현장을 잇고, 산업의 발전을 돕기 위해 뜻을 모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통문화산업 성장을 위한 구심점으로 그 활약이 기대된다. 전통문화산업은 K-컬처의 원형이자 예술성, 실용성을 동시에 지닌 고부가가치산업이다. 한류스타를 통해 조명된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창조, 그것의 기초가 되는 전통문화산업의 육성이 그래서 중요하다. 케이팝스타가 주도하는 문화현상은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다른 영역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대취타, 블랙핑크의 한복 패션은 전 세계에 국위 선양은 물론 K-콘텐츠로 문화경제까지 이끌고 있다. BTS가 빌보드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케이팝이 보편적 문화수용을 이끄는 주류 문화의 코드로 한국의 전통문화도 K-컬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기록될만한 문화사다. 블랙핑크의 한복 의상과 BTS의 노래 '대취타'에 전 세계인들은 열광했고, 자연스럽게 한복과 국악,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에 전통문화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류의 뿌리인 전통문화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적 자산이다. 전통무용, 전통음악, 전통미술 등의 전통예술뿐만 아니라 한복, 한지, 한식, 전통놀이 등 전통생활양식도 포함된다. 특히 한복은 우리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문화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타일러(1832-1917)는 문화를 '총체적인 생활양식'으로 정의했다. 생활양식의 기본은 의·식·주이며, 그중에서도 옷은 가장 앞에 거론될 만큼 생활에 중요하다. '옷이 날개'라는 옛말이 있듯이,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어떻게 보이는지, 어떻게 평가받는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만큼 옷은 문화의 핵심이다. 2020년, 궁궐을 배경으로 방송된 BTS의 공연은 전통문화를 통한 K-컬처 확산에 획기적 대전환이었다. 한복을 재해석한 무대의상을 입고 경복궁 근정전, 경회루를 배경으로 펼친 국보급 무대는 전 세계인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전해 한국관광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한류는 연관 산업까지 성장하게 하는 우리 수출의 촉매제다. 콘텐츠 수출은 화장품, 식료품, 가전제품을 비롯한 제조업 등 연관 산업에 대한 호감도도 높여 동반 성장까지 견인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K-콘텐츠는 어느새 우리의 수출 주력 상품이 됐다. 2021년 기준 콘텐츠 수출액(124억5천만 달러)은 가전제품(86억7천만 달러), 전기차(69억9천만 달러), 디스플레이 패널(36억 달러)을 추월하여 수출시장의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전통문화산업은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에 영화, 음악, 게임, 출판, 방송영상 및 만화 등과 같이 문화산업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으나, 현대적 콘텐츠 육성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다. 음악, 게임, 출판, 만화 등은 분야별 특화 지원을 위한 개별 진흥법이 제정·시행 중이나 전통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 체계는 개별법 부재로 정책적 육성의 한계에 봉착한다. 가치 재창출을 위한 체계적 법‧제도와 정책, 종합계획은 부재한 실정이다. 다행히도 2020년 9월 이병훈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전통문화산업 진흥법안이 국회 상임위(문체위)에 제출됐다. 전통문화산업을 육성·진흥할 수 있는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우리 전통문화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전통문화산업의 진흥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전통문화산업은 한류의 원형이자 예술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체계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문화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잠재 가치가 높다. 한국문화를 통한 국가발전전략으로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기반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BTS와 블랙핑크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문화경제를 이끄는 K-컬처의 원동력이다. 역대 국회에서도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입법 노력은 3차례 있었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의안은 지난해 문체위에서 공청회를 실시했고, 현재 '위원회 심사' 상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법안 통과까지 전통문화산업계의 전폭적 응원이 필요하다. 헌법 제9조에는 '전통문화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을 명시하고 있다. 전통문화 진흥법안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제정되지 못했다. 한류 근간인 전통문화 육성의 전기 마련은 법제화가 돼야 한다. K-컬처 확산의 핵심 요소로 전통문화가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장르와 융화되어 새로운 형태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철학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대중에게 선보이는 페스티벌을 열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이 지난 3년간 추진한 전통문화 진흥사업의 결과물들을 마켓과 전시, 체험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2030 세대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옛것에서 참신함을 경험하고 전통문화를 새롭게 즐기자는 의미에서 개최한 제1회 뉴트로 페스티벌이다. 1월 19일부터 2월 26일까지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에서 진행된다. 2월 17일에는 전통가온 리더스클럽(회장 전창호)과 함께 RTO공연장에서 '전통문화산업의 미래 전략'을 주제로 오늘전통 포럼을 개최한다.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의 초청강연 '2023년 대한민국 트렌드의 흐름과 전통문화에서의 시사점'을 시작으로 전통문화, 문화기획, 공예, 한복, 해외교류까지 5개 분야의 주제발표가 진행된다. 이상호 아틀리에 수 대표의 사회로 전통가온 리더스클럽 회장 전창호 용인예술과학대 교수가 '어제-오늘-내일의 전통문화'를, 구병준 피피에스 대표가 '전통과 현대, 공생'을, 김군선 미술학박사가 '한국 전통공예의 발전과 미래 전망'을, 이혜미 한복디자이너가 '전통문화로서 한복의 발전방안'을, 유관숙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환경연출감독이 '전통문화 해외 교류'를 발제하며, 참석자와 함께 종합토론,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된다. 어제를 담아 오늘에 전하는 힙한 전통이 우리에게 왔다. 전통은 케케묵은 게 아니라 켜켜이 쌓인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다.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변용하고, 그 가치를 재창출하는 일이 전통문화 진흥 정책의 시급한 과제다. 그 시발점이 '제1회 뉴트로 페스티벌–오늘 전통'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전통을 잇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인을 응원한다. 글 = 이창근 칼럼니스트‧예술경영학박사, 헤리티지랩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