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15년 이상 공공SW 사업 예산 동결"
“대규모 공공 소프트웨어(SW) 유지 보수 비용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15년 전에 투입한 인력의 월급을 한 푼도 안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확인해 보니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그대로 유지하는 바람에 해당 부처도 올릴 돈이 없다고 한다. 만약 비용을 올려야 하는데 남은 예산이 없으면 귀책사유가 되니 인정 자체가 불가능하단 것이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공공SW사업 정당대가 실현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공공SW 사업비용 현실화를 위해 기재부 관계자와의 토론회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인 IT서비스 업계 및 정부 부처 관계자 및 학회 교수들도 채효근 부회장의 의견에 뜻을 같이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국회의원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공동 개최한 이번 토론회는 올바른 국가 서비스 및 국가 정보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공공SW사업의 제도 개선과 정당대가 실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채 부회장은 “사업 비용 선정 방식은 2013년부터 2020년 사이 3번 변경됐는데, 모두 물가 인상률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과학기술정통부와 함께 아무리 의견을 교류하면서 환경을 개선하려 해봐도 결국 책정되는 예산이 제한되니 개선될 여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일반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투자하는 일이니 최대한 아껴서 사업을 투자하라는 말을 하곤 한다”며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과도하게 아끼거나 줄이는 것은 지난해 차세대 복지부 사업처럼 오히려 불필요한 사고를 일으키는 등 더 많은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박찬욱 성결대학교 교수, 김이기 휴고컨설팅그룹 이사의 기조발표에 이어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패널토론은 이상곤 한국IT서비스학회 수석부회장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장두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 박찬욱 성결대학교 교수, 조기현 유엔파인 대표 등 7명의 패널이 참석했다. 박찬욱 교수는 “현재 공공SW사업은 어떤 기준으로 사업 예산이 책정되고 과업변경이 인정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서 “일부 부처에서는 그동안 잘해왔는데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그러냐는 반응일 수 있지만 십 수년간 개발자들이 밤을 새우고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해오던 것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제 법적 제약이 있어 더 이상 과도한 업무는 불가능하고, 기업도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재부 관계자와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현 유엔파인 대표는 기존 제조나 건설과 달리 SW분야는 정해진 기간에 맞춰 만들거나 비용을 책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새로운 비용 측정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민간 금융기관은 차세대 사업을 발주할 초기 계약 금액과 사전 기획을 설정한 후 요건을 전무 스코어링을 한다”며 “이후 사업이 종료될 때 총 진행된 내용에서 요건이 얼마나 추가되거나 구현되지 않았는지 측정해 비용을 추가 지불하거나 반납하는 조건을 제시하면 양측에서 철저하게 서로 감시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패널로 참가한 한 법무부처 관계자는 “20억짜리 사업을 가져가서 발주부처에 요청하면 부처에서 1차로 거치며 예산이 삭감되고, 기재부를 거치면서 한번 더 삭감된다”며 “그러면 규모는 20억 원인데 사업 비용은 10억 원도 채 안되니 대부분의 기업이 참여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업을 자동차라고 치면 그 한 대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있는데 그보다 적은 비용이 주어지면 어딘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말 과기부 내에서만 노력하기 보다 정말 기재부하고 논의해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장두원 과장은 “발주 기간의 관행과 전문성, 그리고 예산 부족 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를 제도 개선책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 많은 지점”이라며 “관계부처나 발주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나은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마련한 이정문 의원은 “공공SW 사업은 국민에게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 전반과 SW사업 시장 발전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지만 과업변경 등 불공정 거래와 낮은 사업 비용으로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처럼 SW사업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지며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번 토론회를 통해 낡은 관행을 바꾸고 개선해 공정한 SW 시장환경을 조성하고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