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하이브리드 골프웨어 글로벌 기준 되겠다"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친환경 하이브리드 골프웨어 글로벌 기준 되겠다“ 알래스카에 가면 에이븐(Aven)라는 예쁜 야생화가 있다. 이 꽃은 기온이 기준점 이하에서만 피어난다고 한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어느 순간부터 이 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온난화 탓으로 지구에서 사라지는 생명체가 한둘이 아니겠지만 에이븐도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친환경 패션테크 스타트업인 쿨베어스의 패션 브랜드가 에이븐이다. 알래스카의 꽃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도전에 대한 갈증이 풀리지 않아 창업을 하게 된 것 같다”며 “창업을 하되,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기 위해서 친환경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 그게 이 대표의 꿈이다. ■“섬유는 사양 산업이 아니다” 섬유는 산업화 초기인 1970년대에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상공의 날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한국 경제와 우리 기업의 50년 변화와 미래 준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전체 산업에서 섬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1.6%나 됐다. 백색가전 4.2%에 비해 3배나 컸다. 하지만 그 이후에 국내 섬유산업은 급격히 위축됐다. 대신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이 주력 수출산업이 되었다. 섬유 산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것은 그러나 제한적으로만 옳다. 국내 특정 분야에서 일정시기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은 옷 없이 살 수 없지 않겠는가. 섬유산업은 그 점에서 사양산업이라기보다 필수산업이라 할 수 있다. 때와 장소에 따라 부침이 있겠지만 사라질 수 없는 산업이 곧 섬유이다. “한국 섬유산업은 가격 측면에서 중국에, 브랜드 측면에서 유럽에 밀려 위축됐지만, 다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친환경 섬유 시장과 골프웨어 시장의 성장성이 예사롭지 않죠. 과거와 달리 팝과 드라마 등에서 보여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커지면서 패션 브랜드 사업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JPGA 골프 선수 입장에서 본 골프웨어 이 대표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녔다. 특히 고등학교 때까지는 미시간 주에서 JPGA 선수로 활동했다. 골프 경력이 15년이다. 15년 동안 골프웨어를 입으면서 이에 대해 두 가지 아쉬움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골프웨어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싸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지요. 또 그 비싼 옷을 왜 골프할 때만 입어야 하는 지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정장을 하지 않을 때면 비즈니스할 때 입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비즈레저' 룩을 고안해냈죠.” 아직 창업을 하기 전이었지만 아이디어는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창업을 위해 대학을 조기졸업하다 이 대표는 UC버클리 경제학과를 나왔다. 창업을 하기 위해 3년 만에 조기 졸업했다. 도전의 DNA가 온 몸에 꿈틀거리는 듯하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주는 급식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니까. 그래서 각 나라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동아리를 조직했습니다. 인기가 많았어요. 음식을 팔기도 했는데 적잖은 돈도 벌었고 번 돈은 모두 기부했습니다. 이 때 느꼈어요. 기존에 없던 가치를 만드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거구나.” 졸업 후 스틱벤처스라는 창업 투자 회사에 입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창업 과정을 지켜보고 배우기 위해서다.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로 옮긴 것도 그 때문이다. 더 넓은 분야를 경험하고 창업 아이템을 선택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창업에 나서다 이 대표는 증권사 재직시절에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투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또 친환경 섬유 및 원단 시장도 이에 맞춰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경험이 골프웨어에 대한 오랜 아쉬움과 겹쳐졌다. “학창시절 느꼈던 긍정적인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 경험과 골프웨어에 대한 오랜 아쉬움, 직장시절 확인한 친환경의 소중함과 그에 따른 기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태어난 게 쿨베어스에요. 친환경 원단 만을 사용해 너무 비싸지 않은 적절한 가격으로 일상 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골프웨어를 만든다면 직장인 골퍼의 아쉬움을 해결하면서도 ESG 트렌드에도 부합할 수 있겠다고 판단을 한 것이죠.” ■“친환경 소재까지 직접 개발하면 더 낫겠네요” 이 대표는 창업을 위해 이리저리 수소문하던 중 지인 소개로 공동창업자인 이소라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나게 됐다. 이 COO는 의류 디자인 및 제작 전문가로 여성 의류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었다. 어느 날 창업 회의 중 두 사람은 친환경 패션 사업과 함께 친환경 소재 산업도 직접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 결과 김상욱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한다. 김 CTO는 서울대 섬유공학과 출신으로 섬유소재 연구개발에만 30년을 봉직한 베테랑이다. 한국염색기술연구소 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 이광호 최고디자인책임자(CDO)도 영입했다. 이 CDO는 홍익대를 나와 타임옴므 디자인 수석실장을 지낸 이 분야 베테랑이다. ■불가사리와 성게 껍질로 만든 섬유 소재 쿨베어스가 개발하는 친환경 섬유소재는 두 가지다. 해양쓰레기인 불가사리와 성게껍질을 이용해 개발한 내염소 스판텍스가 그중 하나다. 일반 스판텍스는 염소 성분을 갖는 바닷물이나 수영장에서 강도 저하 문제가 나타난다. 쿨베어스가 개발한 소재는 내염소 기능 강화를 위해 쓰는 화학물질 하이드로탈사이트를 대체한다고 한다. 또 불가사리로 인한 연간 해양수산 피해액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쿨베어스는 또 바람이 잘 통하고 가벼움을 장점으로 한 한지(韓紙)의 특성을 살리는 대신 내구성이 약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결합한 신소재 '스트레치성 한지 복합사' 신소재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계속 커지고 있는 친환경 섬유와 골프웨어 시장 친환경 섬유와 골프웨어 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계속 커지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친환경 섬유의 경우 글로벌로 2018년 375억2천만 달러 규모에서 2025년 69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또 중소기업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전력기술 로드맵 섬유'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 섬유 시장도 2019년 1조원 규모에서 2025년 1조7천36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골프웨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7년 3조7천85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6조3천억원 규모가 됐다. “섬유 시장이 사양 사업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친환경 섬유와 골프웨어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어요. 쿨베어스는 이중에서도 '비즈레저(Biz-leisure)'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공감하는 29~39세대 골퍼가 주요 고객이죠.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디자인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작년에는 서울 핵심 상권 백화점에서 5건의 팝업 스토어를 전개했고, 올 5월에는 서울 청담동에 단독 플래그쉽스토어가 오픈됩니다.” ■“플랫폼으로 창업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시죠?” 쿨베어스가 설립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4월14일이다. 이제 며칠 지나면 딱 2년이 되는 신출내기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꿈은 야무지다. 요가에서 영감을 받은 프리미엄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캐나다의 룰루레몬이 이 대표가 생각하는 롤모델이다. “한국은 이제 예전의 한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반도체를 비롯해 IT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팝이나 드라마에서 보듯 우리의 콘텐츠와 문화가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한국의 브랜드가 세계에서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패션분야에서도 글로벌로 통하는 한국 브랜드가 나올 때가 됐어요.” 이 대표가 플랫폼으로 창업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요즘 스타트업 하면 플랫폼을 떠올리는데 전 별로 매력적이지가 않더라구요. 가입자를 모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칫하면 슈퍼앱에 먹혀버리잖아요. 그보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정직하게 만들어내고, 브랜드에 스토리가 있는 비즈니스가 끌렸어요. 알래스카의 꽃 에이븐, 친환경, 비즈니스와 레저가 결합된 라이프 스타일. 그런 것들이 우리 곰(bears)들이 모여 쿨(cool)하게 써나가려는 브랜드 스토리죠.” 덧붙이는 말씀: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 ECO-ST1(에코스트원) 생산업체인 ㈜스타스테크의 양승찬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