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문서 한자 인식해 번역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고문서에 적힌 한문을 자동으로 인식해 번역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고서 번역자나 연구자의 작업을 지원해 우리 기록문화 유산이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할 수 있다. 현재 고서 번역은 원문을 일일이 입력해 글자로 옮기고, 확인한 후 여러 차례 한글로 변경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ETRI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서 한자 인식 및 번역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자를 92%의 정확도로 인식하고, AI 번역 샘플의 정확성에 대해 전문가가 85점으로 평가하는 수준이 목표다. 이를 기반으로 전문 번역가의 고서 번역 작업을 돕는 플랫폼도 만들고 있다. 이 플랫폼은 여러 이본을 대조해 정본 확립 작업을 도울 수 있으며, 문자인식 결과에 대한 검수, 어휘 사전, 번역 패턴 및 특수용어 공유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번역가들에게 스마트 업무 환경 기반을 마련하고 고서 번역 전문가들의 작업 효율을 향상시켜 약 3만 종의 고서와 수십만 점의 고문서 번역을 앞당길 예정이다. 우리나라 기록문화 유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리란 기대다. 또 ETRI는 일반인도 쉽게 한문고서 한자 인식 및 번역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도 제공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서 한자 인식·번역 서비스를 개발, 손쉽게 고서번역을 체험할 수 있는 모바일웹과 앱을 연말에 선보인다. 연구진은 9월부터 국회도서관, 대전광역시 한밭도서관, 제주특별자치도 한라도서관, 광주광역시립무등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전국 11개 도서관과 문화원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일반 국민 대상 한자인식 및 번역 실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TRI 연구진은 번역된 고서를 활용한 실감형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개발한다. 번역된 고서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미디어아트와 모션센서를 통해 상호작용하면서 체험하는 서비스이다. 이를 통해 고서에 대한 일반인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현서 ETRI 호남권연구센터장은 "번역 전문가의 작업 환경이 그동안 노동집약적 업무로 과중했다"라며 "디지털 전환을 통해 간소화하고 한자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고서를 쉽게 접해 우리나라 문화기록유산인 고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도 "그동안 번역 전문가들이 번역 이전 단계의 공정을 처리하는데 많은 애로를 겪어왔는데, 이번 기술 개발이 획기적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전라북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있으며, 개발된 스마트워크 플랫폼과 실감형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향후 설립될 전라유학진흥원의 핵심 요소로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