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증발 속도 400배 식수화 기술 개발..."물부족 해결되나"
국내 연구진이 바닷물을 대량 증발시켜 식수화하는 신기술을 처음 개발했다. 이 기술은 1시간 동안 퇴약볕 염전에서 바닷물이 증발하는 속도 대비 400배나 빠르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은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와 미래기계기술 프론티어 리더 양성 교육연구단 히긴스 윌슨(Higgins Wilson) 박사 연구팀이 낮과 밤, 날씨에 상관없이 바닷물을 더 빠르게 식수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기술은 최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게재됐다. 이상준 교수는 "지구는 표면의 70%가 바다지만, 마실 수 있는 담수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기술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태양열을 활용한 계면증발(ISG1)) 기술이 물-공기 계면의 물 분자만을 가열하는 특성 탓에 증발 성능이 우수,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며 "하지만, 날씨와 낮·밤 변화에 따라 성능이 크게 차이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ISG1' 기술에 3V 또는 5V 이하 전기를 이용해 가열하는 '줄(Joule)' 방식을 결합했다. 이 교수는 "강열 증발과 전열 증발 방식을 합친 결과 수십초 내에 물온도가 100도까지 올라갔다"며 "이 방식은 'ISG1'으로 물 분자를 쪼개기 때문에 40도 정도만 가열해도 물이 증발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구멍이 촘촘한 수세미 구조의 '유리질 탄소 스펀지(glassy carbon foam)'에 '티올(thiol)'이라는 화학물질을 입혀 물 흡수력은 높이고 전기저항은 약 0.75Ω(옴)까지 낮춰 전기가 잘 흐르도록 했다. 이 결과 순수한 물을 증발시키는 실험에서 증발기 표면 온도는 빠르게 물의 비등점에 가까운 약 98°C에 도달했다. 수분 증발량은 시간당 205kg/㎡를 나타냈다. 이는 200L의 물을 1시간에 완전히 증발시키는 수준이다. 이 교수는 "이 증발률은 기존 세계 최고 기록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라며 "특히 소금물 3.5%의 농도에서 증발이 일어나는 표면에 염이 석출돼 증발 속도가 크게 느려지지만 그래도 시간당 18kg/㎡를 처리했다"며 "현재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빠른 고온 가열이 가능해 살균이나 공기 중 수증기를 포집, 식수로 전환하는 기술에 즉각 응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