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법-온플법 서로 다르다는데…업계 또 '악몽'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기업들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플랫폼 업계 전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됐던 법안과 유사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플랫폼 기업들은 윤석열 정부 기조인 '자율규제'와 상반되는 규제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 사업 불확실성과 함께 성장 동력을 잃게 될 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플랫폼 독점력 남용 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의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에 나섰다. 공정위는 1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관계 부처들과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그동안 플랫폼 업계에서는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기 위해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 표준계약서을 의무화 하는 등 사전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지나친 사전 규제로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 방해되고, 플랫폼 혁신 시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법안은 국내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과 관련된 내용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정부부처를 중심으로 입법화가 다시 추진되고 있자고 하자 업계의 우려가 더 커졌다. 당초 온플법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재논의 불씨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논의하고 있는 법안은 지난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과 흡사한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안은 직전 3개 사업연도 기준으로 매출액이나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지위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규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업자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이나 끼워팔기 혹은 멀티호밍, 최혜 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유럽연합(EU)이 지난 5월부터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와 유사하다. EU의 DMA는 해외 빅테크들의 독점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EU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권역 내 눈에 띄는 플랫폼들이 없기 때문에 해외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올해 진행된 '디지털 시대 플랫폼과 소비자' 관련 특별 세미나에서도 이와 관련 학계 비판이 잇따랐다.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합리적 소비자상을 기반으로 법체계가 마련돼 있고 약관에 청약철회권 등이 잘 보장돼 있어, 합리적 소비자가 아닌 취약한 소비자를 평균적 소비자로 보는 EU의 방식을 전면 도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소비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지, 자국 플랫폼이 시장에서 갖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플랫폼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국내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해외 법안을 가져와 기업들 성장을 저해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이날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플랫폼 규제 법안 논의 중단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디경연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벤처기업협회 등이 참여하는 단체다. 디경연은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며 "이미 해외 주요국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각국의 상황에 맞춰 각기 다른 정책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은 국내기업과 미국기업만을 대상으로 불균형적으로 겨냥해 '유럽식 규제를 한국에서 복사·붙여넣기'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국익과 국내 디지털산업 생태계발전에 큰 위협이 되는 유해한 시도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 산업과 시장을 지켜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국내 디지털 경제의 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와 관련 부정적인 여론에 공정위 측은 "현재 관계부처 의견 청취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대규모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행위를 규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플랫폼 갑을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온플법과는 다르다"는 내용으로 입장 표명을 했다. 그러나 어떤 점이 정확히 다른지는 게재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관계 부처 논의에도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텐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공석 상태에서 플랫폼 규제가 논의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이미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중복 규제 이슈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의 기조대로 자율규제에 힘쓰며 최대한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알리와 테무 같은 해외 빅테크가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등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시의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