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1년...삼성 '선임사외이사제' 도입, 책임경영 강화
삼성이 이사외 중심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선임(先任)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다. 오는 27일 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삼성은 선임사외이사제도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26일 삼성SDI와 삼성SDS는 각각 이사회를열고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와 삼성SDS의 선임사외이사에는 권오경 이사(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와 신현한 이사(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선임됐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이사회 견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있고,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며, 이사회 의장-경영진-사외이사 간 소통의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 이번 제도를 도입한 삼성SDI와 삼성SDS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삼성 계열사들도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 등 8개사는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대상이 아니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거버넌스 체제를 개편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현재 국내 상법상 비(非)금융권 기업에는 의무화 되어있지 않지만, 삼성은 선제적으로 제도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은 '금융사 지배구조법' 제13조에 의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삼성의 이같은 행보는 이재용 회장의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기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승진 시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논의를 거쳐 승진을 결정했다. 회장직은 상법상 직함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승인이 불필요하다. 삼성은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넘어 사외이사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거버넌스 체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2017년 4월부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CSR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결단으로 2020년 2월 독립적 권한을 부여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들의 준법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사외이사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시 법률 및 회계 등 외부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외 현장 방문 및 경영 현황보고 등도 실시하고 있다. 또 사외이사들이 경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별도의 사외이사 모임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