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옛 성장방식과 이별...카카오는 서열 15위 대기업"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와 방만 경영 체제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카카오가 '국민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경영 쇄신을 예고했다. 스타트업스러운 성장 방식을 버리고, 대기업으로서 대폭적인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11일 직원들과 만나, 사명을 바꿀 각오로 카카오를 재정비하겠다고 표명했다. 김범수 위원장은 이날 경기 성남에 있는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오후 2시부터 1시간 반가량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을 열었다. 카카오 제주·판교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총 2천명 이상 구성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간담회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이 직원들 앞에 선 건 재작년 2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그는 이날 브라이언톡에서 직원들 질문 20개에 직접 답했다. 먼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범수 위원장은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14년 전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놨다”며 “불과 몇 년새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현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책임 경영'을 힘 줘 말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와 계열사는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닌, 자산 규모로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이라며 “그간 이해관계자와 사회 기대,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고, 이제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기에 다다랐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이름까지 버리겠다는 다짐 하에 회사를 새롭게 단장하겠다고, 김 위원장은 역설했다. 그는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모든 사업을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 관점에서 다시 점검하고, 내실 다지기와 국민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경영 체제와 기업 문화 개편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투자, 스톡옵션,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 이별을 고해야 한다”며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발돋움하게끔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당연시했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구성과 업무 체계를 재편하겠다는 뜻이다. 카카오는 올 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시세조종 혐의에 따른 사법리스크와 과도한 카카오 택시(카카오T) 수수료 논란, 여기에 최근 경영진의 직원 욕설 논란에 이은 내부 폭로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구체적인 쇄신안이 나오진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임직원들과 꾸준히 소통해 점차 쇄신 방향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부터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끌어내고, 쇄신 진행 상황과 내용을 임직원들에게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