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경매중단' 지침, 상호금융 건전성 악영향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피해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를 시행하는 가운데 특히 상호금융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사기 대상 부동산을 담보로 사기단에게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이 대부분 상호금융사인데 정부의 요청으로 담보물을 경매에 넘기지 못하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획재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TF'를 꾸렸다. 전세사기는 사기단이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빌라 등을 갭투자로 매입한 뒤 이를 담보로 토지매입비나 건설비 명목으로 필요 비용을 금융권에서 조달하고, 근저당권이 걸린 집을 세입자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 후 계약만료 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수법으로 진행된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대출자(사기단)가 부채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 시 금융사는 선순위 채권자의 자격으로 임의경매를 진행하고 대출금을 회수한다. 경매가 마무리되면 해당 주택 세입자들은 강제 퇴거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대상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시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대출분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1천705명, 피해 규모는 3천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와 관련된 금융사는 총 131곳인데 일반 시중은행이 2곳, 제2금융권이 129곳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사가 이번 전세사기 사태에 연관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담보물을 경매에 넘기지 못하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이들의 연체율 증가와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디넷코리아가 금융감독원 정보공개시스템 공시를 분석한 결과, 미추홀 등 인천시에 위치한 46개 신협 지점의 지난해 말 기준 대출금 운용 규모는 4조3천423억원으로 2020년 12월 대비 30.87%(1조244억원) 증가했다. 이들의 전체 자금운용 비율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73%로 2년 만에 9%포인트 상승했다. 회수의문(대출 규모 중 회수가 가능한지 의문)에 대한 규모는 2020년 12월 말 기준 4천261억원에서 1년 후 3천22억원으로 떨어졌는데 지난해 말 3천746억원으로 다시 증가 추세를 기록했다. 이들의 대손상각비(회수가 불가능한 대출채권을 상각처리) 규모는 지난해 기준 149억원으로 2년 전 대비 57.36%(54억원) 증가했다. 인천시에 위치한 신협(상호금융)의 대출 규모와 대손상각비 등이 2년만에 증가한 이유는 전세사기 주택 등을 담보로 대출한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 지침으로 대출 담보물을 매각할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건전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완책 마련도 함께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상호금융사를 대상으로 건전성 기능 향상을 주문한 상황이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20일 '2023년 상호금융권 내부통제 워크숍'에서 “최근 금융·경제상황과 관련해 상호금융조합의 손실흡수능력 및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부원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충당금 추가적립 등 조합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고 더 큰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내실있는 내부감사를 실시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해달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측도 “건전성이 취약한 상호금융 조합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