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시설투자 압박에 배당금 3분의 2 삭감..."1주당 年 50센트"
인텔이 22일(현지시간) 이사회 결정을 통해 보통주 한 주당 매 분기마다 지급하는 배당금을 현행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조정 전 인텔 보통주 배당금은 주당 36.5센트(약 476원), 연간 1.46달러(약 1천900원)였다. 오는 6월 1일부터는 주당 12.5센트(약 163원), 연간 50센트(약 650원)의 배당금이 지급된다. 인텔이 배당금 조정에 나선 것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인텔은 "이사회는 투자액 배분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끝에 배당금을 조정했고 장기적인 가치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매년 40억 달러 추가 확보...시설투자에 활용 인텔은 매년 약 60억 달러(약 7조 8천18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배당금 규모가 20억 달러(약 2조 6천60억원)로 줄어 총 4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이 여유 자금은 주요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2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투자자들의 투자액을 심도있게 배분하는 것은 IDM 2.0 전략을 실행하고 동력을 다시 얻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IDM 2.0 전략 위해 작년 상반기까지 공격적 투자 인텔은 팻 겔싱어 복귀 직후인 2021년 3월 '핵심 제품은 내부에서, 주변 제품은 외부에'를 내세운 IDM(종합반도체회사) 2.0 전략을 내세웠다. 같은 시기 설립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는 외부 고객사 제품을 인텔 기술력과 IP(지적재산권)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생산 시설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텔은 지난 해 상반기까지 미국 오하이오 주(2025년 가동 예정), 독일 마그데부르크(2027년 가동 예정) 등으로 생산 시설 확장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해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핵심 사업인 PC 출하량 감소와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출시 지연 등이 겹치며 매출이 하락했다는 것이 문제다. ■ 지난 해 4분기 매출 8천600억원 순손실 기록 인텔의 2022년 4분기 매출은 140억 달러(약 17조 1천948억원, 이하 일반회계기준)로 2021년 대비 3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억 달러(약 8천59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PC용 프로세서 등을 생산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의 매출은 66억 달러(약 8조 1천265억원)로 2021년 대비 36% 줄었다 . 또 서버용 제온 프로세서, FPGA 등을 생산하는 데이터센터·AI 부문의 매출은 2021년 대비 33% 낮은 43억 달러(약 5조 2천907억원)다.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시장 공급이 지연된 결과다. ■ 투자비 부담 덜기 위해 보조금 요청·공동 투자 등 시행 인텔은 지난 해 하반기 이후 매출 감소 등으로 자금 흐름 악화가 예상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인텔은 지난 해 8월 말 외부 자산운용사와 공동으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비용을 조달하는 '반도체 공동투자 프로그램'(SCIP)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애리조나 주 챈들러 소재 생산시설 건립에 필요한 300억 달러(약 39조원) 비용 중 절반인 150억 달러 가량을 캐나다 소재 투자그룹인 브룩필드자산운용에서 조달했다. 또 올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착공하려던 반도체 생산 시설 건설 비용이 170억 유로(약 23조7천억 원)에서 200억 유로(약 27조7천억 원)로 상승하자 독일 정부에 추가 비용 분담을 요구한 상황이다. ■ 추가 비용 확보 위해 3조 규모 비용 절감 예고 인텔이 TSMC·삼성전자 등 경쟁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인텔 20A, 인텔 18A 등 초미세 공정을 투입하고 외부 고객사 제품까지 생산하려면 현재 이상의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인텔은 추가 비용 확보 등을 위해 올 한해 판매관리비와 운영비 등을 포함해 약 30억 달러(약 3조 6천858억원) 규모 비용 절감을 예고한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인 매출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특히 PC 수요 약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는 배당금 삭감, 비용 절감 등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최근 출시된 워크스테이션용 제온W 프로세서 등 기업용 제품 판매량도 짐작하기 어렵다. 또 인텔이 올 하반기 이후 출시할 주요 제품들의 지연 여부도 변수다. 생산 공정이나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서버 시장에서 고객사 이탈이 우려된다. 팻 겔싱어 CEO는 이날 "EUV(극자외선) 기반 인텔 4 공정에서 생산되는 메테오레이크, 인텔3 공정에서 생산되는 그래나이트래피즈, 시에라포레스트 등 제품의 생산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