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건보재정 기약 없이 투입은 재정파탄 이어질 수도
정부가 의료대란 대응을 위해 국민건강보험 재정 투입하면서 재정파탄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의료인의 헌신에 대한 보답으로 추석 연휴 전후에 한시적으로 진찰료, 조제료 등 건강보험 수가 대폭 인상하겠다며,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의 3.5배 인상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나 홀로 당직을 서야 할 정도로 의료 현장에 의사가 없는데 추석 연휴에만 한시적으로 돈을 퍼준다고 없던 의사가 등장하겠느냐”며 “국민 동의 없는 재정 사용으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것'이 대통령의 솔루션”이라고 맹비난했다. 건보노조는 비상진료체계 운영에 투입된 건강재정이 2월부터 현재까지 1조2천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매달 약 1천900억 원 정도의 건보재정이 계속 투입될 전망”이라며 “현재로선 얼마나 더 들어갈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건보공단은 28조 원의 건강보험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는 2026년부터 건보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저출생·고령화로 보험료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 1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은 행정부의 임기가 끝난 후의 일로 치부하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건강보험 재정을 쌈짓돈으로 쓰면서도 정치적 입지를 위해 수입 증대는 막고 지출만 늘려보겠다는 정책 방향은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초음파 급여화 등에 20조 넘게 투입하고도 필수의료 투자에 미흡했다며 전임 정부를 비판했다.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하고 절감된 재원으로 필수의료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실질적인 국민의료비 절감이나 보장성 강화는커녕 본인들이 내던진 정책의 불씨가 점차 타오르자 급한 불 끄기에 바쁜 모양새”라며 “현재 및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건강보험 재정을 부적절하게 소모하고 그 과실만 정부가 가져가려는 태도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잘못된 보건의료, 건강보험 재정 정책의 결과는 건강보험의 공적 기능의 약화, 국민에게 돌아갈 보장성 축소와 함께 실손보험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파탄으로 건강보험 제도가 유명무실화되면, '돈 없는 사람은 질병을 치료할 수도 없는' 의료 민영화는 바로 우리 눈앞에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건보재정은 대통령 쓰고 싶은 대로 막 퍼주는 재정이 아니”라며 “정부의 퍼주기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