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재공모 나선 KT, 절차적 투명성 높였다
KT가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 절차를 다시 시작한 가운데, 100%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통해 사내·외 후보를 검증한다. 기존 CEO 선임 절차가 깜깜이로 이뤄졌단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공정성과 투명성, 객관성이 대폭 강화됐다는 평가다. 지난 10일부터 오는 20일까지 CEO 사회 지원자 모집을 시작한 KT는 후보자 명단과 단계별 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키로 하고 사내 이사진은 대표이사 후보 심사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국회에서 소유분산기업의 CEO 선임 프로세스에 대해 제기한 우려를 고려해 KT 이사회가 내놓은 해법이다. 사내 이사진이 후보 심사에 관여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를 내세워 현직 CEO의 우호적 입김을 배제했다는 의미다. 즉, 셀프연임과 같은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절차적 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절차적 투명성 확보는 KT와 유사한 주주 구성의 기업과 비교해도 선진적인 CEO 선임 절차로 보인다. 예컨대 비금융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포스코는 승계 카운실, CEO 후보 추천위원회를 운영하고 사외이사만으로 심사 절차를 구성해 공정성에 무게를 두려 했지만 공모를 진행하지 않고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KT&G의 경우에도 전원 사외이사 만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등을 운영하지만 선임 자격요건이 구체적이지 않다. 또 현직 사장이 연임 의사를 표명하면 우선 심사를 통해 사장을 확정하게 된다. KT의 구현모 사장도 연임 심사만 거치면 되지만 직접 경쟁 공모를 제안한 점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최근 우리금융의 경우에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고 최종후보 명단은 공개했지만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외부 후보 선발을 요청하고 리스트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선임 기준을 도중에 변경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KT가 재공모를 진행하게 된 만큼 사회적 요구를 상당 수준 반영하면서 다른 소유분산기업과 비교해 상당한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논의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선방안과 비교하더라도 KT 이사회가 더욱 강화된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CEO 선임절차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와 금융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임추위는 기존 과반으로 사외이사를 구성하는데 이를 3분의 2 이상으로 늘린다. 이에 더해 ESG기준원에서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KT는 두 방안을 모두 충족하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KT의 CEO 재선임 절차는 외부에서 우려한 문제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의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부응하는 선진화된 방식”이라며 “국내외에서 사례가 없던 완전 공개 방식으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T는 기존 통신 사업 외에도 AI와 클라우드, 콘텐츠 영역의 사업을 확대하면서 단순히 기업 조직관리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트렌드를 이해하고 디지털 전환을 확산시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며 “비전문가가 회사를 이끌게 될 경우 국가적인 디지털 비전의 후퇴를 우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