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속에도 교통 체증 있다
'소포(vesicle)'는 세포 안에서 물질을 운송하는 역할을 한다. 트럭이 교통 정체를 겪듯, 소포도 세포 안에서 움직임에 제약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 활발하게 이동하는 소포의 움직임만 선택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현미경을 개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소포는 얇은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주머니 모양의 기관이다. 호르몬과 효소, 신경물질 등을 담아 세포 안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우편배달부다. 소포가 물질을 엉뚱한 곳에 전달하거나 운송이 지연되면 여러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포의 수송 원리나 세포 소기관의 상호작용 분석 등에 대한 연구는 형광 현미경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형광 표지된 소포들의 수송 과정만 관찰할 수 있고, 형광 신호가 유지되는 동안만 관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세포 속의 복잡한 골격망을 따라 수송되는 수많은 소포의 전체적 수송 현상을 시각화하기는 어려웠다.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조민행 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과 고려대 물리학과 홍석철 교수 공동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간섭산란 현미경을 활용, 복잡한 세포 속에서 이동하고 있는 소포들의 이동 궤적을 장시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세포 핵 주변에서부터 세포 가장자리 돌출부인 라멜리포듐 이어지는 영역에서 100개 이상 소포들의 이동 궤적을 30분 이상 동시에 추적했다. 1초에 50장의 이미지를 재생하는 초당 50㎐의 속도로 영상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획득한 소포 위치 정보를 이용해 세포 내부의 고속도로라 할 수 있는 골격망의 공간적 분포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소포의 새로운 수송 특성도 확인했다. 수송 과정에서 소포들이 국소적으로 이동 정체 현상을 겪기도 하지만, 여러 소포들이 함께 긴 거리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집단 수송 방식, 수송 중인 소포 뒤에 달라붙어 함께 이동하는 히치하이킹 수송 방식 등을 이용해 세포 속 정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수송 전략을 갖추고 있음을 밝혀냈다. 제1저자인 박진성 연구원은 "매우 복잡하고 미시적 세계인 세포 속 환경에서 대도시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교통 체증 현상이 유사하게 나타났다"라며 "세포가 트래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채택하는 효율적 수송 전략을 찾아 생명현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규명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개발한 현미경에 형광 표지된 세포 속 분자를 관찰할 수 있는 형광 현미경을 결합한 관찰 도구도 개발했다. 고속‧고해상도 간섭산란 영상 기법에 화학선택적 형광 영상 기법을 접목하여 관찰 정밀도를 더 높인 것이다. 홍석철 교수는 "생명현상을 고감도‧고속‧장기간 관찰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생명현상을 분자들의 거동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며 의학적으로 큰 파급력을 갖는 발견이 가능해지리라 기대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Long-term cargo tracking reveals intricate trafficking through active cytoskeletal networks in the crowded cellular environment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