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지난해 가전 공장 가동률 '뚝'...'불황 현실화'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과 IT 제품 공장의 평균 가동률이 85%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소비 시장 위축으로 가전, 모바일, 노트북, IT 제품 등의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2021년 코로나19 특수와 가전과 IT 제품 호황으로 공장 평균 가동률이 104%였던 상황과 대비된다. 20일 LG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H&A 부문의 냉장고 공장 가동률은 2021년 126.1%에서 2022년 103.6%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세탁기 공장 가동률은 106.8%에서 84.3%로 감소, 에어컨 공장 가동률은 110.4%에서 96.2%로 내려갔다. LG전자의 TV를 담당하는 HE 부문 영상기기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가장 낮았다. 2020년 102.3%로 호황을 누리다 2021년 96.6%, 2022년 81.2%로 떨어졌다. BS 부문의 모니터 공장 가동률은 2022년 127.7%에서 지난해 100.1%로 감소했다. BS 부문에는 모니터, PC 등 B2C(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LED 사이니지 등 B2B 사업도 포함된다. 삼성전자의 가전 및 IT 공장 가동률도 내려갔다.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DX 부문의 TV, 모니터, PC 등을 담당하는 영상기기 공장 가동률은 2020년 93.6%에서 2021년 81.4%, 지난해 75%로 지속 감소했다. 스마트폰, 태블릿을 담당하는 HHP(모바일 기기) 공장 가동률은 같은 2021년 81.5%에서 지난해 69%로 떨어졌다. 지난해 가전, TV, 모바일 출하량이 감소세에 들어선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억눌렀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이 꺾인데다,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리아나 전쟁이 장기화, 고금리 현상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한 영향 탓이다. 특히 대형 가전은 구매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가전 수요가 감소했고, 한국과 해외 시장이 역신장세로 전환했다"며 "영업익은 고정비 증가와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TV 출하량은 2억325만6700대로 직전년도 대비 약 5% 줄어들며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2억1천대로 2013년 이후 출하량이 가장 적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HE 부문 실적이 분기 기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3분기 마이너스 554억원, 4분기 마이너스 1천75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휴대폰 판매량은 2억5천700만대로 전년(2021년) 판매량(2억8천500만대) 보다 9.8%를 줄어들었다. 지난해 물류비·원자재 가격 또 상승...올 하반기 가전 시장 회복 기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수요 감소와 더불어 원자재, 물류비 상승은 가전 및 IT 사업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보고서를 통해 H&A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 평균가격이 2021년 전년보다 21.9% 오른데 이어 지난해 22.8% 상승했다고 밝혔다. 레진, 구리 등 평균가격도 2021년 두 자릿수로 인상된 후 지난해 각각 전년보다 21.7%, 42.6% 또 올랐다. TV용 반도체는 지난해 전년 보다 44.5% 큰 폭으로 인상됐다. 삼성전자는 DX 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과 카메라 모듈 가격이 전년보다 각각 77%, 1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향받아 지난해 LG전자 H&A 사업본부는 매출액 29조8천955억원으로 7년 연속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영업이익은 물류 및 원자재비 인상 영향으로 전년 대비 49% 감소한 1조1천29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가전 시장은 상반기 수요 위축이 지속되다가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기대되는 '상저하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및 TV 시장 공략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42형부터 97형까지 최다 올레드 TV 제품군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TV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또한 지난해 재진출한 올레드 TV를 비롯해 네오 QLED, 마이크로 LED 등 프리미엄 TV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강화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전은 북미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요가 양호한 가운데, LG전자는 신가전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원자재 비용 등 원가 개선폭이 커 호황기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TV는 시장 상황보다 선제적인 재고 관리를 단행한 결과 유통 재고가 정상화가 됐고, 유럽 OLED TV 수요 회복세가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생산거점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자재 업체와 경쟁력 있는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통해 시황 변동 영향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판매 측면에서 비스포크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확대와 B2B 온라인 채널 강화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LG전자 백선필 HE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지난 8일 2023년형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올 상반기는 시장이 힘들지만 하반기에 좋아진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TV 사업 분기 흑자 시점은 올 상반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류비 부담이 낮아지고 환율도 좋아졌기 때문에 빠르게 분기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전 및 IT 사업 외에 LG전자의 전장 사업(VS 사업부)은 지난해 첫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올해도 매출과 수주가 모두 호조를 보이며 흑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메모리 수요 감소로 올 1분기 14년 만에 약 2~4조원 대의 분기 적자가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