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찜'한 가우스랩스 "AI솔루션, 내년 식각·노광 등 확대 가능"
"가우스랩스의 AI 솔루션을 활용하면 반도체 공정의 수율 및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처음에는 주요 고객사의 박막 증착 공정에 적용됐으나, 내년에는 다른 전공정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무성 가우스랩스 부사장은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년 옴디아 한국 테크놀로지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사의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2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가우스랩스는 산업용 AI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당시 SK하이닉스로부터 5천5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바 있다. 가우스랩스의 핵심 기술로는 가상 계측 AI솔루션 판옵테스 VM(Panoptes VM)이 있다. 가상 계측이란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분석해, 가상 환경에서 제품 품질 및 공정 수율 등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통상적으로 실제 계측은 일부 샘플(전체 제품의 1~5%)을 선택해 진행한다. 모든 제품을 검사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샘플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 이 때 가상 계측을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제품을 전수 검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판옵테스 VM은10만개 수준의 AI 모델로 복잡한 반도체 공정 내에서도 높은 신뢰성을 구현한다. 가우스랩스는 판옵테스 VM을 지난해 12월 SK하이닉스의 박막 증착 공정에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박막 증착 공정은 웨이퍼 상에 미세한 막을 씌우는 공정이다. SK하이닉스는 판옵테스 VM을 통해 공정 산포(품질의 변동 폭. 값이 줄어들수록 불량 가능성이 줄어듦)를 평균 21.5% 개선한 바 있다. 가우스랩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판옵테스 VM의 적용처를 다른 반도체 공정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다수의 고객사와도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박막 증착 외에도 식각, 노광 등 다른 전공정 분야에도 판옵테스 VM을 적용하기 위한 평가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내년도에는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무성 가우스랩스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판옵테스 VM이 주요 고객사의 박막 증착 공정에 쓰이고 있는데, 적용처 타 공정이나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 "판옵테스의 양산 적용 사례로 박막 증착 공정을 이야기했으나, 식각이나 노광 등 다른 전공정 분야에서도 활발히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들 공정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가우스랩스는 특정 데이터나 장비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다. 때문에 디스플레이나 이차전지 등 타 산업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반도체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향후에는 다른 산업으로의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Q. 공장 내 각 장비의 컨디션이 조금씩 차이날 텐데, 판옵테스 VM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VM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각 장비들은 시간에 따라, 혹은 가동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게 된다. 이를 AI 모델이 빠르게 대응하게 만드는 게 힘들었다. 그러나 가우스랩스는 어댑티브(적응형) 알고리즘을 통해 시간에 따른 장비의 변화를 잘 따라갈 수 있게, 어그리게이티드(집합형) 모델링을 통해 장비 하나하나의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게 설계했다. 이런 변수들을 10만개 이상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판옵테스 VM이다." Q. 초미세 공정에서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옵테스 VM이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 "기본적으로 판옵테스 VM은 실제 계측 환경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 하드웨어 장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SEM(전자현미경)으로 계측 할 수 있는 분야에는 모두 대응이 가능하다. 다만 선폭이 한 자릿 수의 나노미터(nm)까지 내려오면 계측 장비도 오차 레벨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계측장비가 가진 정확도를 넘기기 어려운 만큼, 장비 성능도 충분히 받쳐줄 필요가 있다." Q. 10만개의 AI 모델이면 반도체 대량 양산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크기인지? "300mm(12인치) 팹 하나에 들어가는 장비가 적게는 500대, 많게는 2천대가량 된다. 여기에서 수십만개의 과정이 진행되고, 측정해야 하는 값들도 상당히 많다. 때문에 VM을 양산 팹에 적용하려면 10만개 정도의 모델은 자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Q. VM을 활용하면 공정 관리에 필요한 비용 및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고객사들이 수많은 AI 모델을 관리하기 위해서 적잖은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객사들은 VM을 위해 온프레미스(기업이 서버를 자체적으로 설치하고 운영하는 방식)를 활용기도 한다. 보기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컴퓨팅 리소스가 효율적으로 설계 돼 있다. 때문에 컴퓨팅 인프라에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다." Q.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후공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우스랩스가 이 분야에서도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있나.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경우, 단순히 후공정이 아니라 전공정의 영역에도 일정 부분 관여한다. 기술적으로 판옵세트 VM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다만 구체적은 적용 현황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 Q. 여러 고객사들이 판옵테스 VM을 활용하는 경우, 각 사의 공정 데이터가 경쟁사로 유출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시각도 있을 것 같다. "고객사들도 그런 우려를 표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가우스랩스의 솔루션 자체가 온프레미스나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 설치가 되기 때문에 데이터가 외부로 나갈 일은 없다. 고객사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공유되는 정보에도 제한이 있다. 물론 운영 과정에서 알고리즘적인 노하우는 쌓일 수 있으나, 고객사의 IP를 가우스랩스가 가져오는 등의 사례는 있을 수 없다. 모델링도 고객사의 엔지니어가 직접 하는 것이고, 가우스랩스는 도움만을 줄 뿐이다." Q. 산업 AI 소프트웨어 시장의 규모에 대해서도 설명 가능한지. "가우스랩스는 해당 산업에 신규 진출한 기업이기 때문에, 아직 시장 규모에 대해 설명드리기는 어렵다. 스타트업인 만큼 향후 투자를 받을 것이고, IR 활동을 하게 되면 그때 더 자세한 정보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