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실적 부진 속 中 시장 점검 나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 4월 중국을 찾은 지 3개월만이다. 반 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중국을 두 번이나 찾은 인텔 CEO는 팻 겔싱어가 거의 유일하다. 중국 현지 언론과 업체 등에 따르면, 팻 겔싱어 CEO는 10일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시설이 있는 중국 쓰촨성 청두시를 시작으로 11일 베이징에 본사를 둔 서버 업체인 H3C, x퓨전 등을 방문하고 지난 13일 중국을 떠났다. 인텔은 지난 해부터 시작된 PC 출하량 감소와 서버용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출시 지연 등으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팻 겔싱어 CEO는 이런 상황에서 연 매출의 1/4 이상(27%)를 올리는 중국 시장 점검과 협업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 패키징·테스트 시설 소재 청두시 방문 팻 겔싱어의 중국 공식 일정은 지난 10일부터 시작됐다.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시설이 있는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시에서 황창 쓰촨성 부서기를 접견했다. 인텔은 2005년 청두에서 첫 반도체 시설을 개장한 후 현재까지 4개 이상을 운영중이다. 지난 2020년에는 오는 2035년까지 15년 간 최대 16억 달러(약 2조 249억원)를 청두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쓰촨일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황창 부서기는 "인텔이 2005년 청두에 첫 진출한 후 20여 년간 쓰촨 발전에 기여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 역시 "청두 지역에서 장기적·안정적 사업 영위에 도움을 준 쓰촨성 정부의 지원에 감사하며 쓰촨 지역의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쓰촨에서 전용기편으로 베이징 이동, 중국 2위 서버 업체 H3C 방문 팻 겔싱어는 바로 다음날 쓰촨성에서 직선거리로 1천600km 이상 떨어진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고속도로만 타도 18시간 이상 걸리므로 비행시간이 2시간 남짓인 전용기 편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칭화유니그룹 산하 서버 업체인 H3C는 "지난 11일 팻 겔싱어 인텔 CEO와 크리스토프 쉘 인텔 CCO(최고사업책임자)가 베이징 왕징 소재 이노베이션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H3C는 중국 화웨이와 미국 쓰리콤(3Com)의 조인트벤처(JV)로 출발한 후 HP(현 HPe)가 2009년 쓰리콤을 인수하며 49% 지분을 확보했다. HPe는 H3C 전체 지분을 2015년과 올 초 두 차례에 걸쳐 칭화유니스플렌더(紫光股份有限公司)에 모두 넘겼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H3C는 지난 해 중국 내 서버 시장에서 12.5% 점유율을 확보했다. 또 인텔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서버 기반 H3C 유니서버 G6 등을 출시한 바 있다. ■ 같은 날 서버 인프라 업체 'x퓨전' 연이어 방문 팻 겔싱어는 같은 날 중국 소재 업체인 x퓨전도 방문했다. 이 업체는 서버 등 완제품과 함께 컴퓨팅 자원 구축을 위한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x퓨전은 보도자료를 통해 "팻 겔싱어 인텔 CEO와 제프리 리우 x퓨전 CEO(회장)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만나 그린 데이터센터 혁신을 위한 협업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x퓨전은 인텔의 중요 파트너사로 액침식 냉각, XPU 프로젝트,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양사의 협업은 컴퓨팅 다양성과 전문적인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AI 가속용 '하바나 가우디2' 지난 주 중국 출시 팻 겔싱어 CEO가 H3C, x퓨전 등 중국 내 서버 업체를 방문한 것은 지난 주 중국 시장에 출시한 AI·머신러닝 가속용 칩인 하바나 가우디2와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해 9월부터 미국 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군사적 목적 전용 가능성이 큰 AI 가속기 등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인텔이 중국 시장에 출시한 하바나 가우디2 역시 미국 상무부의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내부 전송 데이터의 최고 대역폭에 일정 부분 제한을 뒀다. 팻 겔싱어가 방문한 H3C, x퓨전 등을 포함해 중국 내 서버 제조사가 이를 탑재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 서버·PC 고전 속 '큰손' 중국 시장 다지기 특히 인텔은 최근 서버 부문 매출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올 1분기 서버용 제온 프로세서, FPGA 등을 생산하는 데이터센터·AI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줄어 든 37억 달러(약 4조 9천524억원)다. 또 지난 달 중순에는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일부 제품에서 발견된 문제로 일정 기간동안 출하를 중단했다 재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해 매출 중 약 27% 가량을 가져다 준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란 어렵다. 15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팻 겔싱어 인텔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이 워싱턴DC에서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관련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